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 넌! - 장자가 묻는다 후 엠 아이 Who am I 시리즈 1
명로진 지음 / 상상비행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의 스승 장자가 묻는다. [누구냐? 넌!]

 

 

<장자>가 동양 최고의 스토리텔링 교과서라고!??

우화이자 독설이고 개콘 대본이자 철학서라니!?

서양철학자인 마틴 부버, 하이데거가 장자의 애독자라는데…….

헤르만 헤세도 중국의 사상을 다룬 책 중에 가장 매력적인 책이라고 했다는데…….

<장자>의 상상력과 상징성은 도대체 무엇이 길래, 모두가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대학 논술에서도 가장 많이 출제되는 <장자>.

 

장자에 대한 책을 사놓고도 아직 읽어보진 못했는데 오늘은 장자를 쉽게 풀이한 책을 만났다.

요즘 들어서 제자백가 중에서 가장 끌리는 사람이 노자이고 그 다음으로 장자이다.

대입논술에 많이 나온다니 궁금하기도 했지만 노자와 함께 노장사상이라고 배워온 인물이라서 제대로 알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할까.

 

장자의 이름은 주이고, 몽 지역 (지금의 허난 성 상구 근방)출신이다. 그에 대한 자료는 많지 않다. 사마천이 쓴 <사기열전>에 "학문이 넓고 깊어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같았다. 그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고 뛰어난 글 솜씨로 인생사에 대해 썼다."는 기록이 있다. 장자는 한때 옻나무 밭을 관리하는 말직을 맡았지만, 대체로 벼슬을 하지 않고 평생 자연과 벗하며 살았다. 벼슬이 없으니 가난하고 배가 고팠으나 장자 곁에는 그의 지혜를 사랑하는 많은 친구들과 제자들이 있었다. (책에서)

 

맨 처음에 나오는 대목이 요임금과 국경지기의 대화다.

 

-임금님은 소문대로 성인이십니다. 제가 임금님의 장수를 빌겠습니다.

-됐소, 사양하겠소.

-그럼, 부자가 되시라고 빌겠습니다.

-됐소, 사양하겠소.

-그럼 아드님을 많이 낳으시라고 빌겠습니다.

-됐소, 그것도 사양하겠소.

-예로부터 장수와 부귀와 다산은 모두가 바라는 일인데 어찌 사양하십니까?

-오래 살면 욕보는 일이 많고, 부자가 되면 할 일이 많아지고, 아들이 많으면 근심이 많아지오, 이 세 가지는 덕을 기르는 데 방해가 되오.

―오래 살면 신선처럼 도를 닦으면 되고, 부자가 되면 가진 것을 다른 이와 나누면 되고, 아들을 많이 낳으면 그들에게 천하를 위해 각자 할 일을 맡기면 될 것을, 무슨 욕될 일이 있겠습니까?

-모자란 저를 가르쳐 주십시오.

-됐소, 사양하겠소. (책에서)

 

태평성대를 다스린 중국의 전설적인 요임금이 한낱 국경지기에게 한 수 배우고 깨달음을 얻는 장면이다.

저자의 말처럼 개그대본을 보는 느낌에 크크~ 웃음이 나온다.

장자의 글에 이런 유머가 깔려 있다니!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은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다 보기에 작다고 깔보지 않고, 크다고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다. 우리 생각에 가장 큰 것도 우주에 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생략)

무엇을 얻었다고 기뻐하지 않고 잃었다고 근심하지 않는다. 사물에도 운명이 있어 내게 속할 때가 있고, 사라질 때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추수>편 (책에서)

 

장자의 목소리에는 노자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하는데…….

그래서 노장사상으로 묶어서 부르는 걸까.

 

도를 깨우친 사람은 소문이 나지 않고

지극한 덕을 지닌 사람은 덕을 의식하지 않는다. 장자의 <추수>편

 

최고의 덕을 지닌 사람은 자기의 덕을 의식하지 않기에 진실로 덕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장자>와 <도덕경>의 일치된 부분은 우연일까, 정말 장자가 노자의 영향을 받았던 걸까.

장자는 노자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이 차이가 난다고 했다는데…….

 

동곽자와 장자의 대화를 보면…….

-도대체 도라는 게 어디 있소?

-없는 것이 없소.

-이런! 좀 더 분명하게 가르쳐 주시오.

-땅강아지나 개미한테도 있소.

-그런 미물한테 있다고요?

-풀 속에도 있소.

-그건 더 하찮은데?

-돌 쪼가리에도 있소.

-아니, 왜 점점 더 심해지시오?

-오줌에나 똥에도 있소, (책에서)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에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듯이 나름의 도가 있다는 대화가 의미심장하면서도 유머러스하다.

각자의 개성, 각자의 특성에 따라 제 멋에 사는 자유가 도인 걸까.

장자의 도 이야기가 멋스럽다.

 

<장자>는 읽고 싶은 대로, 끌리는 대로 앞뒤 순서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다양한 우화, 비판적인 독설, 명쾌한 직설, 합리적인 일화들이 <장자>를 가득 채우고 있다.

금기 없는 언급, 성역 없는 비판, 거침없는 독설이 깔려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다.

유유자적 하며 청빈함마저 즐길 줄 아는 여유로움도 배우고 생각하는 힘을 배우게 된다.

나는 나 자체로 소중하고 귀중함도 깨치게 되는 책이다.

나도 장자에게 답하고 싶다. 나는 나요!^^

 

 

<장자>는 원래 10만 자 52편이 있었는데 지금 전해지는 것은 서진 시대 곽상이란 사람이 처음으로 정리한 것이다.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의 이야기로 모두 6만 5천 자로 되어 있다. 물론 그 외에도 수십 편의 장자 해석본이 존재한다. (책에서)

 

이 책의 저자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저술가라는 의미의 인디라이터, 명로진이다.

연기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전직 기자 출신에 책도 여러 권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장자읽기라고 할까.

청소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부분을 골랐다고 한다.

어른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유쾌하고 재미있고 톡톡 튀는 일화들에 웃음을 감당하기 힘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