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 인간과 자연에 대한 아포리즘
에릭 호퍼 지음, 정지호 옮김 / 이다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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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간의 조건] 에릭 호퍼의 인간과 자연에 대한 아포리즘

 

인간의 창조성의 원천은 그 불완전함에 있다. 인간은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보충하기 위해 창조력을 발휘한다. 특화된 기관이 없기 때문에 호모 파베르(무기와 도구의 제작자)가 되었고, 타고난 기술이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호모 루덴스(연주가, 장인, 예술가)가 되었다. (책에서)

 

이 책의 저자는 에릭 호퍼(1902~1983)다.

평생을 떠돌이 노동자로 살다간 미국의 사회철학자다. 7세 때 시력을 잃어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15세 때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했다. 그 후 그는 독서와 사색만으로 독자적인 사상을 구축해 세계적인 사상가의 반열에 올랐다.

떠돌이 노동자로서의 삶과 광적인 독서량, 깊은 사색을 통해 얻어진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과 사회에 대한 냉철한 현실 인식은 전후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1983년 미국 대통령의 자유훈장을 받았다.

 

자연은 완전하지만, 인간을 절대로 그렇지 못하다. 완전한 개미, 완전한 꿀벌은 있지만 인간은 영원히 미완성이다.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의 구별되는 점도 이런 치유할 수 없는 불완전함이다. 실은 인간이 창조를 하게 된 것도 자신을 완성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더욱이, 치유할 수 없는 불완전함 때문에 인간은 영원히 미숙한 존재로 남아, 끝없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책에서)

 

자연의 완전성, 인간의 불완전성을 노자는 이미 간파했기에 자연을 노래한 걸까. 자연의 순리 앞에 수긍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현실이기에, 깊은 공감이다.

인간의 성장 욕구, 인간의 끝없는 욕망도 모두 불완전함에서 비롯되었음을 생각한다. 그렇기에 미숙한 자아는 배움이라는 동력을 늘 필요로 하나보다.

 

인간의 불완전성은 행동이전에 사색을 필요로 한다. 생각하는 인간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교육의 주요 역할은 학습 의욕과 학습 능력을 심어주는 것이다. 교육은 배운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을 양성해야 한다.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는 배우는 사회이며, 그곳에서는 주부모도 부모도 자식도 모두 학생이다.

급변의 시대에 미래를 이어길 사람은 계속 배우는 학습자이다. 배움을 끝낸 사람이게는 과거의 세계에서 살아갈 기술밖에 남아 있지 않다.(책에서)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시행착오는 일상일 것이다. 행동을 위한 판단은 늘 미숙하기에 우린 신중하게 생각하고 사색을 해야 하나 보다. 생각하는 인간인 이유, 배워야 하는 이유가 모두 인간의 불완전성에 있다니! 정말 깊은 동감이다.

 

언어는 질문하기 위해 발명된 것이다. 답변은 소리나 몸짓으로 할 수 있지만 질문은 말로 해야 한다. 인간이 처음으로 질문을 했을 때, 드디어 인간성이 완성되었다. 사회 침체는 답변이 부족할 때가 아니라 질문을 할 충동이 결여될 때 나타난다.(책에서)

 

질문도 없고 의심도 없는 우리의 수업상황을 생각한다. 수업에 활력이 있으려면, 배움에 생기가 있으려면 의심하고 질문해야 하는 법이다. 그저 지식을 필기하고 암기하고, 단편적인 지식이 주입되는 상황에서 어찌 지혜가 싹틀까. 질문 없는 수업이 언제까지 이어져야 할까. 질문하는 교실, 생각하는 학생에 대한 로망은 언제쯤 이뤄질까. 질문이 살아있는 학교라면 배움이 행복할 텐데…….

 

자기 자신과 대화를 더 이상 하지 않을 때 종말이 온다. 이는 순수한 사고의 종말이며 마지막 고독의 시작이다. 주목할 것은 자기 내면과의 대화 중단이 주변 세계에 대한 관심에도 종지부를 찍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마치 자신에게 보고를 해야 할 때만 세상을 관찰하고 고찰하는 것 같다. (책에서)

 

행복하려면 자신과의 대화를 하라는 과학자의 연구결과를 담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자신과의 대화, 명상의 시간, 잠시 하루를 돌아보는 침묵의 시간이 중요함을 늘 느낀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자신과 대면할 시간이 과연 몇 분이나 될지. 스스로에 대한 파악조차 안 되어 있는 현실이 아닐까. 늘 자신과의 대화에 허기져 있기에 오늘 부터라도 그 허기를 채워야겠다.

이 책에는 삶에 힘이 되는 경구들이 많다. 삶과 자연에 대한 아포리즘들이다. 매일 조금씩 읽으며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게 만드는 책,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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