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으로 떠난 소풍
김율도 지음 / 율도국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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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으로 떠난 소풍]긴긴 겨울잠을 깨고 눈부시게 비상하는 시인처럼~~

 

 

1991년에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을 받았다는 시인, 김율도.

198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로 당선되고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래 늦게나마 서울예대를 졸업했다는데......

문화유목민이라는 그의 시가 궁금해진다.

 

남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더니

왜 이 세상엔 조롱받는 사람은 혼자이고

조롱하는 사람은 여럿인지

알지 못했다

그게 죄라면 아이들이 했던 것처럼

아이들의 머리 위에 물 한바가지를 끼얹고 싶었다

물이 아니라 석유라도

병신, 벼엉신 하며 달아나고 있었더라

나는 엉엉 울며 손에는 짱돌을 집고 있었더라 - '일곱 살, 여름' 중에서

 

장애란 남과 다를 뿐 틀린 게 아닌데, 장애로 상처받은 어린 영혼의 울부짖음에 속만 탄다.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교육 받았더라면, 그런 배려하는 교육이 있었더라면 차별이나 편견이 덜했을까.

비장애인의 눈에는 장애인이 낯설고, 장애인의 눈에는 비장애인이 낯설 텐데.......

서로 외계인처럼 바라보는 현실, 같이 있는 풍경은 아직도 어색하기만 한데......

사실 나에게는 장애인 친구 하나 없다. 오랜 학교생활에서 장애인 친구가 없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진다. 왜 우린 다른 곳에서 교육 받을까.

나이 들면서 우린 너무 끼리끼리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겠지.

자주 접하고 친해지면 배려는 저절로 이뤄질 테고, 서로의 모습도 익숙할 텐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교육, 그저 로망일까.

 

나무도시락에 김밥을 싸고

아이들은 동물원으로 소풍갈 때

나는 혼자 다락방으로 소풍갔다.

몸이 불편하면 소풍 가지 않는 것을

국민교육헌장처럼 믿으며 다락방으로 올라갈 때

......(중략)

아이들이 돌아오는 시간

보물찾기로 받은 선물을 자랑할 때

그 선물 빼앗아 숨기고 싶었다

상상으로 그린 그림이 뒷 칠판에 붙을 때

나는 자주 뒤를 돌아 보았고

가보지 않은 미래를 자주 상상했다 - '다락방으로 떠난 소풍'중에서

 

어릴 적 소풍가는 날은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었는데....

친구들과 함께 소풍가지 못한 어린 시인의 마음이 느껴져 속상하다.

다락방으로 소풍 떠난 어린 시인은 혼자 김밥을 먹으며, 귀뚜라미와 친구하거나 만화책을 보거나 상상비행을 하거나 했겠지.

그런 아픔이, 그런 외로움이, 그런 상상이 지금의 시인을 키웠을까.

 

습작이 너무 길어지면 안되지만

10년까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중략)

오늘도 밥 먹는 것이 습작이다

가시 속에 웅크린 밤이 되고

독설가가 되고

홀로 다니는 고양이가 되고

독설가가 되고 외톨이가 되고

습작은 계획대로 10년만에 끝나지 않는다 -'겨울 습작'중에서

 

기나긴 습작은 겨울잠 같은 게 아닐까.

긴긴 동면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봄에 기지개를 펴듯 시인도 활짝 날개를 달겠지.

더 높이 비상하겠지.

모든 것에 때가 있듯이.

겨울을 버티고 힘껏 세상을 향해 얼굴 내미는 봄꽃들처럼

화사하게 방긋 웃는 새싹들처럼

시련을 견디어 낸 자의 환희와 행복감이

시인에게 있지 않을까.

 

처음 알게 된 시인이지만

시에는 따뜻한 외로움이, 상처 속에서도 예리함이 번득인다.

소통을 원하는 잔잔한 울림이 눈시울을 붉게 한다.

날개를 달아 비상하는 시인의 모습, 기대가 된다.

나도 그렇게 언젠가는 비상하고 싶다.

그렇게 되리라 믿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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