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거리에서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침묵의 거리에서]학교 폭력에 대한 소설, 어른들이 모르는 아이들의 얼굴도 있다!

 

 

중학생은 잔인하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잔인한 시기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잔인함은 혼자 서는 과정에서 터지는 고름 같은 것이다. 다들 더는 어른들에게 울면서 매달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기들끼리 생존 게임을 시작한다.(책에서)

 

저자는 오쿠다 히데오.

2002년 <인 더 폴>로 나오키 상 후보에 올랐고, <방해>로 제4회 오야부 하루히코 상을, 2004년 <공중그네>로 제 131회 나오키 상을, 2009년 <올림픽의 몸값>으로 제 4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사회 부조리에 대한 고발을 담으면서도 인간 내면의 따뜻함도 세밀하게 그린다. 게다가 웃음을 선사하는 친절함도 있다.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에서 보여준 것처럼 무거운 주제를 의미심장하게 던지면서도 유머코드로 녹아내는 작가의 세련된 필치에 매번 놀라게 된다.

이 책은 중학교에서 일어난 학생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한여름 해 저물녘, 나구라 유이치의 엄마가 학교로 전화를 한다. 아들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기말고사문제로 학교에 남아있던 국어 교사 이지마 히로시는 자그마한 덩치의 얌전한 나구라를 떠올리며 교내를 수색하게 된다. 그리고 발견한 것은 복도 끝 난간 아래에서 쓰러진 나구라의 시신.

 

경찰의 조사 결과 학교 운동부실 지붕에는 여러 개의 운동화 발자국이 나 있었고, 나구라의 등에는 깊게 꼬집힌 자국이 무수히 나 있었다. 평소 운동부실 지붕은 남학생들의 담력시험장이었던 곳이다. 지붕에서 은행나무로 뛰어내리면서 담력을 테스트 하던 곳이었다.

 

소년의 등에서 발견된 내출혈 자국, 멍자국은 누구의 짓일까. 옷에 있는 나무껍질이 단서일까. 나뭇가지에 매달렸다가 떨어진 걸까.

단순사고일까, 사건일까. 교내 폭력일까, 가정불화로 인한 부모 학대일까.

 

좁은 지역사회라서 이 소식은 순식간에 퍼지고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의 움직임은 긴박하게 돌아간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충실하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형사 도요카와 고헤이, 신문기자 다카무라 마오, 검사, 피해자 가족,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과 그 부모들, 변호사 등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나구라네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포목상, 부동산 부자인 유서 깊은 지역 유지였다. 나구라는 부잣집 아들에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키가 작은 학생으로 평소에 테니스부원들에게 왕따와 셔틀을 당하고 있었다.

경찰은 학생이 자살한 이유가 왕따였다고 추정하며 조사해 나간다. 나구라는 평소 이들을 대신해서 숙제를 하고 , 잡지를 사다 바치고, 돌림 빵을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같은 테니스 부원인 에이스케, 겐타, 슈토, 가즈키는 나구라를 괴롭힌 사실로 인해 상해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고 아이들의 부모들 역시 공동으로 전담 변호사를 꾸려 대응해 나간다.

주동자로 몰린 에이스케는 체격이 크고 운동도 잘하고 위험한 장난, 싸움을 즐기는 아이였기에 가장 많은 의심을 받는다. 싸움꾼인 아이가 유약하고 얌전한 도련님을 어떻게 다룰지는 뻔한 일이니까.

이 책에는 학교, 유가족, 가해자 가족, 경찰, 법조계, 언론인이 펼치는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이기적 인간의 모습이 세밀히 묘사되어 있다. 허를 찌르는 반전도 있다.

 

증거는 없고 심증만 있는 사건, 목격자도 없는 사건, 증인도 없는 사건을 두고 침묵하는 아이들, 방관하거나 공조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영화 <이끼>를 보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의 사회에서도 방관과 공조, 침묵과 외면이 범죄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섬뜩하게 그려져 있다.

 

귀한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 가해자 어머니의 자식을 지키고 싶은 심정, 교사들이 반 학생들과 학교를 지키고 싶은 심정, 기자들의 특종 찾기, 경찰들의 범인 찾기에서 이기적인 인간 군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찾을 수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부모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아이들이 아무런 관련이 없기를 바랄 것이고, 죽은 아이의 부모 입장은 억울함을 풀고 정의가 바로 서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 서로의 이해가 엇갈리는 상황들을 마치 오늘의 뉴스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 있게 묘사했다. 자식을 지키려는 마음, 자식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부모의 마음이 어떻게 충돌하는지, 그 이해관계를 잘 그린 소설이 아닐까.

 

현실적인 이야기, 지금도 어딘가에서 일어날 것만 같은 이야기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가슴을 뜨겁게 한다. 역시 탄탄한 스토리에 긴박감, 반전까지 있는 소설이다.

약하고 여린 학생의 죽음, 집단 괴롭힘이 이웃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현실이기도 해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읽게 되는 소설이다.

 왕따, 학교폭력이 없는 세상, 행복한 학교가 되길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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