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미술 - 이명옥 관장과 함께하는 창의적 미술 읽기
이명옥 지음 / 시공아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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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미술, 그림 속에 숨겨진 비밀이 신기해!^^

 

 

제목부터가 무척 끌리는 책을 만났다. <학교에서는 배웠지만 잘 몰랐던 미술>

미술을 보는 눈, 그림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었는데…

미술에 대한 호기심과 그리기에 대한 갈증을 늘 가지고 있기에 정말 반가운 책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미술 세계에도 통함을 절절히 느끼고 있다.

첫 부분부터 흥미진진하다.

 

그림의 서명에도 비밀이 있다는데......

그림 속의 서명이 예사롭지 않다는데…….

서명을 이해하면 그림 감상의 재미를 배로 늘릴 수 있겠지.

서명은 진품을 증명하는 보증서 같은 것으로서 작품의 권위를 보장하거나 그림의 배경과 특징, 예술가의 개성까지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16세기 알프레드 뒤러의 <자화상>에는 알파벳 A와 D를 디자인한 서명이 있다. 화가가 직접 디자인해 그림에 사용한 최초의 서명으로 미술사적 가치가 있다고 한다. 당시 기능공의 낮은 지위에서 존경받는 예술가의 지위로 격상시키고 싶은 화가의 자존심을 세운 서명이랄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실레는 소매 주름 속에 서명을 숨겨 둠으로써 청춘 특유의 혼란스런 심리 상태를 표현했다고 한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알바 공작부인의 초상화>에는 손으로 땅에 적힌 문장을 가리키고 있다. '나에게는 오직 고야뿐(Solo Goya)'이라는 뜻으로 은근슬쩍 사랑을 고백하기도 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는 빈센트라는 서명이 있다.

성이 아닌 이름을 서명한 이유는 순종적인 아들을 원했던 아버지와 부딪히면서 가문을 거부한 고흐의 의지의 표현이라는데…….

그리고 이웃들이 격의 없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빈센트라고 서명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성인 반 고흐가 아닌 빈센트라는 이름을 서명하면서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그림을 그리겠다고 각오도 담았다고 한다.

 

반 고흐에게 서명은 삶의 의욕, 예술혼, 창작 에너지였어요. 그 증거로 몸과 마음의 병이 깊어져 죽음을 눈앞에 둔 오베르에서는 서명을 하지 않았지요. (책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 이름값을 하겠다는 각오로 서명했다는 고흐, 서명을 통해 창작의 의욕을 불태웠다니, 다시 보는 서명이 예사롭지 않다.

 

손에도 표정이 있을까.

수화에서는 손도 말을 할 수 있는데…….

 

17세기 이탈리아의 화가 카라바조의 <엠마오의 저녁식사>에는 특이한 손동작이 있다.

부활한 예수가 이스라엘 엠마오의 한 여관에서 제자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있는데도 제자들은 부활한 예수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빵과 포도주를 나눠 먹는 성찬식이 거행하자 제자들이 뒤늦게 예수의 부활을 알아차린다는 내용의 그림이다.

예수의 손동작은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굉장히 사실적이며 희생과 사랑, 구원을 상징하고 있다. 그리고 제자들의 손동작에는 충격과 감동이 나타나 있다.

카라바조의 모든 그림에는 손짓 연기가 탁월하다고 한다. 손짓 표정의 달인이라고 할까.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대성당>은 손동작으로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감싸 안 듯 부드럽게 다가오는 손의 느낌은 그대로 신뢰와 화합인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암굴의 성모>에는 천사가 검지로 세례 요한을 가리키고 있다. 축복을 내리는 손,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손가락 중에서도 검지언어의 강렬함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천지창조>, 영화 <E. T>에도 나온다.

모두 극적인 순간의 소통과 교감의 메시지라고 한다.

 

입 모양은 두려움과 슬픔, 절망과 고뇌, 기쁨과 행복 등 다양하게 그려낸다. 니콜로 델라르카의 <죽은 그리스도를 애도함>에는 각기 다른 입모양으로 절망의 강도를 나타내고 있다.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는 최고의 절망적 표현을 입 모양으로 담았다.

입을 최대한 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두 손을 귀에 대고 있는 모습, 불길한 빨간 하늘은 겁에 질린 모습이 거의 공포수준임을 나타낸다.

눈썹도 머리카락도 없는 단순함은 강렬한 충격을 나타낸다. 결정적인 크라이막스인 입을 통해 본능적인 절규를 완성하고 있다.

 

이 책에는 그림 속에 담긴 발로도 의사표시를 할 수 있음을, 그림으로 음악도 연주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움직임을 나타내는 그림, 속도감을 표시하는 미술, 리듬을 담은 그림, 계절을 담은 그림, 고뇌를 담은 그림, 상상을 담은 미술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다.

 

이 책에는 그림감상에 있어, 평소 놓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담긴 책이다.

명작들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 있는 책이다.

그림에 대한 강의를 듣는 느낌, 서로의 감상을 나누는 기분으로 읽게 된다.

그림을 이해한다는 건, 화가에 대한 이해, 시대와 미술사적 흐름도 함께 이해해야 함을 알고 있다.

미술과 가까워지고 싶다면 이런 책을 추천하고 싶다.

 

 

작가는 사비나 미술관장, 국민대학교 미술학부 교수,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과학문화융합포럼 공동대표를 겸하고 있는 이명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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