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이 걸어간다 달걀이 걸어 간다 : 베델과 후세 1
이영현 지음 / 하우넥스트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달걀이 걸어간다 베델과 후세]잊지 않을게요, 베델과 후세!

 

조국의 편과 반대편에 서서 정의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몇 있을까.

그것도 세계열강들이 미쳐있던 일제강점기에 말이다.

서양인들이 이권 목적으로, 선교목적으로 한반도에 들어와 교육 사업을 하고 언론 사업을 했다는 것을 역사 시간에 배웠지만 일본인이 조선의 입장을 대변한 줄은 몰랐었다. 지금도 일본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자기들 덕분에 한반도가 발전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데……. 심지어 독도마저 자기네 땅이라며 교과서에 넣기도 했다는데…….

일본인들의 역사왜곡과 영토에 대한 야욕을 보면서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사과하려는 양심적인 일본인이 몇이나 있을까 싶었다.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를 살면서 정의의 편에 선 두 외국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영현은 아버지의 회사 일로 한국을 떠나 영국에서 생활하게 된다. 영현은 영국 소녀인 수전 베델의 배려로 친하게 지내면서 수전 집에 묵고 있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온 유학생 빌과도 친구가 된다. 이들은 삼총사가 되어 외국인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친구들에 맞서 사우기도 하고 서로 힘과 용기를 주면서 우정을 쌓게 된다.

 

빌은 수단에서 소년병사로 전쟁을 겪었다. 그리고 한국인 신부 알프레드 리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상처치료는 물론 교육까지 받게 되었다. 신부님의 노력으로 교단의 장학금을 받으며 이젠 영국 유학생이 된 것이다.

 

어느 날, 학교에서 과제물 발표시간에 영현은 수전의 선조 중에 조선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던 베델 선생을 선택해서 발표하게 된다. 한편 빌은 자신을 구해준 한국인 신부 알프레드 리의 이야기를 발표하게 된다.

영현은 수전의 선조 중 100여 년 전에 한국을 위해 헌신했던 베델을 처음 알게 되면서 자료조사를 하게 된다.

 

영국 언론인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

1904년 영국 크로니클 지의 특파원으로 러일전쟁 취재차 조선에 파견된 그는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에 도착한 다음 날 해임되었기 때문이다. 해임된 이후 그는 고국인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인 양기탁과 함께 대한매일신보를 세운다. 그리고 주필 박은식, 집필진 신채호, 장지연, 안창호들과 함께 조선의 실상을 알리며 항일 사상을 고취시키게 된다.

 

처음에는 순 한글 판에서 시작해 점차 국한문 혼용판, 영문판까지 발행하게 되었다. 그는 신문을 통해 일제에 억압받는 조선인의 실상, 을사보호조약의 무효, 명성왕후 시해사건, 항일무장 투쟁, 헤이그 특사 파견 보도, 국채보상 운동 등을 국내외에 알렸다. 1907년, 1908년 벌금형과 금고형을 받게 되면서 심장병을 얻었고, 결국 그는 37세의 나이에 조선에서 생을 마감했다. 지금 그는 마포 양화진 외인 묘지에 잠들어 있다는데…….

그가 죽으면서 남긴 말도 한국을 위한 말이었다.

-나는 죽으나 대한매일신보는 영생케 하여 한국 동포를 구하시오.

 

그 발표 이후로 영현은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대학에서 역사전공으로 이어진다.

역사심포지엄을 통해 후세 강사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선조인 후세 다츠지의 활약을 알게 된다.

 

일본인 인권 변호사인 후세 다츠지(1880-1953).

대문호 톨스토이의 영향을 받아 사회적 약자와 민중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일본인이다. 평등과 인도주의적 신념으로 일본 내 하층민의 권리보호에 노력을 기울였고 조선과 대만 등 식민지인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변론해 준 변호사다. 조국인 일본의 침략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한국인과 대만인들의 인권을 위해 변론해 준 인권 변호사다.

 

1919년 2.8 독립선언으로 조선 유학생들이 잡혀가자 조선 유학생들을 변론했고 1920년대 의열단 사건과 관련한 변호를 했으며 일본의 조선 토지 수탈과 관련한 조사를 위해 조선을 방문하기도 했다.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이 자행한 조선인 학살사건을 비판하기도 했다. 1946년에는 '조선건국 헌법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영현은 일본으로 떠난 자원봉사여행에서 결국 사망하게 된다. 지하철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자신이 죽게 된 것이다.

 

생각을 심으면 행동을 거두고

행동을 심으면 습관을 거두고,

습관을 심으면 인격을 얻게 되고,

인격을 심으면 운명을 얻게 된다. (책에서)

 

1990년대  당시 영국과 일본은 동맹관계였기에 베델은 조국 영국과 반대편의 입장에서 언론활동을 한 것이다. 일본에 맞서 조선 침략의 부당함을 알리고 을사보호조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글을 신문에 실었던 진정한 언론인이었다. 힘없는 조선 백성들의 인권, 조선의 독립을 위해 애쓴 공로로 대한민국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되기도 했다.

후세 역시 조선의 독립 운동과 민중운동을 적극 지지했던 공로로 2004년에 뒤늦게나마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역사책의 한 자락에 마주했던 베델이 자신의 청춘을 먼 이국땅의 독립을 위해 바쳤다니……. 일본에서 태어난 일본인 후세가 올바른 일을 위해 자신의 조국이 아닌 상대국을 변론하고 도왔다니…….

 

이 소설은 나라와 민족을 가리지 않고 침묵보다 의로운 행동에 앞장 선 이들의 정신을 기리고자 쓴 소설이다. 수단에서 봉사하시다가 죽음을 맞은 이태석 신부님이 알프레드 리로 등장하고, 일본 지하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김수현 씨의 내용이 영현의 이야기에 숨겨져 있다.

 

'달걀이 걸어간다'는 말은 에티오피아 속담이라고 한다.

달걀은 걸을 수 없지만 병아리가 되고 닭이 되면 걷게 된다는 뜻이다. 모든 일은 작은 일에서 시작함을 일깨우는 말이다. 누군가의 작은 희생정신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널리 퍼져가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리라.

앞 표지는 베델, 뒷표지는 후세의 이미지가 담겨진 책, 제목마저도 의미있는 책이다.

 

민족과 나라를 떠나 의로운 일에 헌신과 희생을 보여준 이들의 이야기는 뜨거운 감동을 준다.

의인들의 거룩한 희생정신을 보며 숭고함, 인류애, 정의를 생각하게 된다.

가슴 뭉클한 이야기,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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