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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3 - 장정일의 독서일기 ㅣ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3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장정일의 독서일기 10권 째.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읽은 적이 있기에 그가 다독가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책에 관해서 여러 권을 썼다는 사실은 몰랐다. <장정일의 독서일기>가 무려 7권이나 되고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이 벌써 3권 째라는데…….
돈 한 푼 안 쓰고 1년 살기, 마크 보일, 부글, 2010
그의 책을 읽은 적은 없지만 책 속에서 에피소드로 접한 이야기여서 잘 알고 있다.
그는 돈 한 푼 안 쓰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보여주고자 돈이 들지 않는 주거공간(이동식 주택), 에너지, 식량, 운송 수단을 얻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기술을 익혀 약간의 기술 나눔을 하며 먹을 것을 얻는 생활을 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이 실험을 통해 현대의 금융 구조에 대한 저항과 대안을 모색하고자 했다.(책에서)
그의 실험은 돈의 노예다시피한 현대인의 삶에 경종을 울리고 소박하고 검소한 삶의 가치를 가르치기 위해서 선택한 체험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밥벌이를 위해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구조, 생존을 위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다.
역설적으로 이 실험이 증명한 것은 돈을 쓰지 않는 생활이 철저한 자급자족이 아니라 인간은 상호의존적인 존재이며 공동체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이다. (책에서)
상당히 극단적인 실험이었지만 돈이 들지 않았고 쓰레기가 발생하지도 않았던 그의 실험은 일단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재능과 기술의 교환이 가능한 공동체라야 돈에서 자유롭고 자급자족이 가능함을 일깨웠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과도한 소비주의, 과도한 금융권의 탐욕에 경종을 울리려는 생태 주의적 실험을 했던 것이다. 밥벌이를 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실험이었지만 금융권의 탐욕, 무분별한 과소비에 대한 일침은 되지 않았을까.
맹신자들, 에릭 호퍼, 궁리, 2011
얼마 전에 에릭 호퍼의 <인간의 조건>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알게 된 작가다. 1951년 출간된 <맹신자들>은 초등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작가를 주목받는 사상가로 만들었다는데.
미국의 에세이스트 에릭 호퍼의 <맹신자들>은 민주화 운동을 억누르려는 정부나 저항적 대중운동을 삐딱하게 보고자 하는 권위주의적인 지식인들 모두에게 일종의 복음이 되었다.(책에서)
근대화와 반공을 기치로 민중운동이나 민주화운동을 규제했던 시절, 이 책의 일부분이 오독되어 권위주의적인 정권에 악용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에는 저항적 대중운동의 확산을 방지하고 선의를 호도해야 했던 독재정권이 전유할 수 있는 요소가 무궁하다.(중략) 호퍼는 사회 구성원들이 현실에서 안정감을 느낄 때 대중운동의 열기도 식는다면서, 극빈층과 이민 문제의 해결을 강조한다.(책에서)
독재적인 권력자들이 호퍼의 논리를 오역하고 악용했다는 것이다. 섣부른 오독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자신의 입장에서 해석해버렸다는 것인데……. 호퍼는 오히려 맹신자가 되지 않으려면 자신의 개성과 주체성을 돌보라고 당부했다는데…….
평생 노동자로 살다간 사회철학자 호퍼의 인생만큼이나 그의 사상은 삶에 대한 깊은 통찰로 가득하다. 호퍼가 그 오역을 들었다면 무슨 말을 할까.
이 책에는 2011년, 2012년, 2013년의 독서일기가 수록되어 있다.
1994년에 <장정일의 독서일기가 처음 나온 이래로 그는 쭉 독서일기를 써 왔다고 한다.
이 책에는 철학, 노동, 사회학, 인문, 역사, 정치 등 다방면의 책을 읽고 생각을 남겼다.
내가 읽은 책이 몇 권 되지 않음에 그저 놀랄 따름이다.
그래도 아는 작가들이 좀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게 된다.
책을 읽고 글을 남기는 입장에서 저자의 독서일기는 좋은 공부가 되었다.
20여 년의 내공이 느껴지는 독서일기, 깊이가 남다르다.
추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