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리더의 생각 - 착한 리더가 착한 세상을 만든다
박희도 지음 / 북씽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착한 리더의 생각] 착한 리더가 많아진다면, 우린 더 행복할 텐데.

 

착하다는 말을 좋아한다. 착하다는 것이 바보스럽고 어수룩하다는 의미를 갖기도 하지만 이기적이지 않고 이타적인 것을 뜻하기도 하고, 자기 것을 사심 없이 남에게 주거나 남의 말을 의심 없이 잘 들어 주거나 베풀기를 좋아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언제부턴가 착하기보다는 이기적이고 자기 것을 잘 챙겨야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사회가 성장하고 발달할수록 마음 한 구석에는 착한 사회, 착한 리더에 대한 갈증도 자리해 왔다. 착한 리더가 많아진다면 지금, 우리는 더 행복할까.

착한 리더의 생각.

착한 기업, 착한 리더에 대한 생각을 한 적이 있기에 반가운 마음에 펼쳐 들었다.

 

저자가 말하는 착한 리더란 사회에 공헌하는 착한 성장을 실천하는 리더이다. 자신의 특권을 버리고 사회적 책임감을 우선시 한다. 특히 약자에 대한 배려, 조직과 사회를 무능한 리더가 아니라 인품과 덕망과 철학을 갖춘 리더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이다.

착한 리더로는 어떤 사람이 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경주 최 부잣집의 품격을 보여준 최준(1884~1970)이다.

언젠가 경주 최 부잣집 고택을 방문한 적이 있다. 최 부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갔을 때라서 그저 그런가보다 했다. 이후로 최 부잣집에 대한 책들이 나오면서 알게 된 사실은 조선판 '노블레스 오블리주' 였다. 300년 동안 12대를 만석꾼으로 대물림하기가 힘들던 시절이었을 텐데.

 

최 부잣집의 6훈은 워낙 많이 들었는데.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말라.

만석 이상의 재산은 모으지 말라.

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

주변 100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책에서)

 

당쟁이 심하던 조선에서 집안을 온전히 지키려면 권력의 중심부를 피하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부의 상한선을 지키려한 것도 인상적이다. 최 부잣집의 소작료는 5할이었는데, 주변의 소작농들이 앞 다투어 최 부잣집을 선호할 정도였다는데.

흉년이면 땅값이 살 텐데 사들이지 않은 점, 오히려 큰 솥에 죽을 끓여 이들을 구제한 점,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말은 사랑과 베풂의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최 부잣집의 부의 완성은 만석꾼 12대인 최준에 이르러 완성된다.

 

그는 "나라 없이 부자도 없다."며 독립운동에 앞장섰고 마지막에는 전 재산을 교육 사업에 바친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굴복하느니 차라리 망하는 게 낫다며 노비들을 해방시키고 남아있는 이들에게는 일한 대가를 지불한다. 그는 조선국권회복단과 광복회에 참여하고, 경주 광명이레서 우편마차를 습격해 탈취한 자금을 관리하기도 한다. 이후 경성방직과 대구은행 등 민족자본 형성에도 기여하고 상해임시정부에 독립군 자금을 지속적으로 보낸다. 백범이 공개한 독립자금 기부자 명단에 최준이 최고 기부자로 기록돼 있다고 한다.

 

해방 후에는 전 재산을 털어 현재 영남대학교의 전신인 대구대학교와 계림학숙을 세우는데 사용한다. 경주 교동고택, 선산마저 지금은 영남대 소유라고 한다.

부의 축적을 사회적 책무와 연결 지은 가문, 나라가 어려울 때 발 벗고 나선 가문, 남이 어려울 때 먼저 손 내밀고 돕던 가문의 , 착한 가문의 표본일 것이다.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실천한 유일한의 사회 환원은 언제 들어도 감동이다.

일찍이 유학길에 오른 유일한은 반일 무장투쟁 경험이 있는 박용만과 미국에서 한인소년병학교를 설립한다. 박용만의 영향으로 민족의식과 자주독립사상을 더욱 갖게 된다. 1942년 LA에서 재일한인들로 구성된 항일무장맹호원의 창설주역이 되기도 한다. 1945년 미군 전략정보처의 항일 계획 냅코작전의 특수공작원이 되어 항일투쟁에 뛰어들기고 한다. 비록 일본의 항복으로 수포로 돌아간 작전이었지만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조국의 광복에 헌신했다는 점은 존경을 넘어 위대하기까지 하다.

 

늘 모범납세자의 본보기를 보여줬던 유일한은 경영 일선에서 은퇴하면서는 일가족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주게 된다. 집안 경영이 대부분인 한국 재벌들의 본보기가 아닐까.

이윤의 추구는 기업 성장을 위한 필수선행조건이지만 기업가 개인의 부귀영화를 위한 수단이 될 수는 없다는 그의 신념과 철학은 국가, 교육, 기업, 가정 순서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정성껏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봉사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인재를 양성하여 사회에 배출하며,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첫째, 기업을 키워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둘째, 성실하게 세금을 내며, 셋째, 남은 것은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한다.(책에서)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 그는 한국에 돌아와 기업경영과 교육 사업에 정성을 쏟는다.

한국에 돌아와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은 국민건강을 위해 각종 의약품을 수입하거나 개발한다. 1933년에는 진통 소염제 안티푸라민을 개발하여 독자적인 근대식 제약기업으로 유한양행을 자리잡게 된다.

그는 교육부국의 가치아래 고려공과 기술학교, 유한학원, 유한공고, 유한중학교를 세운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는 사회복지사업의 발전을 위해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 신탁기금'을 설립한다. 현재 유한재단의 전신이다.

 

유일한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 몇 가지와 양복 세 벌, 그리고 구두 두 켤레 정도만 남기고 모든 것을 사회에 환원한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신념이 얼마나 철저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개인보다 사회, 가정보다 국가를 우선시한 그의 삶 자식에게 사유재산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사회에 환원한 유일한, 착한 리더의 본보기다.

기업이 총수 일가의 전유물이기만 할까. 잠시 기업윤리를 생각하게 된다.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기업에서 얻은 이익을 고스란히 환원하기가 어렵기에 그런 기업가를 보면 새삼 존경스럽다.

이 책에는 25명의 착한 리더들의 이야기다 따뜻하게 들어 있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 좀 더 따뜻하고 착한 정치를 하고, 소비자들은 착한 소비를 하고, 기업들은 착한 성장을 하고, 경영자들은 착한 리더가 된다면, 세상은 얼마나 더 따뜻해질까.

자신의 특권을 버리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 쌍생과 공평한 분배, 사회적 책무를 먼저 생각하는 착한 리더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좀 더 따뜻할 것이고, 모두가 더욱 행복하지 않을까. 기업 윤리, 정치 윤리가 착한 윤리로 바뀐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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