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면 왜 아픈 걸까
허유선 지음 / 원앤원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연애하면 왜 아픈 걸까] 철학자가 말하는 연애학 개론~

 

사랑은 다분히 감정적이다.

이성적이라면 맺고 끊는 게 분명할 텐데 그렇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배우지 않는 연애학 이론.

가르쳐주는 곳이 없으니 본능에 따라, 경험에 따라 스스로 터득할 수밖에 없는데…….

 

주변을 돌아보면 연애의 고수도 있고 연애의 하수도 있다.

연애의 고수는 연애야말로 내가 살아있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스트레스 쌓일 때도 연애 한 방이면 해결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은 결혼보다 연애를 즐기고 싶다고 한다.

연애의 하수는 늘 징징 거린다. 상대에게 사랑을 준만큼 돌려받지 못한다고 불평이다. 헤어지기도 싫고 그렇다고 만나자니 자꾸만 속상한 일이 생긴다는데.

 

인간은 사랑 앞에서 설레기도 하지만 아파하기도 한다.

사랑하면서도 저울질을 한다. 준만큼 받고 있는지를 은근히 계산하게 된다.

사랑이 끝나면 더욱 쓰라리고 고통스럽다.

사랑이 뭐기에 아프게 하는 걸까.

사랑이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결국 스스로 깨칠 수밖에 없겠지.

아리송한 연애심리들은 그래서 더욱 궁금해지는데.

 

우리가 연애와 사랑 때문에 삽질하는 시간은 철학하게 되는 시간이에요.

사는 일도 사랑도 철학도 가르칠 수 없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계속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선상에 있어요.

숨을 쉬어야지 삶이 이어지듯, 사랑은 계속 관계를 맺으면서 이어지고 넓어지고 탄탄해져요. (표지안쪽 글에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왜 더 외롭고 쓸쓸할까? 사귀고 있는데도 꼭 나 혼자만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책에서)

 

사랑하면서도 더 외롭고 쓸쓸해지는 감정은 왜 생기는 걸까.

상대를 재고 하니까 그런 게 아닐까. 늘 무조건적인 사랑을 할 수가 없겠지만 그래도 주는 걸로 만족하면 미련이 남지는 않을 듯한데. 물론 더 많이 받으면 덜 외롭고 덜 고통스럽겠지.

 

처음부터 너무 좋은 티 내지 말고, 너무 다 주지 말고, 적당히 튕기거나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해요.(책에서)

 

연애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관계 맺기다.

팽팽한 줄다리기는 적절한 긴장감을 위해 필요하겠지. 마음을 조절해서 조금씩, 천천히, 뜸을 들이면서, 적당한 간격을 두고 가까이 가는 기술이 필요 하겠지. 그게 고수와 하수의 차이니까.

 

길들여지는 과정이 없는 평화는 어느 한쪽을 억지로 누르거나 포기하는 거짓 평화예요. 두 사람이 강제로 하나가 되어 누군가는 반드시 숨을 죽이고 눈치를 보고, 누군가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면서도 .우린 잘 맞네! 라고 착각하는 슬프고 어두운 평화.(책에서)

 

사랑의 온도가 서로 많이 다를 경우엔 약간 거리를 두고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일방적이면 사랑도 폭력이 되니까.

혼자만의 외사랑이 아닌 서로 사랑하는 관계가 되려면 방향과 속도조절이 필요하겠지.

밀고 당기는 건 연애에서는 필수이니까.

 

연애하면서 느끼는 외로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인간의 보편적인 고독과는 달라요. 지금 여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구체적인 조건과 감정들에서 비롯되는 것이 외로움이에요. 사소하지만 옆구리가 시리지요. 나만 알고 있고, 누구도 똑같이 겪을 수 없는 감각들이 있잖아요? (중략) 외로움은 그런 거예요. 다른 사람은 똑같이 느낄 수도 나눠가질 수도 없는 것.(책에서)

 

저자는 너는 왜 사랑하지 않을까, 왜 너의 사랑을 얻기 위해 이토록 아파야 할까, 난 왜 이토록 바보 같은 일에 매달려 있을까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사랑도 많이 할수록 외로움과 두려움에 익숙해질까.

물론 사랑을 많이 할수록 외로움도 두려움도 빨리 극복하게 되겠지. 아픈 만큼 성숙해 지겠지.

사랑에 엮이기 시작하면 상처를 주거나 받거나 하게 되어 있다. 각자 상처의 크기도 다르고 넓이도 다르고 깊이도 다르지만 상처는 남는 법이다. 그 상처가 아물고 성숙되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아무리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완전히 같지는 않기에 서로 부딪히는 것은 자연스럽다. 상처가 없는 사랑, 부딪힘이 없고 길들이는 시간이 따로 필요하지 않는 사람은 나르시시스트 일게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만으로도 충분한 사람. 그런 사람이 있을까.

그러니 서로 달라서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자극하고 갈등과 상처들이 오기는 건, 반드시 거치는 과정, 자연현상이다.

 

저자는 마음이 흐르는 데로 조금씩 마음을 내어주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외로움에 지치지 않도록 마음을 나누는 것, 외로움이 쌓이지 않도록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도 필요하겠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외롭지 않은 연애를 할 듯 한데…….

쿨한 연애, 설레는 연애, 짜릿한 연애는 결국 나와 상대와의 심리게임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시간들이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 때쯤 만난 노래, 절묘한 가사가 가슴에 와 닿았던 노래인데…… 때론 덤덤히 받아들이는 게 마음을 편하게 함을 알게 한 노래인데......

인간은 불완전한 세계를 살아가는 영원한 반쪽짜리라는 말에 공감이다.

그러니 결핍은 원래 느끼는 것이겠지.

어차피 완전한 사랑, 평형을 맞춘 사랑은 불가능한 세상임을 그냥 덤덤히 받아들이는 게 덜 고통스럽겠지.

외로움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상대방을 더 사랑한다면 연애의 외로움, 연애의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상실감과 외로움마저도 그냥 덤덤히 받아들이는 것, 그런 자신마저 사랑하는 게 더 힘을 줄 텐데.

사람은 원래 엄마 뱃속에서 태어날 때부터 외로운 존재라고 한다.

혼자서는 외로워서 그 공간을 채워줄 누군가를 자꾸 찾게 되는 것이 일생동안 이어진다고 한다.

그러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대로 즐기는 것이 연애에서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은 철학자의 연애학 개론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 남에 대한 이해, 연애 심리를 알게 하는 책이다.

만약 심리학자의 연애학 개론이었다면 어떨까. 더욱 흥미진진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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