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둑할망 돔박수월 우리 땅, 우리 마을 이름에 얽힌 역사창작동화 시리즈 1
최정원 지음, 이승주 그림 / 푸른영토주니어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버둑할망 돔박수월]올레 5길, 동백꽃길이 된 이야기

 

 

제목이 심상치 않다. 무슨 설화 같기도 하고 전설 같기도 한데…….

여러 단어의 조합 일까, 아니면 할머니와 수월이라는 손녀 이야기일까.

제목을 보며 잠시 즐거운 상상에 젖어 본다.

 

표지 안쪽의 설명에는 버둑은 황무지, 할망은 할머니, 돔박수월은 동백 숲이라는 뜻의 제주도 사투리라고 한다.

이 이야기는 지금 제주의 올레5길을 동백나무 숲으로 가꾸어 바람을 막아 황무지를 옥토로 가꾼 현맹춘 할머니의 실제 이야기다.

올레 5길의 동백나무 군락지에 얽힌 이야기가 있었다니…….

 

시절은 조선시대.

현맹춘은 꽃다운 나이 17세에 시집을 가게 된다.

하지만 남편은 집도 땅도 없는 남자다.

'제주 여자라면 한 집안을 먹여 살려야 한다.' 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무수히 들었지만 신혼살림은 처참할 정도로 비루하게 시작된다.

사촌 시아주버니가 빌려준 집을 수리해서 신혼집으로 삼고, 맹춘은 돈을 벌기 위해 잠녀 일을 이어간다.

물질해서 번 약간의 돈으로 똥처리 담당인 똥돼지를 사거나 팍팍한 생활을 유지해 나간다.

시집가면 고생시작이라더니 삶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애써 벌은 돈 35냥으로 황무지인 버둑(황무지) 5천 평을 산다. 남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땅을 샀다고 수군거리지만 맹춘부부는 새집을 짓고 돌담을 쌓아 밭을 일구어 간다.

탐라에서는 예부터 남자들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전통이었지만 맹춘의 남편은 집을 짓고 밭을 만들고 돌담을 쌓는 일로 부지런히 일하며 돕는다.

주변의 수군거림 속에서도 남편과 소금빌레(염전)도 만든다. 부부는 열심히 일한 덕에 소금을 만들어 주변에 팔기도 한다.

맹춘 부부는 없는 살림을 살리고자 새벽별을 보고 일어나 저녁노을이 진후까지 열심히 일을 한다. 하지만 제주의 거센 바람은 도움보다는 방해가 되어간다.

 

어느 날은 바람이 세게 불어 깻잎과 상추가 파헤쳐지거나 날아가기도 하고,

어느 날은 바닷바람에 지붕이 날아가기도 한다.

소설 <태풍의 언덕>을 익는 느낌이다. 거센 바람은 마음마저 날릴 기세인데…….

저 바람만 막으면 되는데, 그래야 농사를 지을 텐데…….

바닷바람을 막고자 고민하던 맹춘은 방풍림으로 소나무를 정하고 씨앗을 뿌린다.

소나무가 자라면서 방풍림의 역할은 하지만 이젠 송충이가 문제가 된다.

송충이 가시에 남편과 같이 발을 찔리게 되자 동백나무를 심기로 한다.

잎이 나면 나무 한 그루가 빽빽한 잎으로 둘러싸여 아늑한 집처럼 바람을 막아주는 동백나무. 아름다운 꽃에다가 동백기름까지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나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맹춘은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무시하고 멀리 한라산까지 걸어가서 동백 씨를 구해 온다. 왕복 수백 리 길을 걸어서 구해온 씨를 울타리에 심게 된다.

 

이렇게 매일매일 돌 하나씩 놓고 마소가 뽑아 먹은 자리에 씨를 또 하나 심으면 언젠가 내 집은 동백나무 숲과 아담한 돌담에 둘러싸이게 될 거야. (책에서)

 

제주에서는 여자로 태어나느니 마소로 태어나는 게 낫다는 말은 그만큼 제주 여자들의 삶이 고되다는 뜻이리라.

혼자서 묵묵히 씨를 뿌리고 가꾸는 맹춘의 이야기에는 억척스런 제주 잠녀의 삶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은 제주 잠녀들의 이야기 <검은 모래>가 생각나는 동화다.

 

이 책에는 제주 방언들이 많이 나온다.

 재미있고 아름답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각 페이지 아랫부분에 있었다면 좀 더 편하게 읽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돔박꽃은 동백꽃

비바리는 처녀

두루붕이는 바보

…….

해녀라는 명칭은 일본인들이 붙인 것이고 전통적으로는 잠녀라고 불렀다고 한다.

제주 잠녀의 역사도 기원전후의 선사시대라는 문헌적 고찰도 있고, 제주 잠녀들을 괴롭힌 진상과 관련된 착취이야기도 있다. 항일운동까지 벌인 나라 지킴이 잠녀의 이야기까지 덤으로 들어 있다.

 

제주잠녀의 삶이 고통이었음을, 천주교 박해와 이재수의 난 등을 거치면서 제주에서의 삶이

수탈과 핍박이 심했음을 알게 되니 가슴이 저려온다.

우리 땅, 우리 마을 이름에 얽힌 역사동화 시리즈 1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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