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줄의 천국 파랑새 사과문고 76
권타오 지음, 이윤희 그림 / 파랑새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여섯 줄의 천국]덩기덩 둥둥, 거문고 가락이 내 안에 들어오다~

 

거문고에 얽힌 이야기는 처음 접한다. 이 책은 신라의 거문고에 얽힌 역사동화다. 고구려의 왕산악이 만든 거문고를 가야의 백결 선생이 연주하게 되고, 신라에서는 옥보고, 속명득, 귀금 선생으로 이어지다 후계자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을 때의 이야기를 다룬 동화다.

신라의 관리 사찬 공영의 아들 옥보고가 지리산 운상원에서 50년 동안 거문고를 공부하여 신곡 30곡을 지어 제자 속명득에게 전하였다. 속명득은 이를 다시 그 제자 귀금 선생에게 전하였으나 귀금 또한 지리산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거문고의 단절을 염려한 왕이 이찬 윤흥을 남원공사에 임명하여 소년 안장과 청장을 뽑아 거문고를 전수케 하였다.―삼국사기 (책에서)

 

아버지의 향비파 연주를 듣고 자란 안장은 어릴 때부터 꼬마 악공이다.

한때 서라벌 궁궐에서 가야금을 탈 정도의 가야금 연주자였던 아버지는 장마로 성벽이 무너질 때 다리를 다쳤고 그 이후로 절름발이가 된다. 그 이후로 불러주는 귀족이 없는 악공이 된다.

 

나는 보았다. 아버지가 만들어 낸 가락이 무늬를 이루는 것을, 무늬는 풀잎에 내려앉은 첫 이슬처럼 싱그럽게 번져 나갔다.(책에서)

 

고향 남원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술로 세월을 보내다 아들 안장이 태어나면서 가야금을 팔고 향비파를 사온다. 아기가 향비파 술대를 잡았다고 해서 아버지의 향비파 연주는 그렇게 시작된다.

 

어느 날 왕의 명령으로 거문고를 탈 악공을 뽑게 된다. 안장과 청장은 향비파와 가야금으로 참가해 뽑히게 된다.

향비파는 보통 사람들의 악기다. 팔관회, 단옷날, 장터에서 향비파를 타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하지만 거문고는 악기의 왕, 현금이다.

서라벌 소년 청장과 남원 촌뜨기 안장은 지리산에 찾아가 귀금 선생을 설득해서 거문고를 배우게 된다.

거문고의 명인 옥보고, 속명득, 귀금을 이을 후계자가 되어 말이다.

 

거문고 가락에 반해 세상을 잊은 귀금 선생은 제자들에게 단순히 연습만 시킨다.

청장은 안장을 꾀어 거문고를 빨리 배우고 싶다며 스승의 연주를 몰래 훔쳐보자고 꼬드긴다. 스승에게 들킨 아이들은 그 벌로 밤에 궁상각치우 다섯 음계를 매일 천 번씩 반복하라는 숙제를 받게 된다.

하지만 꾀돌이 청장은 빈둥거리고 안장은 우직하게 연습을 한다. 그러다가 안장은 손에 물집이 생기기도 하고 현이 낡아 몇 번을 바꾸기도 한다. 청장은 늘 서라벌에서 가야금을 배웠다며 꾀를 부리지만 안장은 청장을 따라가기도 벅차다며 열심히 연습에 연습을 더한다.

예술의 세계는 꾸준한 연습과 끈기 있는 정신일 텐데.

꾀돌이 청장, 우직한 안장은 나중에 어떻게 될까.

 

같은 악기를 연주해도 사람마다 음색이 다르고 느낌이 다른 걸까.

아무리 들어도 청장의 소리가 종달새라면 안장의 소리는 부엉이다. 청장의 소리가 벼락이라면 안장의 소리는 천둥이다. 안장은 스스로 청장을 따라 가려면 멀었다고 연습을 한다.

당 동 징 둥당…….하루에 천 번 연습은 기본인 걸까.

거문고에는 거문고만의 빛과 그늘이 있다는 스승은 세 장의 악곡을 주고 천 번을 연습하라고 하지만 여전히 청장은 게으름 피우고 안장은 정자에서 비를 맞으면서도 악곡 연습을 한다.

 

-입으로 타지 말고 마음으로 타거라.

 

안장은 오동을 보는 안목이 있다며 스승에게 처음으로 칭찬을 받게 된다.

그리고 야밤에 호랑이굴 앞에서의 연주회, 공동묘지에서의 연주회를 하며 기절을 하게 된다.

아궁이가 활활 타오르는 불을 떠올리며 가락을 튕기고 시원한 계곡물을 생각하며 현을 뜯지만 아직도 거문고의 도를 터득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안장.

청장의 꼬드김으로 스승님 몰래 남원으로 거문고 가락을 뽐내러 내려간다.

단옷날의 남원에서 이들의 가락은 사람들의 놀라움을 자아내지만 곧 스승에게 들켜 손이 잘리는 위기에 처한다.

 

스르렁 둥당 덩덩.

빠르고 요란한 음악은 거문고를 타지 않는다.

천박한 사람들이나 장터처럼 번잡한 곳에서 타지 않는다.

 

스승이 손목을 자르려는 찰나에 이찬 나리의 등장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되고 나리의 부인마저 술을 따르며 거문고의 도를 널리 전하게 해 왕의 근심을 덜게 해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왕산악은 거문고 한 장으로 학을 부르고 옥보고 선생은 마침내 신선이 되었다는데.

 

-드르릉 두릉!

-무엇이 느껴지느냐?

-비가 느껴집니다.

-스르릉 드릉드릉!

-사나운 바람이 부는 것 같습니다.

-당동지징당!

-햇살입니다. 세상을 솜털처럼 부드럽게 쓸어주는 봄날의 햇살입니다.

예술의 도는 결국 끊임없는 연습에서 비롯되는 걸까. 하루에 천 번의 연습을 거듭하며 거문고의 도를 터득하는 이야기가 감동이다.

진정한 배움은 가르치지 않아도 곁눈질로 배운다더니. 안장도 스승이 오동을 고르고 밤나무를 만지는 걸 보면서 거문고 만드는 법을 곁눈질로 배운다. 명주실을 꼬아 현을 만들고 해죽을 잘라 술대를 만들 수도 있게 된 것도 옆에서 유심히 관찰 한 덕분이다.

거문고 연주로 나비들을 불러들이고 호랑이를 춤추게 하고, 해골들을 춤추게 하고 당기의 말문도 트게 하다니!

 

거문고를 뜯는 자리가 곧 천국이라는 말, 거문고 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서 궁금해진다.

거문고와 말을 하는 수준이라면 득도의 경지일 텐데.

 

신라의 거문고는 만파식적과 함께 보물창고에 보관할 정도의 신령한 악기로 여겼다고 한다. 사라져가는 거문고 가락을 안타깝게 여기던 왕은 안장과 청정을 뽑아 거문고 가락을 익히게 한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다. 이 책은 거문고에 얽힌 역사동화다.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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