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2억 인도를 만나다
김도영 지음 / 북치는마을 / 2013년 12월
평점 :
[12억 인도를 만나다]인도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이야기, 흥미진진해!
인도라면 종교의 나라, 갠지스 강에 몸을 씻고 있는 사람들, 길거리의 인력거, 가부좌를 틀고 구도를 하는 모습 등을 떠올리게 된다.
코끼리 걸음처럼 느릿한 변화, 때로는 인도다울 정도의 무변화가 아직도 많은 나라, 종교적인 관습, 열심히 공부하는 인도 공과 대학 등이 떠오른다.
인도인은 감사해야 할 때 감사하다고 말하지 않고,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도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않고, 상대방이 화를 내더라도 맞받아치지 않는다.(책에서)
왜 인도인들은 화내지도, 감사하지도, 미안해하지도 않는 걸까.
인도에서는 화내는 사람을 미성숙한 사람으로 본다고 한다. 인도 초등학교에서는 moral education 시간에 힌두 신들의 이야기, 기따나 등을 배운다. 이때 화를 무의식적으로 정죄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가정에서도 아이들은 화를 다스릴 수 있도록 수를 세게 한다.
화를 내는 사람은 인격이 덜 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기에 누구도 상대하려 않는다.
그리고 화를 내는 사람은 힘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화가 누그러지기를 기다린다.
무엇보다 화내는 사람이 자기 잘못을 감추려고 화를 낸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화를 내지 않도록 아이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훈련을 받는다.
어른들이 끼는 반지는 멋이 아니라 사주에 맞춘 반지가 대부분이다. 화를 내는 성품을 다스리기 위해 반지를 점성술에 맞춰 낄 정도다.
인도인의 감사하다는 말은 종교적인 영향이 크다. 종교적으로 , 남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은 다음 생에 더 나은 신분으로 태어나기 위한 업보가 될 것이기에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숙명론, 인과응보론, 전생론의 입장에서 은혜를 베푸는 것은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기에 오히려 은혜를 베푼 사람이 고마워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도인들은 말로는 잘 하지 않지만 감사를 기억하고 그 인연으로 관계 맺는다. 감사를 마음에 새기고 두고두고 고맙다고 기억한다. 그 당시에는 표현하지 않지만 그 일은 끝나지 않고 훗날까지 인간적인 관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빈부의 차이가 현격할 때 돕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돈을 달라는 거지의 태도가 너무도 당당한 나라다.
미안하다는 말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말이기에 절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잘못을 했거나 같은 계급 사이에서는 미안하다고 한다. 이때에도 잘못을 인정하는 뜻이 아니라 책임을 지지 않는 가벼운 실수라는 의미이다.
인도인의 관용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까지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마늘 냄새가 난다거나, 김치냄새가 난다고 핀잔하는 법이 없이 그대로의 상황을 수용한다. 이러한 인도인들의 관대함은 정신적으로 힌두교의 덕분이다. 세상의 모든 신들은 힌두 최고의 신인 삼신의 화신으로 수용하기 때문에 종교 간의 마찰도 없을 정도다.
하지만 1990년 이후 관용의 철학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잘못도 타인의 잘못도 용납하지 않는 사회, 심지어는 서로 해치거나 자살하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20년 동안 이들을 변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인도를 강타하면서 뛰는 물가, 노동자 해고, 일의 압박 등은 이들의 하루를 피로하게 만들어 버렸다. 확대되는 산업화의 물결 또한 느릿한 인도를 빠름과 긴장으로 압박하게 되면서 살인과 폭력, 분노, 무관용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카스트 제도의 내부 질서가 깨어지고 계약관계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경쟁과 혼란이 생존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또한 산업화에 따른 시간 엄수 역시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지금 인도는 전철, 도로망, 공항 등 외형적인 변화와 사고, 취향 등 내면적인 변화가 인도 역시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불가피하지 않을까.
이 책에는 인도의 교육제도, 사립학교, 공립하교, 영어교육, 결혼, 권력, 종교, 연애풍속, 점성술, 사업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350여 쪽에 걸쳐서 펼쳐진다.
말하기와 영어를 강조하는 교육 시스템 등이 인상적이다.
서로 상반된 정신적인 측면과 물질적인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인도다.
오랜 침묵을 깨듯, 겨울잠에서 깨어나듯, 인도 사회는 서서히 역동적으로 바뀌면서 인도인의 성품마저 바꾸고 있다. 앞으로 인도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진다.
인도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없기에 바뀌고 있는 인도 이야기, 인도의 민낯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