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가 들려주는 어린이 권리
제라르 도텔 지음, 곽노경 옮김, 루이즈 외젤 그림 / 개암나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유니세프가 들려주는 어린이 권리, 어린이는 어른의 소유가 아닙니다!

 

 

어린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면 소파 방정환 선생(1899~1931)이 떠오른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에 대한 마땅한 호칭이 없는 것을 알고 '어린이'라는 호칭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그는 가난과 고통으로 슬퍼하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과 기쁨을 주고자 '어린이날'을 만들고, 어린이 잡지를 만들고 동화와 동요를 쓴 어린이 문화운동가, 어린이 인권운동가였다.

 

어린이가 어른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는 실천하기는 힘든 것 같다.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아동인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을 보면 말이다.

올해(2014년)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이 25주년을 맞는다. 많은 나라들이 이 협약을 지키기로 했지만 아직도 영양실조로 시달리는 아이, 힘겨운 노동으로 밥벌이하는 아이, 인신매매나 폭력으로 고생하는 아이, 약이 없어서 병으로 죽는 아이 들이 많다고 한다.

이 책은 아동인권의 실태를 고발하고 아동인권 존중을 촉구하는 책이다.

인도의 가출 소녀 라리타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가슴을 아리게 한다.

라리타는 집에서 염소를 돌보고 엄마를 도우라는 아빠의 말에 8살 때 학교를 그만 두었다. 11살 때는 돈 많은 남자란 결혼하라는 아빠의 말에 듣고 집을 나왔다. 그리고 학교선생님의 도움으로 의사를 꿈꾸며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부모의 무지와 돈에 대한 욕망이 아이의 권리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조차 잃고 있음에 통탄스럽다.

 

현재 인도 정부에서 초등학교 의무 교육을 시행하면서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학교 다니지 않는 여자 아이들이 아직도 많다고 한다.

참고로 전 세계에서 초등학교에 들어간 여학생 5명 중 1명은 학업을 끝마치지 못한다고 한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어린이 중 75%는 어머니가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전 세계 어린이의 10%가 학교에 가지 못하고 개발도상국에서는 어린이의 20%가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실정이다.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교육받을 권리, 아이들의 인격을 존중하는 학교규율 역시 절실함을 느낀다.

 

콩고 민주 공화국의 어린 병사 조제프의 전쟁으로 받은 상처는 충격적이다.

소년 조제프는 콩고의 카고망고라는 부대로 보내졌다. 나라를 위해 봉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굶주리지 않게 하려고 아빠는 조제프를 군대로 보냈다. 군대에서는 기관총 쏘는 방법 등 고된 훈련을 했고 실제로 전쟁터에서 총을 쏘게 했다고 한다.

다행히 조제프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건졌지만 전쟁의 피비린내를 맡고부터는 다른 어린 병사들처럼 마리화나를 피우고 술을 마셨다. 전쟁으로 받은 상처를 잊기 위해, 피비린내를 잊기 위해서 말이다. 멋모르고 했던 총싸움에 정신 이상인 소년병까지 생기고 있다니!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어린이들은 200만 명이라고 한다. 부상자까지 합치면 사상자는 3배로 늘어난다.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결정할 때 우리는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어른들은 우리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책에서)

 

나이지리아에 사는 13 살 소녀인 자하라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신랑과 결혼을 해야 했다. 아빠와 새엄마의 결정에 그저 순종할 수밖에 없는 풍습이니까. 친한 친구들도 이미 결혼했거나 아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라에서는 조혼을 금하고 있었기에 추장과 판사들은 자하라의 아버지에게 경고를 주었다. 결국 아버지는 신랑에게서 받은 선물과 돈을 돌려주었고 자하라는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직도 나이지리아의 조혼율은 15살 이전에 여자 아이들의 50%라고 한다. 청소년의 절반 정도가 17살 이전에 아기를 낳는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18살 이전에 결혼한 여자 아이들의 수는 7000만 명이다. 조혼은 사하라 남쪽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서 가장 심각하고 니제르와 방글라데시에서 아직도 행해지고 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아이가 엄마가 된다면 아이교육은 또 다른 문제가 된다. 게다가 조혼은 어린이의 건강과 행복을 위협한다고 한다. 미성숙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랑도 없이 결혼하는 남자들의 이야기에 기가 막힐 정도다.

이 책에는 생후 18개월인데도 몸무게가 4kg밖에 되지 않는 에티오피아의 이망, 가족의 생계 때문에 6살부터 벽돌 공장에서 일하다 집을 나와 거리에서 폐품을 주워 파는 파키스탄의 13살 소년 지샹, 마리화나와 술로 피의 기억을 지워가는 콩고 민주 공화국의 소년병 조제프까지, 염소를 돌보기 위해 학교를 떠났던 인도 소녀가 가출을 감행하며 의사의 꿈을 키워가는 이야기 등이 있다.

 

누구나 존중 받으며 살 권리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평등하지도 않고 평화롭지도 않으며 행복하지도 않은 아이들이 너무나 많으니까. 어린이들의 어른의 소유물이 아님을 늘 인식했으면 좋겠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아이들의 인권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해 주는 지구촌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른들이 어린이의 인권을 존중한다면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고 배려하게 되지 않을까. 무시하고 괴롭히는 왕따 문제, 학교폭력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 서로 존중하며 지구촌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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