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 프로젝트
그레임 심시언 지음, 송경아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로지 프로젝트]품절남이 되고 싶다면 러브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이라면 일상이 프로젝트일까?

자신의 반려자를 찾는데도 프로젝트를 짜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짠다면 어떻게 진행하게 될까?

이 책은 품절남이 되고 싶은 어느 학자의 애인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39세 돈 틸먼 교수다. 키가 크고 몸매가 좋고 지적이고 부교수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와 평균 이상의 수입을 가진 남부러울 것 없는 남자다.

틸먼의 문제는 연애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무슨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여자 친구를 오래 사귄 적이 없다. 그래서 이젠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아내를 찾고자 한다.

자신의 '아내 프로젝트'에 설문지를 사용하고자 한다. 교수답게 과학적인 방식으로.

과연 틸먼은 자신의 프로젝트대로 원하는 여성을 만나서 결혼에 골인할 수 있을까.

 

 

틸먼은 최선의 문항들을 결합시켜 목적 지향적으로 만든 과학적이면서도 유효한 수단인 질문지 조사법을 꼼꼼하게 실행하기 시작한다.

먼저 바람직한 질문목록을 작성하고 서식초안을 만든다.

모든 항목은 지적 수준, 시간관념, 수학적 사고력, 육식 습관, 흡연 습관 등을 은근히 따지는 항목들로 채워진다.

리커트 척도, 교차 타당도, 모의 질문, 대리 문항을 따져 보고 질문지를 정리한다.

 

 

심리학과 학과장이자 유전학자인 진은 이 프로젝트에 극도의 관심을 가진다.

인간의 성적 매력은 주로 유전적이라는 논리를 갖고 있는 진은 문항 검토까지 도와주며 호감을 표시 한다.

 

 

틸먼의 생각은 이런 것이다.

질문지를 하지 않았더라면 몇 번의 데이트를 했을 것이고 그러다 맞지 않는 부분을 찾게 되고 뒤늦게 관계가 정리 됐을 것이다. 하지만 질문지 덕분에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 경제적 낭비를 줄이고 결국 자신에게 맞는 정확한 상대를 빨리 걸러 내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틸먼에게 흡연은 협상의 여지가 없으니 빨리 거를 수 있다.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도 협상의 여지가 없다.

 

 

틸먼은 과연 설문지대로 자신에게 맞는 애인을 걸러 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설문지는 빅 히트작인데…….

설문지가 어느 정도로 필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정확한 상대를 제대로 찾아낼 수 있을까.

 

 

틸먼은 전통적인 데이트 사이트에 광고를 올려놓고, 거기에 설문지 링크를 단다. 그리고 오프라인으로도 영리 결혼 정보 단체인 '8인용 식탁'에 가입한다. 그리고 직접 데이트를 하면서도 온라인, 오프라인 설문지를 작성해 나간다.

 

 

하지만 그가 만나게 되는 여자는 의외로 엉뚱한 여자다.

전혀 다른 세계에서 온 두 사람의 만남.

그러게 때론 세상이 계획대로 되지 않기도 하기에 재미있는 건지도 모르지.

 

진의 소개로 로지를 만난 틸먼은 로지가 재미는 있지만 아내 프로젝트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매사에 시간계획이 꼼꼼하고 철저한 돈, 매사에 시간관념이 없는 로지의 만남은 예측불허다. 바에서 일하는 로지는 바메이드이기까지 하다.

그러니 로지는 틸먼의 계획에는 전혀 없던 호환 불가능한 여성이다.

 

 

약속 시간에 늦고, 채식주의자에, 계획성이 없고, 비합리적이고, 건강하지 않고, 흡연자에 -흡연자라고요!― 심리학적 문제가 있고, 요리도 못 하고, 수학적 능력도 없고, 머리색은 타고나는 것도 아니에요. 진이 장난친 것 같아요. (책에서)

 

 

 

하지만 그녀를 만난 후 틸먼의 일과에 변동이 생기고 일상에 변화가 생긴다. 시간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일과를 건너뛰기도 한다.

와일드카드로 두었던 로지를 대조군으로 넣기도 한다.

 

 

 서로 다른 점이 신경 쓰이게 되고 낯선 감정이 익숙해지면서 끌리게 되는 걸까.

 

두 사람은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되고, 로지의 친아버지를 찾는 과정을 유전학자인 틸먼이 돕게 된다. 틸먼은 DNA에서 채취한 유전자 정보를 이용하여 샘플을 모으며 아버지 프로젝트를 실행하게 된다. 결국 그가 찾은 로지의 친아버지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누구일까.

 

 

서로 다른 성향, 티격태격하면서 싹 트는 정은 무서운 건 가 보다.

결국 틸먼은 깨닫게 된다.

 설문지는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성 찾기가 아니라, 자신을 받아들일 여성을 찾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로지야말로 틸먼의 행복을 위해 걱정해 준 사람이라는 사실을.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무능력자, 사회적 규약문제에 얽매는 자, 스케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해 준 것도 로지임을.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 목록을 작성하게 하고 자신이 정한 조건에 충족하는 사람을 찾아 나섰지만 결국 많이 부딪치며 가까이 했던 사람이 사랑임을.

 

 

 

 

 

이 책에는 과학적인 용어들이 읽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보통의 로맨스 소설과는 분명 다른 재미다.

진화심리학 , BMI지수(키, 몸무게, 체질량 지수), 시분할 방식, 동기화, 미뢰 냉각의 생리학,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유전적 전구체, 야스퍼거 증후군, 논쟁, 오류, 야스파이…….

 

 

 

이 책을 쓴 그레임 심시언은 데이터 모델링에 대한 책을 낸 컴퓨터 과학자다. 이 소설은 작가의 첫 작품이고 2012년 미발표 원고에게 수여하는 빅토리안 프리미어스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제 심시언은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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