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풀어쓴 채근담 - 세상을 읽는 천년의 기록
홍자성 지음, 전재동 엮음 / 북허브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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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풀어 쓴 채근담]나물뿌리만 먹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동양의 탈무드, 동양의 팡세라는 수상집인 채근담(菜根譚)을 만났다. 너무나 유명한 책이지만 읽은 적이 없기에 '언젠가는 읽어보리라.' 했던 책, 그래서 더욱 반가운 책이다.

저자는 명나라 만력연간(1573~1619)의 시대에 살았던 홍자성이다. 이름이 응명, 호는 환초도인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한다.

 

채근담은 전집 225항, 후집 134항으로 된 수상집이다. 전집에서는 사회생활에서의 마음가짐을 주제로 다루었다면, 후집에서는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서 풍월을 읊으며 살아가는 행복을 주제로 하고 있다.

채근이란 나물뿌리를 말한다. '사람은 누구든지 나물뿌리만 씹으며 살아도 만족할 줄 안다면 세상에 안 될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송나라의 왕신민이 지은 소학에서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원래는 에세이로 쓰였진 <채근담>을 이 책은 시로 풀어 놓아서 쉽게 쓰인 채근담이라고 할까.

 

도덕을 지키고 살면 외로울 때가 있다.

권력에 아부하고 살면 정말 외로울 때가 온다.

이치를 바로 깨달으면 재물 뒤의 어둠이나

죽은 뒤의 명예를 생각하고 있다.(책에서)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상이치가 이리도 닮았을까. 권력에 아부하고 살면 정말 외로운 때가 온다는 것을 지금의 정치인들과 그 주변 세력들은 알고 있을까. 거짓과 음모와 술수가 판을 치는 정치판에 내걸었으면 하는 대목이다.

 

살찐 고기 매운 것 단 것이 참맛 아니다

정말 맛있는 것은 담백한 것이다

신기하고 뛰어난 사람이 잘난 이가 아니다

정말 잘난 사람은 상식적인 보통 사람이다.(책에서)

 

사랑니를 빼면서 병원에서는 며칠 간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말라고 했다. 집에 왔더니 온통 매운 음식들뿐이다. 평소 담백한 것은 심심해서 잘 먹지 않았음을 깨치게 되면서 건강을 위해 담백한 것도 필요함을 생각한다. 때로는 달콤하고 고소한 것에 취해, 때로는 짭짜름하고 매콤한 것에 취해 음식 고유의 향과 맛을 잊은 지 오래인 나. 음식의 참 맛을 느끼려면, 몸의 기운을 회복하려면 달콤하고 매콤한 유혹들을 뿌리칠 수 있어야 함을 생각한다. 이처럼 사람도 밋밋하지만 상식이 통하는 보통 사람이 최고라는 뜻일 게다. 눈에 띄지는 않아도 늘 그 자리를 지키는 벗처럼 보통의 삶이 행복이라는 의미겠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했다.

다 이루었다 느낄 때는 빨리 돌아서라

누리고 있다가 불화를 만날 수 있다

늘 깨어 조심하고 실패해도 다시 하여라.(책에서)

 

실패를 통해 다시 일어서고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라는 말이 예전부터 있었던 말임을 처음 알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만고의 진리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성공 확률보다 실패 확률이 높은 세상이기에 늘 실패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지. 그러니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의 발판으로 삼는 습관이 중요하겠지.

 

진리는 늘 평범한 속에 있고

높고 먼 데에만 있지 않다

부모님 잘 모시고 형제 간 우애가 있으면

구도의 길을 잘 걸을 수 있다.(책에서)

 

예전부터 도덕시간, 윤리시간, 국사시간에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들이다. 삼강오륜, 화랑도의 세속오계 등을 통해 많이 듣던 말들이다. 평범한 진리이나 실천은 그리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알고도 행하지 않음은 제일 무서운 적일 것이다.

복은 억지로 오지 않는다

늘 기쁜 마음 가지면

복을 부르는 바탕이 되고

화를 피할 길이 열린다

화를 억지로 피할 수는 없다

마음에 미움과 저주를 버리면

화를 멀리하는 길이 되고

복을 만나게 될 것이다(책에서)

 

불안의 시대, 피로 사회에도 필요한 말 같다. 비록 삶이 고통과 슬픔, 절망을 선사하더라도 마음에서 평화와 여유를 얻는다면 행복을 누릴 수 있을 테니까. 파랑새가 멀리 있지 않음을, 행복이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일은 자신이 뿌린 대로 열매를 맺겠지.

사람은 글자 있는 책만 읽고

글자 없는 책은 읽을 줄 모른다

거문고 줄 타며 노래는 해도

줄 없는 거문고는 탈 줄을 모른다.(책에서)

 

글자가 없는 책인 자연에서 보고 깨치라는 말이 정말 공감이다. 꽃이 피고 새 우는 자연 속에서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우주의 진리를 깨치라는 말 같아서 말이다. 줄 없는 거문고에서 웅장한 거문고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마음을 열고 귀를 세워서 자연이 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득도의 경지가 아닐까.

이 책에는 시세에 영합하지 않으면서 당당하고 행복한 삶, 사람 됨됨이와 인격 수양, 벗과의 우정 등에 대한 지혜의 말이 차고 넘친다. 어쩌면 자리를 깔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듯 읊조리며 읽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가진 것이 지극히 넉넉함을 다시금 일깨운 한 권의 책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음을 일깨우는 행복론이다. 채근담을 쉽게 풀어서 시로 엮은 책이다.

 

처음 채근담을 접하면서도 400여 년 전에 살던 환초도인(還初道人)의 이야기가 전혀 낯설거나 어색하지가 않다. 세상만사의 진리, 만고의 진리여서 일까.

분명 지금과는 다른 사회였을 터인데도 피로사회의 오늘에 던지는 메시지로도 예리하고 날카로운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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