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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별일 없이 산다 ㅣ 탐 청소년 문학 11
강미 외 지음 / 탐 / 2013년 11월
평점 :
[우리는 별일 없이 산다] 별일 많은 아이들 이야기~~
십대들의 세상에는 별일이 참 많다.
우정도, 사랑도, 공부도, 미래도 자신들의 손을 떠나 어른들의 손에 잡혀 있기에 우울하고 슬픈 일상이겠지. 모든 꿈은 먼 미래의 일처럼 손에 잡히지 않아 더욱 당황스럽겠지.
낯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현실탈출을 꿈꾸게 하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은데......
십대시절을 통쾌하게 지낼 수는 없을까.
십대의 청소년들이 유쾌하고 상쾌하게 이 시기를 넘기는 해법은 무엇일까.
7인의 작가들이 수놓는 일곱 빛깔 무지갯빛 해법이 궁금해진다.

처음에 나오는 소설은 강미의 <오시비엥침>이다.
독일식으로 발음하면 아우슈비츠인데, 원래 폴란드어로는 오시비엥침이라고 한다.
유대인 학살의 현장으로 유명한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쑤진 샘이 교사로 있는 여행학교는 학기 단위로 매번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한다.
이 여행학교는 학력 인정조차 되지 않지만 대기자까지 있을 정도의 대안학교다.
공부 내용은 머무는 곳에 따라 달라지지만 공연은 필수다.
대본에서 연기까지 모두가 나서서 만드는 것이 수업인 셈이다.
쑤진 샘과 함께 여행 온 아이들은 십대 후반인 또래의 일곱 명이다.
이들은 쑤진 샘과 함께 폴란드에서 체코 프라하로 넘어간다.
하지만 선영과 정은, 찬은 폴란드의 강마마 카페에 남게 된다.
체코의 프라하 여행을 포기하고 이들이 선택한 것은 강마마 카페의 벽화작업이다.
하지만 폴란드의 옛 수도인 크라쿠프에서의 그라피티 작업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게스트하우스 겸 카페를 운영하는 강마마는 성격대로 일사천리로 벽화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아이들은 세척과 도안 아이템 문제에서 서로 맞지 않아 의견 충돌하게 된다.
벽화 도안 하나에 싸우는 아이들.
어쩌면 모르는 게 답일 수도 있어. 나도 여기 5년 째 살고 있지만 모르겠거든......(책에서)
이것 봐 몇 달씩이나 여행을 다니면 뭐해? 여전히 스스로 만든 틀 속에만 있어. 과거에 묶여 한 걸음도 못 내딛고 있잖아. (책에서)
쑤진 샘의 딸 선영은 정은이와 의견충돌을 빚자 울컥한 기분에 지갑만 챙겨 아우슈비츠로 가는 기차에 올라탄다.
그녀는 여권도 핸드폰도 없이 마냥 오시비엥침으로 가고 있다.
영화 <글루미 썬데이>, <인생은 아름다워>, <쉰들러리스트>, <피아니스트>의 배경이기도 한 유대인 포로수용소.
포로수용소에는 머리카락으로 짠 기괴한 양탄자, 가스실, 고압선, 산처럼 쌓인 가방과 안경 무더기들이 있다. 언젠가 와 본 곳이지만 피해자들의 잔해를 보며 선영은 연민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친구 동주의 죽음이 떠올라 미안함에 울어 버린다.
꽁꽁 감추었던 친구의 죽음, 학교 자퇴, 엄마인 쑤진 샘과의 갈등도 떠올려 보게 된다.
카페로 돌아 온 선영은 정은, 찬, 강마마와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러자 모두들 평생 갇혀 있을 줄 알았던 이야기들을 쏟아 낸다. 선영이는 친구 동주 이야기를, 찬이는 아빠와의 갈등, 정은이는 친구와의 은따 이야기를 끄집어내며 서로의 방황을 이야기 한다.
털어놓고 나면 별일이 아닌 것처럼 아이들은 맑게 갠 하늘을 보며 그라피티를 그리기 시작한다.
카페의 벽에 정은이가 밑그림을 그리면 찬과 선영, 강마마가 함께 나무를 채워간다.
열매에는 한글로 가득 채우며 마무리를 한다.
얄리얄리얄라성, 뿌리 깊은 나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그리고 동주까지.
선영은 윤동주를 빙자한 친구 오동주의 이름을 남기며 친구 동주에게 뒤늦은 화해의 제스처를 내밀게 된다.
혼자만의 여행은 자신을 그대로 들여다 본 시간이었을까.
여행을 하면서 몸도 마음도 성숙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유쾌함을 느낀다.
친구 동주와 엄마 쑤진 샘과 세상에 대한 화해의 이야기가 뭉클하면서도 공감이 간다.

작가는 학교에서 내쫓기는 아이들을 그린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학교를 벗어나 설 곳이 없는 아이들이 여행을 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게 된다는 내용이다.
여행을 통해 자신들의 방황을 매듭지게 되는 이야기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담히 담은 소설이다.
이런 여행학교가 어딘가에는 있겠지. 아마도.
이 책에는 이외에도 김혜정의 <유자마들렌>, 반소희의 <팩트와 판타지>, 은이결의 <두드ing>, 이경화의 <나우>, 잠미의 <내 사랑은 에이뿔>, 정은숙의 <영재는 영재다>가 있다.
청소년들의 사랑, 가족 간의 갈등, 친구와의 우정, 꿈에 대해 이야기들을 담은 위풍당당 청소년소설집,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