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1 - 송지나 대본집
송지나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모래시계 1,2] 퇴근시계라던 드라마, 책으로 읽다.

 

 

방송 드라마 역사상 한 획을 그었다는 모래시계를 책으로 만났다. 대본집 형식으로 된 독특한 책이다. <모래시계> 드라마를 본 적이 없지만 워낙 인기가 있어서 서울의 남녀 직장인들까지 끌어 들여서 드라마 방영 시간에는 도로가 텅 빈다는 말까지 있었는데...... 일명 퇴근시계라는 닉네임도 얻었다는 그 유명한 드라마가 아닌가. 20여 년 의 세월이 흘러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이름인데......

 

고 김종학 PD가 총 감독하고 송지나 작가가 대본을 쓴 모래시계는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두 사람의 의기투합으로 이뤄진 작품이라고 한다.

힘의 정체는 무엇일까. 실상일까 허상일까.

갈수록 힘의 형태는 다양해지고 그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는데......

 

모래시계는 고현정, 최민수로 기억되는 드라마인데, 박상원이 메인이어서 놀랍다.

손현주, 이정재도 살짝 나오고......

 

강우석(박상원 분).

가난한 촌부의 아들이었던 우석은 어릴 때부터 수재였다. 그런 아들에게 아버지는 늘 민주주의를 지키는 아들이 되어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을 원했고 까마귀 노는 곳에 가지 말기를 당부했다.

하지만 군에 입대하게 되면서 가게 된 곳은 광주사태의 현장이었다. 힘없는 자들에게 폭력을 휘둘러야 하는 자신의 입장, 심지어 첫사랑 혜린을 무너뜨리고 친구인 태수마저 죽음으로 몰아야 했던 현실 앞에서 신념이란 얼마나 허무한 것이었을까. 정의가 힘 앞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참담했을까.

 

박태수(최민수 분)

우석의 친구이자 싸움맨이다. 육사로 진학을 하려다 아버지의 빨치산 이력 때문에 거절 당하고 정치깡패의 길로 들어선다. 어렸을 때부터 근육이 근질거렸을까. 머리보다 주먹이 앞선 그에겐 어둠의 주먹세계가 운명 같은 길이었을까.

그는 친구 우석을 만나며 혜린을 알게 되고 혜린을 짝사랑하게 된다.

우연히 친한 후배와 밥 한 끼 먹겠다고 찾아간 광주에서 그는 강자의 힘이 무엇인지를 보게 된다. 그렇게 역사의 현장과 마주하게 되고......

그리고 신분에 맞지 않는 여인을 사랑했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삼청교육대에 끌려가게 된다. 그가 원하는 것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하는 것, 평생을 믿어온 친구와 함께하는 것이었는데, 세상은 그의 소소한 소원마저 이루기 힘든 곳일까.

 

윤혜린(고현정 분)

아버지가 인생의 전부였고 방패막이었던 어린 시절, 아버지가 납치당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점점 알아간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아버지, 부패 세력을 등에 업은 악덕 사업가 아버지의 진실임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대학에서는 민주화운동에 투신하게 된다. 태수를 제거하려는 아버지의 음모를 알고 아버지의 사업을 잇는다. 하지만 아니러니 하게도 그녀의  아버지는 태수와 손을 잡은 권력들에 의해 숨을 거두고 만다.

 

힘이란 무엇인가, 권력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라는 책도 읽었고, 그렇기에 우리의 기억에는 나쁜 기억이 더 많아서 부정적이라는 책도 읽었다.

제자 백가인 순자의 말대로 인간의 본심은 선이 아닐지도 모른다.

늘 다투고 분노하고 비방하고 질투하고 시기하는 모습이 하루에도 몇 번은 있을 텐데.....

 

이 책을 읽으니 마치 역사의 현장에 와 잇는 기분이다.

전해들은 역사이지만 늘 가슴을 아프게 한 이야기였는데, 책 속의 장면들이 너무 실감나서 눈물을 훔치게 된다.

<모래시계>는 시대의 아픔을 배경으로 한 멜로드라마이기도 하고, 힘과 권력과 욕망에 대한 사회적 드라마이기도 하다.

지금 재방영된다면 다시 퇴근시계가 될 수 있을까. 세월이 이만큼 흘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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