자살보다 sex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자살보다 SEX] 무라카미 류의 당혹스런 연애 에세이집

 

무라카미 류의 글을 읽은 적이 없기에 어떤 작가인지는 잘 모르지만 상당히 파격적이다. 일본의 마광수 같다고 할까.

이 책은 2003년에 초판 발행된 연애 에세이집을 11년 만에 내용을 첨가해 새롭게 태어난 책이라고 한다.

1976년 데뷔 이래 2002년까지 27년간 무라카미 류가 발표해온 연애 에세이의 집대성이라는데…….

책 제목이 당혹스럽다.

책 내용은 더욱 당혹스럽다.

제목을 보고 판단했어야 했다. 애초 점잖은 걸 기대한 내가 순진한 거였어.

 

작가는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사랑스러운 여자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아버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아버지의 존재가 심리적으로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에 결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말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설명은 조금 엉뚱하다.

사랑스러운 여자는 연인에게 자주 아버지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여자가 최고라는 식이다. 설득력이 있는가.

 

남자는 소모품이고 여자는 전리품이라는 표현에서는 너무 막 나가고 있다. 남녀 간의 사랑이 전쟁 같다지만 인격조차 없는 물건 취급은 좀 지나친 표현이 아닐까. 하지만 이 정도는 얌전하다고 할까. 갈수록 사적이고 개인적인 성적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선정적인 표현들이 가득한 이야기, 술집에서 남자들끼리 할 수 있는 수위의 말일까.

 

작가는 남자들은 결혼을 거부하고 싶은데 제도의 강력한 힘에 밀려서 결혼한다고 한다. 그런가. 결혼하지 않고 계속 사귈 방법이 없어서 결국 결혼하게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자살하기 보다는 차라리 섹스라도 즐기는 편이 낫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그런 경우라면 자살이든 섹스든 둘 다 위험하다고 말하고 싶다.

심리치료가 현실적일 텐데…….

 

작가의 이야기 속에는 유년기의 근친상간이 남긴 트라우마, 인질극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인질이 범인과 사랑하게 된다는 스톡홀름 증후군,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뜻하는 SM클럽 마니아, 주부 불륜, 미성년자 매춘, 신혼 여행지에서의 파국 등 다소 강도 높고 센 이야기들이 즐비하다.

 

자신의 책인 <모든 남자는 소모품이다>의 글, 일본판 <플레이보이>지에 실었던 예전 글들, 영화와 책의 내용을 걸쭉하고 농도 짙은 색담으로 풀어 놓고 있다.

 

이런 용어들도 즐비하다. 변태성욕자, 스카톨로지, 마조히스트…….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겪은 직접적인 여행담, 야마다 에이미, 요시모토 바나나, 우치다 슌가쿠 등 일본 작가들의 소설 감상, 친구들에 대한 에피소드까지 담았다.

사적이고 개인적인 성적 취향을 가감 없이 낯 뜨거운 글로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단순한 연애 에세이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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