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의 유쾌한 소설 읽기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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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의 유쾌한 소설 읽기]마광수의 고전읽기, 역시 독특해.

 

 

이중적 위선에 맞서고 싶다는 자유인, 문화운동가, 시인, 소설가, 대학 교수인 마광수의 책을 만났다.

<2013, 즐거운 사라>, <가자, 장미 여관으로>에 이은 세 번째 만남이다.

 

난 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야한 표현들, 마조히즘적인 때로는 새디즘적인 표현들이 잔인하기까지 한데…….

그의 글들은 퇴폐적인 관능미라고 운운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퇴폐적인 것에 미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

 

재주는 좋은데 삶을 보는 시선은 비틀린 작가일까.

너무나도 솔직해서 나이 든 철없는 작가일까.

윤동주연구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면 윤동주 연구를 더하면 좋지 않을까. 모두가 기다리고 반길 텐데…….

 

그러면서 궁금해진다. 이번엔 괜찮을까.

작가의 소설 읽기는 어떨까. 명작들이 가득한데…….

이번에도 야한 여자에 초점을 맞출까. 아니면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출까.

 

기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세 번째로 나온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한 번 더 읽어 보리라 마음먹은 지가 벌써 몇 개월째인지도 모르겠다.

<제인 에어>가 영화로 세 번이나 상영되었다는데 왜 나는 못 봤을까.

TV로 얼핏 본 기억 밖에는 없는데…….

 

<제인 에어>는 여주인공이 못생긴 용모를 가졌다는 점에서 문학사에 특별히 기록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이 19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소설의 여주인공은 무조건 미인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통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제인 에어>는 그러한 통념을 깨트리고 나타났고, 그래서 이 소설이 갖는 다른 결점들을 덮고서 '세계명작'의 대열에 낄 수가 있었다. (책에서)

 

작가의 생각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제인 에어>는 이전에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인물을 창조했다는 점에 가치가 있다. 신데렐라 스토리가 너무나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이다. 고아인 여주인공이 대지주 로체스터의 양딸 가정교사로 들어가서 결국 그와 결혼하게 된다는 이야기니까.로체스터 본부인이 광녀라는 라는 점, 그 광녀가 집에 불을 지르고 로체스트가 맹인이 된다는 설정은 드라마틱한 재미가 있다. 결국 제인 에어와 결혼한 로체스트는 의술의 힘을 빌려 눈을 뜨게 되고 해피엔딩이 된다는 게 껄끄러울 정도.

영화는 세 번째 나온 영화가 가장 재미없다. 여 주인공의 얼굴도 매력 없고 남 주인공의 얼굴 역시 형편없어서다.

소설처럼 '설마 못 생긴 것은 아니겠지' 라는 관객들의 기대를 그대로 묵살한 영화라는데…….

사람의 외모 문제는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고 생존의 문제다. 그래서 이젠 '마음의 아름다움'따위로 외모 문제를 덮어두기보다는, 성형의학이나 화장술을 통해 인공미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꾀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작가의 생각이다.

 

제인 에어가 재미있게 읽히는 이유는 스토리 라인이 '그로테스크의 미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다.

고풍스런 저택에서 흘러나오는 기괴한 웃음소리의 주인공에 대한 의문이 긴장감을 읽고 추리하려는 본능을 일깨우게 된다. 누굴까.

 

낭만적 신데렐라 스토리에 유령 분위기가 배경으로 깔린다는 점은 반전을 기대하게 된다. 패미니즘적인 시각에서 제인 에어의 자의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글도 읽은 적이 있다.

 

살벌하고 으스스한 분위기에서 피어나는 사랑이 아슬아슬하게 느껴져 더욱 긴장감을 주는 거겠지.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상처와 슬픔을 극복하는 스토리가 그렇게 긴박한 수가 없었는데…….

 

마광수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가 지극히 편협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결코 아름답지 않은 것에 미를 노래하고 있기에.

그래도 이번 책은 읽기를 잘 했다는 느낌이다. 좋아하는 고전들이 많기도 하고 그리 잔인한 표현들도 없으니.

32편의 소설 읽기에는 세계 명작들을 읽은 작가의 감상평이 있다. 다른 작가들과 다른 마광수 만의 독특한 시각이 책 전체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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