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쓰가루 백년식당] 벚꽃이 흐드러진 쓰가루, 꿈과 가업의 이야기!

 

꿈을 찾아가느냐 전통을 이어가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봄 내음이 진동하는 소설, 읽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소설을 만났다.

 

책표지에는 수령이 오래된 벚나무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나무 아래엔 환하게 불빛을 밝힌 전통가옥이 있다. 그 옆으론 올망졸망 장독들이 놓여 있다. 낡은 창문과 지붕에서는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제법 옛날풍이다. 하늘에는 눈썹을 닮은 초승달과 금가루 같은 별이 총총 떠 있고 마당에는 두 남녀가 인사를 나누는 것처럼 마주하고 있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것은 밝고 즐겁고 느릿해서 편안한 느낌이다.

쓰가루는 일본 아오모리 현 서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100년을 이어가는 백년식당은 쓰가루 지역에서 3대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고 4대째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가 이 소설의 큰 줄거리다.

 

1대인 오모리 겐지는 오모리 식당의 창업주다.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발가락이 없었지만 엄마의 격려로 늘 행운과 함께 한다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소심한 성격의 그이지만 먹는 사람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메밀국수 맛을 전하는 게 신조이다.

 

3대인 오모리 데쓰오. 창업 100주년을 맞은 오모리 식당의 현재 주인이다. 방탕한 아버지의 뒤를 잇느라 여섯 살 때부터 가게 일을 도왔고 경제사정으로 고등학교 진학조차 못하고 식당을 이어왔다. 하지만 가난한 식당을 아들 오모리 요이치에게까지 대물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4대인 오모리 요이치는 수줍음 많은 순수한 28세의 청년이다. 도쿄에서 광고회사에 취직했다가 그만둔 뒤 지금은 피에로 복장을 하고 풍선 아트 쇼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사진작가를 꿈꾸는 당찬 나나미를 만나면서 사랑과 백년식당 대물림 받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아버지 데쓰오의 하루는 늘 이런 기도로 시작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하고 담담한 하루가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그는 살면서 체득했기 때문이다. 사고와 질병, 죽음을 접하면서 무사한 하루에 대한 절실함이 그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그가 면발을 뽑으면 아내는 깊은 맛의 국물을 우려냈다.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이들도 먹는 사람의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는 메밀국수 만들기에 최선을 다해 왔다.

 

요이치는 나나미와 결혼을 하게 될까. 백년식당을 이어가게 될까.

저자는 열린 결말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선택권을 던져준다. 당신이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자신의 꿈을 찾아 가느냐, 가업을 이어 전통을 유지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소중한 것은 세월을 넘어 이어질까. 전통의 가치가 꿈의 가치를 넘어 설 수 있을까. 가업을 잇는 일은 피로 통하는 유전자 같은 걸까. 혼 같은 정신적 유산일까. 가업을 이어 전통의 맛을 지켜내는 일, 손님의 마음을 지켜내는 일은 명맥을 이을 가치가 분명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분야를 꾸준히 파고드는 사람의 열정과 인내를 느낄 수 있다. 한자리에서 대대로 이어서 식당을 한다는 건 맛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 철학이 있기 때문이리라.

한국보다 가업의 중요성을 높이 여기는 일본의 특징이 잘 드러난 소설이다.

벚꽃 잎이 전하는 봄내음이 진동하는 소설이다.

 

원조라든지 백년식당이라는 말에는 성숙한 맛과 오래 우려낸 진한 국물 맛이 들어 있다. 그런 깊은 맛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기에 원조에 끌리는 것이리라.

 

한자리에서 백 년 동안 집안대대로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 식당이 있다면 한번쯤 가보고 싶다. 전통과 분위기에 압도되어 맛을 음미하며 느릿하게 음식에 취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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