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김정남 지음 / 작가정신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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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7번 국도를 따라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마지막 여행.

 

7번 국도는 동해안을 따라가는 꼬불꼬불 해안길이다.

때로는 낭떠러지, 때로는 해안, 때로는 철길을 접하며 달리는 아름다운 곳이다.

인간은 죽을 때가 되면 자신의 흔적을 더듬는다고 했던가.

지금 지방의 이름 없는 대학교수인 승호와 자폐아 아들 겸은 7번 국도를 여행 중이다. 아름다운 부자간의 여행이 아니라 생을 마감하기 위해 장소를 물색 중인 여행이다.

 

어디서 이 길을 마감할 것인가. (책에서)

 

이북 실향민이었던 아버지의 속초 정착, 부모님의 억울한 죽음, 생활고로 이 년 전 집을 나간 아내, 자폐증에 간질까지 있는 아들.

어쩌면 제대로 된 가족구성이 아닐지도 모른다.

게다가 지금은 실직 상태이고 대학과는 소송 중이다.

이름 없는 지방 대학의 교수직이지만 지금은 쫓겨나 있다. 자신이 지도교수로 있는 학과가 폐과가 된 것이다.

 

고향인 속초 아바이 마을, 청진동을 거쳐, 누나가 있는 펜션을 들르고 망양휴게소를 거쳐 경주에 이르는 길들은 분명 절경이지만 소설 속 내용은 우울 모드다.

마지막으로 아내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호텔에 투숙하지만 곧 듣게 되는 아내의 죽음…….

게다가 그는 아내 살해 용의자로 지목 받고 있다.

자신보다 먼저 떠난 아내 앞에서 그는 삶의 의미가 점점 사그라질까. 아니면 불타오를까.

 

아내에게도, 첫사랑에게도, 엄마 같은 누나에게도, 아들에게도 인간적인 그리움이 없는 남자의 일상이 절망의 심연 속으로 끌고 간다.

삶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살아도 산 게 아니겠지.

삶에서 잡고 싶은 것이 없다면 죽은 목숨이겠지.

하지만 아무리 운명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해서 어찌 자율적으로 생을 마감할 수 있을까.

 

비루한 승호의 삶이 안타깝고 아슬아슬하고 절박해서 동정은 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생각과 행동들이 찌질 하고 나약하고 치사하고 답답하다. 호통치고 싶을 정도다.

더구나 아들과 함께하는 자살여행이라니.

 

삶에 정답이 없다는 건, 반대로 정답이 여러 가지이고, 각자의 정답이 다르다는 의미가 아닐까.

삶을 그대로 직시하는 게 참을 수 없을 절망을 준다면 적당히 눈 감고 적당히 모른 척하고 긍정인 척 살 순 없을까.

그렇게 따지면 비루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듯 한데…….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가고 싶은가.

새해 벽두를 시작하며 나에게 던진 화두는 이대로 갈 것 인지였다.

아직 시작이니 그대로 가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는데…….

 

7번 국도는 나에게 추억의 길이다.

예전에 속초중학교에 발령 난 친구를 만나러 가던 길이기도 했고, 여름휴가를 맞아 무작정 강원도 여행을 외치면서 떠난 길이기도 했는데…….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인 <여행의 기술>은 비루한 삶을 살고 있는 한 남자의 비애를 처절하게 그린다.

운명이 자기편이 아니라는 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 연민 그런 위로가 느껴진다.

억울하고 비루한 삶에 대한 위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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