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 제인 오스틴 미스터리 1
스테파니 배런 지음, 이경아 옮김 / 두드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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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 운명의 굴레를 거부한 제인 오스틴, 편견을 넘어 오만한 탐정이 되다!

 

<오만과 편견>의 저자인 제인 오스틴의 팬이라면 무척 반길 소설이다. 셜록홈즈 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스릴과 반전, 추리와 논리가 어우러진 탐정소설의 면모를 갖추고 있으니까. 게다가 남녀 간의 사랑이 서로 엇갈리는 부분은 오만과 편견을 보는 듯 한 느낌을 주고, 작가로서의 상상력과 직관, 논리와 추리를 바탕으로 활약하는 제인 오스틴의 모습은 매력적인 명탐정의 모습 그대로인데.

주인공은 26세의 여류 소설가인 제인 오스틴이다. 가난한 목사의 딸로 태어나 가진 것은 없지만 사랑 없는 거짓된 결혼보다는 차라리 결혼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여인이다. 내숭은 없고 섬세한 관찰력과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이다. 쾌활한 성격에 적극적인 사고방식, 뛰어난 지성, 반짝이는 직관을 지녔다.

제인은 부자인 해리스 빅 위더의 청혼을 거절하고 도망치듯 스카그레이브 대저택을 방문한다. 최근에 결혼한 스카그레이브 백작 부인이 된 절친 이소벨 페인의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결혼에서 도망치듯 온 스카그레이브 저택에서 친구와 함께 새해를 맞으러 왔다가 죽음을 목격하게 되다니. 희극을 즐기러 왔다가 정반대의 비극을 보게 되었다고 할까.

 

22세의 이소벨 페인은 제인의 절친 이다.

붉은 머리카락에 갈색 눈동자. 좋은 몸매의 매력적인 그녀는 나이가 많은 스카그레이브 백작과 결혼하여 백작 부인이 된다. 존경하는 남편의 울타리에 기대고 싶었는데 남편은 결혼 3개월 만에 죽임을 당한다. 하지만 남편과의 결혼은 형식적인 것이고 그녀의 마음속에는 윌리엄 페인의 조카인 피츠로이 페인이 있다.

 

48세의 프레드릭 윌리엄 페인. 백작이라는 높은 지위와 넉넉한 재산이 있으나 아내가 죽고 나자 26살 연하의 이소벨과 결혼한다. 하지만 백작은 아내를 위해 준비한 무도회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된다. 백작의 죽음을 무도회라는 복잡하고 혼란스런 상황을 이용했기에 무도회에 온 모든 사람들을 용의자 리스트에 올려야 할 텐데.

 

26세의 피츠로이 페인. 백작의 조카이자 자작이며 막대한 재산 소유자다. 백작의 동생이 남긴 외동아들이다. 백작과 이소벨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백작의 작위와 재산까지 많은 것을 물려받게 된다. 상당한 미남에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타인에 무심해서 오만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현재 이소벨과 연인 사이다. 백작의 죽음은 이소벨과 피츠로이가 공모한 것일까.

 

27세의 조지 허스트. 백작의 죽은 누나의 장남이다. 성직자가 되고 싶은 그는 농장관리에는 관심도 없다. 스카그레이브 가의 농장을 관리한다. 창백하고 수척한 얼굴에 늘 조심스럽다. 하지만 가끔은 백작과 언쟁을 벌일 정도의 혈기도 있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있다는 점이 의심스럽기는 하다.

 

톰 허스트, 조지 허스트의 동생이며 기병대 장교, 재산은 없고 놀기를 좋아하는 망나니다. 매력적인 악당 같은 분위기에 말도 거침없다. 잘생긴 외모와 적절한 유머사용, 다정다감한 태도는 늘 여성들의 환심을 산다. 그는 무도회에서 만난 제인 오스틴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

 

페니 델라하우세이는 이소벨의 사촌 여동생이다. 허영덩어리에 눈치도 없고 톰 허스트 중위를 은근히 좋아하며 외모 가꾸는 데 열심이다.

 

탐욕스러운 마담 델라하우세이는 이소벨의 이모다. 친딸 페니를 부자인 피츠로이 페인에게 시집보내고 싶어 한다. 그러니 딸이 좋아하는 허스트 중위가 늘 걸림돌이다.

 

해롤드 트로우브릿지. 이소벨을 찾아온 의문의 남자. 날카로운 눈썹 아래 움푹 들어간 눈, 검게 그을린 한쪽 뺨에 길게 가로지르는 흉터를 지닌 남자.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며 이소벨 친정의 재정적 위기를 빌미로 이소벨을 압박하는 중이다. 이소벨이 피해 다니는 남자여서 초반부터 의심의 대상이지만 소설의 반전을 위한다면 범인의 리스트에서 빠져야 할까.

 

결혼한 지 고작 3개월밖에 안 된 아내와 자신의 후계자에게 막대한 재산을 남긴 채 백작이 죽다니. 백작의 사인은 단순한 위장장애였을까, 48세의 나이에 제2의 청춘을 찾은 듯 했지만 어이없는 위장 장애로 죽음에 이를 수 있단 말인가. 분명 누군가가 무언가를 잘못 먹인 듯한데. 하녀들과 짜고 친 누군가의 계략이라면 도대체 그는, 아니면 그녀는 누구일까.

 

갑자기 여론은 백작을 세상의 젊음과 아부에 넘어간 분별력 없고 어리석고 노망난 늙은이의 추락으로 몰려가고 그런 여론 몰이로 인해 이소벨의 명예에도 금이 가고 있다. 제인은 작가로서의 상상력과 평소의 관찰력과 추리력을 발휘해서 절친의 명예회복을 위해 범인을 찾아 나서게 된다.

 

백작의 죽음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주변에 많은데, 도대체 누가 백작을 죽였을까.

백작의 작위와 재산을 고스란히 물려받는 피츠로이 페인 경일까, 백작의 죽은 누나의 두 아들인 조지 허스트와 톰 허스트일까, 이사벨의 이모인 탐욕스런 마담 델라하우세이일까, 아니면 이모의 딸인 허영덩어리 페니일까, 수상한 불한당인 해롤드일까. 그도 아니면 백작의 증상에서 자연사가 아닌 징후는 찾을 수 없다고 단언하는 의사일까.

 

어느 날 이소벨이 이상한 우편물을 받았다며 제인에게 보여준다. 제인은 서명도 없는 쪽지에서 글씨체와 종이의 질, 문장의 구성, 종교적인 특징으로 봐서 이소벨의 몸종인 마르게리트를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마르게리트는 처참하게 죽은 채로 발견된다. 쪽지의 내용은 백작의 조카가 꾸민 일이라고 적혀있다. 이 쪽지로 더욱 곤경에 처하게 되는 이소벨은 제인에게 고백하게 된다. 경제적인 이유로 아버지 같은 백작과 결혼했지만 마음은 백작의 조카인 피츠로이 페인에게 있다고.

대저택의 유령 등장, 치안 판사에게 전해진 이상한 쪽지, 점점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탐욕은 소설의 재미를 더해 주는데.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이 소설은 철저한 고증에 입각하여 19세기 영국 귀족 가문의 분위기, 영국 왕실 법정의 재판, 뉴게이트 감옥, 상원 의사당 등을 실감나게 되살린 소설이다. 제인 오스틴의 문장으로 살린 추리와 로맨스가 결합된 소설이다. 작가로서의 직관과 논리적인 추리력을 바탕으로 명탐정으로 다시 살아난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가 또 다른 오만과 편견을 읽고 있는 기분이 든다. 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이 명탐정으로 재탄생한 이야기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법 한데.

 

이 책은 <오만과 편견> 200주년을 기념한 제인 오스틴 미스터리 시리즈 중에서 제1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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