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지음 / 북로드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사랑도, 기억도  쉬지 않는다.

 

사랑은 운명, 운명엔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러니 사랑도 타이밍이야!

20대는 무엇에도 흔들리는 나이지만 잦은 모임은 청춘들을 사랑의 열병으로 흔들어 놓는다. 물론 타이밍이 잘 맞아 준다면 사랑의 스파이크는 당연지사겠지. 하지만 절묘한 타이밍을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운명은 비껴갈 수 있을 텐데. 살면서 비껴간 운명이 얼마나 많을까.

PC통신 요리 동호회에 들게 된 홍아는 친구인 현수를 끌어 들인다.

방송 작가 지망생인 홍아의 대화명은 우체통, 역시 방송 작가 지망생인 현수의 대화명은 제인이다. 그 남자의 대화명은 착한 스프다.

170cm 키에 마른 체격의 무덤덤한 현수와 이기적이고 예쁘고 발랄한 홍아는 단짝 친구다.

홍아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온라인의 요리 동호회가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지면서 이들은 착한 스프와 가까이 지내게 된다.

 

착한 스프는 프랑스 요리 학교 코르동블루에서 공부한 요리사다. 지금은 이모부의 족발 집에서 일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을 건 프랑스 음식점을 차리는 게 그의 꿈이라는데…….

부잣집 딸인 홍아는 가난한 남자나 집에서 반대하는 결혼은 안하겠다고 선언한다. 한 번의 파경을 경험한 이후에 홍아는 요리 동호회에 적극적이게 되면서 착한 스프와의 만남도 잦아졌다. 마음이 없다면 모임이 어려운 게 남녀 사이다.

 

착한 스프는 우체통이 편하다고 했다. 남자가 여자에게 편하다고 느낀다면 일종의 사랑 고백 같은 것이리라. 제인은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 또 두드려 보고도 안 건너기도 하는 꼼꼼 형이다. 착한 스프와 만날 때는 늘 우체통과 함께 했기에 착한 스프에 대한 감정을 스스로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착한 스프에게 자꾸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한 열흘 됐어. 니가 그렇게 신호를 줘도 알아채지 못해서, 다른 여자 만나기로 했어.

-난 나를 인정해주는 여자가 좋아. 아무리 내가 좋아해도 여자가 싫다고 하면 대시하지 않아. 사랑은 쌍방통행이지. 일방통행이 아니잖아.

 

착한 스프가 자신을 좋아하는 지도 몰랐는데, 좋아했었다니,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몰라줘서 좀 귀여운 여자와 만나고 있다니! 이기적인 홍아가 늘 중간에 있었기에 착한 스프가 우체통을 좋아하고 있다고 오해했는데......

갑자기 무언가를 뺏긴 듯 한 느낌의 제인. 제인은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보내준 신호들은 제인에 대해 알고 싶어서 우체통에게 물은 일, 자신에게는 눈도 잘 마주치지 않고 우체통에게만 말을 건 점, 자신의 집으로 불러 밥을 해먹이고 매번 다른 반찬을 해 준 점 등이었다.

이미 지나간 버스를 잡으려고 뛰어가려는 것은 얼마나 허망한 일일까. 뒷북은 언제나 슬픈 고통을 동반하는데. 그러게 사람들이 큰 소리로 말하는 것보다 스쳐 듯 하는 말 중에 진실이 숨어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다 혼자 착한 스프를 짝사랑하는 제인 앞에 멋진 선배가 사랑고백을 하게 된다.

 

넌 갖기 어렵지만 갖게 되면 전부를 던질 여자야. 갖기 어렵다는 것도 맘에 들고, 갖게 되면 영혼까지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 (책에서)

 

아직 느낌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여자와 자신의 운명을 드디어 만났다는 남자의 결합인데.

사랑에 있어서 엇갈리기만 하는 제인에게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제인이 착한 스프의 눈에 자신이 남아 있지 않을까 해서 뚫어지게 보는 장면에서는 애처로움마저 인다.

만약, 내가 사랑하지만 나에게 냉담한 남자와 상상 이상으로 나를 더 사랑하는 남자가 내 앞에 있다면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인간에게 엇나간 타이밍은, 신이, 보이지 않는 강한 손이, 맞춰 주지 않으면 계속 엇나간다. 인간은 그걸 운명이라고 부른다.(책에서)

 

현수의 잘못은 사랑이 오는 타이밍을 눈치 못 챈 아둔함이다. 사랑을 알아보려면 자신 안에 사랑이 있어야 하고, 자신과 대화를 잘 나눌 줄 알아야 한다. 현수는 사랑보다 일이 먼저이기에 사랑에는 한 박자 늦은 추임새다.

 

과학은 말한다. 사랑의 감정은 2~3년을 지속하지 못합니다. 사람에 대해 호감을 갖고 매력을 느끼게 하는 페닐에틸아민이라는 호르몬은 생성된 지 2~3년 지나면 소멸되기 때문이죠.(책에서)

 

사랑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증명될 수 있다면 운명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려나.

사랑은 움직이는 것, 그러니 사랑은 행동해야 한다는 말이 떠오르게 하는 소설이다.

네 청춘들의 엇갈리는 사랑을 현실적으로 그려 놓은 소설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의 하명희 작가의 소설이다. 드라마 작가의 작품이라선지 읽는 재미가 있다. 톡 쏘는 대화, 갈등관계 등이 드라마틱하게 흐른다. 한 편의 베스트셀러극장을 본 느낌이다. 깔끔하면서 톡톡 튀는 대사가 많아서 연애할 때 써 먹어도 될 내용들이 많이 있다. 잔잔하게 흐르면서 감동적인 소설, 추천하고 싶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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