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아메리칸맨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박연진 옮김 / 솟을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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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아메리칸맨]리얼 숲 속 프로젝트, 20세기 진짜 사나이~

 

이 책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작가가 직접 취재해서 실제 사실에 위트를 섞고 유려한 문체로 잘 버무린 소설이다.

 

17 살에 첨단문명의 안락한 삶을 거부하고 숲 속으로 들어간 유스타스 콘웨이의 소설 같은 삶을 담았다. 그의 이야기는 자연 속에서 생존력을 발휘하는 진짜 사나이의 모습 같아서 엄청 흥미롭다.

20세기 마지막 진짜 사나이의 리얼 숲 속 생활은 어떨까.

 

서두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일곱 살 때, 유스타스 콘웨이의 칼솜씨는 줄무늬다람쥐를 나무에 꽂아버릴 만큼 정확했다. 열 살 때는 15미터 남짓 떨어진 거리에서 화살을 쏴 달리는 다람쥐를 맞혔다. 열두 살이 되었을 때는, 혼자 빈손으로 숲에 가서 움막을 짓고 일주일을 버텼다. 열일곱 살 때는 부모님이 계신 집을 나와 아예 산으로 들어갔다. (책에서)

 

드디어 1977년, 17 살의 유스타스는 숲 속에 들어가 나름대로 설계한 티피(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사용하는 원뿔 모양의 거주용 천막)에서 지내며 스스로 불을 지피고, 사냥을 해서 먹이를 구하고 옷을 해 입었다고 한다. 동굴 벽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닌가. 수렵과 사냥, 장작을 피우고 고기를 굽고, 가죽옷을 지어 입고 살아가는 모습이 말이다. 선사시대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20세기의 미국 땅에서 이뤄지다니.

 

그에게 있어서 숲은 어렸을 때부터 놀이터였다. 그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해질 때까지 지켜보는 이가 없어도 숲에서 놀도록 했다.

그는 아버지에게서 숲과 숲에 사는 생물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고, 어머니에게서 야영하는 법, 낚시하는 법, 불 지피는 법, 야생동물 다루는 법, 로프 만드는 법, 수사슴 가죽 꿰매는 법 등의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배웠다.

어릴 적 야생의 원시림에서 부모님에게 배운 지식과 기술은 그에게 숲과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을 것이다. 그렇게 매일 숲에서 배우는 지적 즐거움에 행복했을 것이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그는 나무로 직접 카누를 만들어 넓고 거센 미시시피 강을 건너기도 하고, 애팔래치아 등정을 했으며, 스니커즈를 신고 독일령 알프스 산맥을 넘기도 했다. 카약을 타고 알래스카를 건너고, 뉴질랜드의 절벽을 기어올랐다. 뉴멕시코에서는 나바호족과 함께 살기도 했다. 고대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 이십대 중반에는 과테말라의 오지로 가서 마야족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언어와 종교, 직조기술을 익혔다. 동생과 함께 말을 타고 미 대륙을 횡단하기도 했다.

 

-나도 당신처럼 하고 싶군요.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들어 환호하면 그는 상자 같은 집, 상자 같은 자동차, 상자 같은 TV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상자 밖으로 나오세요. 달리 방법이 없다는 말 때문에 그렇게 살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의 문화가 수갑처럼 여러분을 옭아맨 것은 아니니까요! 수백만 년간 인류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고, 오늘날에도 그것만이 유일한 삶의 방식은 아닙니다!(책에서)

 

그에게 유토피아는 숲이었다. 결국 그는 400만 평방미터 규모의 거북이 섬을 사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게 된다. 자신이 먹을 것은 직접 사냥했고, 물은 땅에서 구했으며 입을 옷은 사냥해서 구했으며 직접 지어 입었다.

 

그가 사는 세상에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생존할 수 있었고, 두 다리로 달리고 두 손으로 짐승을 잡아야만 진짜 살아갈 수 있었다. 자연히 근육이 발달하고 주변의 소리에 민첩해지고 생존기술을 가져야 살아갈 수 있는 곳에서 그는 그렇게 진짜 사나이가 되어 갔다.

이 책에는 유스타스의 거북이 섬에서의 삶, 가족관계, 이성 관계, 소망, 숲에서의 야생생활을 권유하는 사회 활동 등이 다양하게 다뤄진다.

 

만약에 그가 원시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쩌면 부족의 대표가 되지 않았을까. 용맹성과 친화력, 생존 기술과 외모에서 풍기는 카리스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까.

 

미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담대하고 유능한 신세계 이미지, 거침없고 진취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미국 프론티어 정신의 정수를 보여준 그의 삶에서 물질과 문명에 휘둘리지 않는 참 사나이의 모습을 본다. 마지막 진짜 미국 사나이의 삶을 산 유스타스에겐 아마도 프런티어 정신으로 무장한 개척정신의 유전자가 있었나 보다.

 

월든 에서 숲 속 생활을 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는 다르지만, 몸으로 부대끼고 생존해가는 그에게서 정글법칙을 능수능란하게 해결하는 슈퍼맨의 능력을 보게 된다. 모든 것을 남의 힘, 기계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을까.

몸으로 부딪히고 두 팔과 두 다리를 움직여서 스스로 만들어 입고 먹으세요. 그렇게 자연 속에서 직접 야생으로 살아 보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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