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이 뭐예요? - Who am I?
김세준 지음, 김미진 그림 / 매직하우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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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이 뭐예요?] 자아를 찾아 떠나는 씨앗과 나비의 여행

 

한번 뿐인 생이기에, 누구나 아름답게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할 것이다. 누구나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을 것이고, 쓸모 있는 특별한 존재로 인정받고 싶을 것이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찬란한 때를 꿈꾸는 것은 모든 씨앗의 희망사항이겠지. 그렇게 세상의 모든 것이 나름 의미 있는 특별한 존재들이길 원할 것이다.

한 알의 씨앗이 바람을 타고 초라하고 가난한 마을 꽃밭에 내려앉았다면 실패한 씨앗일까.

어느 날 씨앗은 칙칙하고 우울한 동네로 날아왔다.

그곳에는 채송화, 방울꽃, 무궁화, 맨드라미, 나팔꽃, 할미꽃 등이 피어있었다.

 

-너는 처음 보는 씨앗이로구나.

-잡초 나부랭이인가 봐.

 

씨앗은 꽃들과 나비들이 처음 본다는 말, 잡초라는 말에 미움과 실망감이 몰려온다.

하지만 여기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봤자 모양새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상처받은 가슴을 달래며 나비의 도움을 받아 떠나게 된다.

자신이 잡초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땅 속으로 들어갈 엄두도 못 내는 씨앗은 나비의 등에 올라타고 복잡한 대도시로 날아간다.

 

대도시에서 씨앗이 본 것은 신기한 것 천지였다.

대도시의 아름다운 야경에 황홀함을 느끼지만 곧 매캐한 공기와 정신을 혼란하게 만드는 소음에 기겁하게 된다.

 

무표정한 도시의 사람들. 지하철 역 앞에서 만난 바쁘게 뛰어가는 직장인들, 바닷가에서 만난 큰 배를 만드는 사람들, 모두가 목적도 없이, 꿈도 없이 내달리기만 하는 사람들을 보며 답답해한다. 무턱대고 경쟁에 시달려온 바쁜 사람들의 모습에 씨앗은 인생의 팍팍함을 느꼈을까.

 

연인들이 나비를 잡으려는 모습을 보며 씨앗은 깨닫게 된다.

한 마리의 나비 잡기, 한 묶음의 꽃다발은 결국 오랫동안 보는 아름다움을 포기하는 것이다. 한 순간의 아름다움을 소유하지 않으면 온 세상의 아름다움을 언제나 누릴 텐데.

결국 거대한 집을 갖는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나만의 공간을 늘리다 보면 남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삶의 무게를 지고 구부정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도시의 남자는 힘들어 죽겠다는 말을 연발한다.

 

씨앗은 잔인함의 일상화에 빠진 사람들을 뒤로하고 어느 나무 위로 내려앉는다.

매미는 자연에서 많은 것을 깨치게 된다. 땅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17년을 땅 속에서 살았던 매미의 삶에 감동하게 된다.

 

일주일간의 세상 여행이지만 찬란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희망으로 기쁘게 지냈다는 매미, 단 하루를 살기 위해 3년간 유충으로 보냈다는 하루살이, 개미, 물가의 나무, 쇠똥구리, 사과나무, 장지뱀, 잡초, 장미꽃 야생화, 해바라기, 토끼의 이야기에서 모두가 특별한 존재임을 깨치게 된다.

이 책은 세상과 하나 되는 이야기다.

자연과 함께,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특별한 세상으로 만드는 것은 자신에게 있음을 말해주는 책이다.

모두가 특별한 존재이므로 서로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야 함을 말해주는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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