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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입니다
안도현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당신입니다]안도현 시인의 러브레터 같은 산문집~
안도현 시인의 산문집은 처음 접합니다.
시인의 산문집이라서 산문도 시가 되나 봅니다.
독서를 통해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모은 글 속에서
또 다른 작가들을 만나게 됩니다.
친구를 통해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느낌입니다.
시인의 러브레터 같은 산문집입니다.
독서일기 같은 느낌도 들어요.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 문태준의 시 <꽃 진 자리에> 전문
꽃 진 자리는 그리움의 자리겠죠.
외로워하다 그리워하다 세상과 이별하는 자리겠죠.
그 자리가 언젠가는 제 자리겠죠.
한때는 붉게 타오르기도 하지만
그리워하다 외로워하다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겠죠.
화려했던 꽃잎의 낙화는
그대로 그리움임을 절감합니다.
아무도 없이 혼자 외로운 건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
외로운 것보다
훨씬 쉬워요. - 포셔 넬슨의 산문 <사랑의 끝에서 나를 만나다> 중에서
둘이서 외로운 것보다 혼자 외로운 게 쉬울까요?
고독을 즐길 수 있다면
어느 쪽이나 매한가지 아닐까요?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고 누군가 말했죠.
고독을 즐길 수 있는 경지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물결이 다하는 곳까지가 바다이다
대기 속에서
그 사람의 숨결이 닿는 데까지가
그 사람이다
아니 그 사람이 그리워하는 사람까지가
그 사람이다
오 그리운 푸른 하늘 속의 두 사람이여
민주주의의 처음이여 - 고은의 시 <그리움> 전문
고은 시인의 시를 처음 접합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여러 번 추천되기도 했지요.
경계를 짓는 일은 늘 분쟁의 대상임을 압니다.
물결이 다하는 곳까지
숨결이 닿는 데까지
그리워하는 사람까지
손이 닿는 곳까지
시선이 머무는 데까지
소리가 닿는 곳까지
걸음이 닿는 곳까지
…….
거기까지가 제자리임을 생각합니다.
욕심내지 말고 힘닿는 데까지
즐기며 사는 게
행복임도 생각합니다.
영역의 경계를 구분하는 일이 참으로 어려운데
시인은 명쾌하게 정리해 주네요.
내 곁에서 나의 밤을 지키는 별이 되어주오 라고 썼다가 지운다 그대가 운명이라면 내게도 봄이 올 것이다라고 썼다가 지운다 잠시라도 나를 자유롭게 한 것은 그대였다 꿈이었다했다가 지운다 노래는 그대를 찾아왔노라 썼다가 또다시 지운다 그대가 마지막이라면 새로운 시작이 되리라 했다가 지운다 안녕이라고 할 수도 없어 지운다 장미는 그대가 낳았다고 썼다가 지운다 ― 조민선의 <한 줄의 연애편지> 중에서
사랑에 빠진 이의 러브레터이기에 긴 편지를 썼다가 지우네요.
문장부호가 없어서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가 연상되네요.
오롯이 마음을 담아 마음을 울리기 위한 고민의 밤들…….
지금은 문자로 썼다 지웠다 하는 스마트폰 시대.
잉크와 종이가 아니지만
떨리는 마음 설레는 마음은 여전하겠지요.
썼다가 지우는 것
인생에서도 많음을 생각합니다.
처음 알게 된 작가들이 많아서
새롭고 반가운 책입니다.
친구를 소개받은 느낌,
저만 그런가요.
안도현 시인의 생각이 묻어나는 책
러브레터 같기도 하고 사색의 아포리즘 같은 책,
추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