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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이 별처럼 쏟아지던 날 ㅣ 문학의 즐거움 44
우현옥 지음, 흩날린 그림 / 개암나무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감꽃이 별처럼 쏟아지던 날] 달콤한 추억이 되고, 전설이 되어버린 이야기, 우리 정서에 맞아요.^^
별밤에 감꽃이 떨어지는 날, 마당에 덩그마니 놓인 평상에 누워 오순도순 이야기 하던 시절은 이젠 풋풋한 전설이 되고 달콤한 추억이 되어 버리는 걸까.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같은 동화 한 편에 향긋한 감꽃이 온 사방에 흩날리는 듯 향기롭다.
-어, 이기 뭔 냄새고? 누가 방구 낐나?
-아! 뽕, 뽕, 뽕희! 똥, 장, 군!
-그래, 내 똥장군이다. 우짤래?
상구는 아이들 앞에서 코를 킁킁거리며 봉희에게 방구 꼈냐고 놀린다. 하지만 씩씩한 봉희의 반격에 기세등등하던 상구는 금세 기가 꺾이고 만다. 놀리려고 해도 전혀 먹히지 않는 봉희다.
예전에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돌아가며 거름을 내었다고 한다. 가난했던 봉희의 아버지는 마을에서 거름 품을 팔았고 그런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도왔기에 봉희에게는 늘 똥 냄새가 났나 보다. 예전에는 동네마다 똥을 푸는 차가 다녔는데, 요즘은 잘 못 본 것 같다.
상구는 마을에서 제일 잘 사는 집 아이다. 하얀 얼굴에, 말끔한 옷차림에, 신기한 과자를 달고 살지만 늘 잘난 체하기에 약간은 밉상인 아이다. 그런 상구를 제대로 혼내주려고 하면 어디선가 할머니가 나타나서 상구가 4대 독자라며 오히려 봉희를 혼내신다.
어느 봄날, 봉희와 친구들이 호드기(봄철에 버드나무 속을 빼서 만드는 피리)를 만들러 가는 길에 상구도 끼어든다. 상구는 과자 몇 알로 아이들을 꼬드긴다. 물론 봉희도 상구가 주는 달콤한 웨하스 과자에 넘어가고 만다. 봉희는 자꾸만 더 좋은 호드기를 만들어 달라는 상구에게 괘심한 마음에 옻나무 줄기를 뽑아 호드기를 만들어 준다. 예상대로 상구의 입은 금세 옻이 올랐다. 결국 남의 귀한 4대 독자에게 옻이 오르게 했다며 봉희는 할머니에게 종아리를 맞는다.
다음 날 종대는 찔레 순 꺾으러 가자며 또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이번에도 따라나선 상구는 미안했는지 봉희에게 종아리에 바를 약이라며 챙겨준다.
-이거. 니 종아리에 함 발라 봐라. 억수로 빨리 낫는데이.
자기 때문에 야단 맞은 봉희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양심에 찔렸나 보다.
찔레 순 꺾으러 덤불을 헤치다가 똬리를 튼 뱀 때문에 상구는 바지에 오줌을 지르게 된다. 겁에 질린 상구는 봉희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예전의 시골 아이들은 자연에서 놀이 도구를 만들었고 자연에서 놀았다. 어른들이 자연에서 먹거리를 얻듯이, 아이들도 자연에서 간식거리를 얻었다. 풀피리, 나뭇잎 배, 찔레 순, 감자구이, 미꾸라지 잡기, 딸기 따먹기, 살구 따기…….
한 편의 동화에 여러 가지 시골추억들이 잘 버무려져 있다.
미숫가루 한 사발, 찔레 순 꺾으러 가는 이야기, 보리 꼬실라 먹는 이야기, 모내기, 미꾸라지 잡다가 거머리에 물린 이야기, 감자설이해서 구워먹는 이야기, 송아지 낳는 이야기, 친구의 전학 등이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의 이야기라서 친숙하다. 옹기종기 둘러앉아 옛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추억 보따리를 선물 받은 느낌이다.
시골 풍경, 옛날 풍습, 시골에서의 옛 놀이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야기가 이리도 힘 있게 느껴질까. 그건 아마도 우리의 엄마, 우리의 할머니 이야기여서 일 것이다. 우리 것에 대한 끌림은 먼 조상 대대로 내려온 유전자의 영향일지도 모르겠지만.
제목부터 달콤한 감꽃이 매달려 있어 달콤한 향이 흩날리는 듯하다. 개암나무의 동화책들은 우리정서에 맞는 동화들이 많아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