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방황하고 뜨겁게 돌아오라 - 동갑내기 부부의 유라시아 자전거 여행
이성종.손지현 지음 / 엘빅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거침없이 방황하고 뜨겁게 돌아오라] 두 바퀴로 유라시아를 횡단하다!

 

 

여행이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여정이다. (책에서)

 

방황을 제대로 해보지 않았기에 늘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방황이다.

거침없는 방황이란 무엇일까?

하고 싶은 대로 청춘을 보내겠다는 말이 아닐까?

미련 없을 정도로 끌리는 대로 살아보겠다는 것이 아닐까?

 

오늘, 제목이 무척이나 끌리는 책을 만났다.

거침없이 방황하고 뜨겁게 돌아오라.

제목만 들어도 펄떡이는 청춘의 심장소리가 들리는 듯한데…….

거침없는 방황까지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저자는 동갑내기 부부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이성종, 손지현 부부다.

24 살 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일까.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리라, 가슴 뛰는 행복감을 느껴 보리라고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그리고 유라시아 여정까지 긴 여행을 6년 째 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부부 모험가의 꿈을 이뤄 보고자 거침없는 방랑의 자전거 여행을 즐기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왜 하필 자전거 여행일까.

얼마나 거침없이 방황하고픈 걸까.

이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방황하고 여행한다는데.

여행중독자가 되어 두 바퀴를 굴려 유라시아 횡단을 하다니, 대단한 부부다.

 

처음에 두 사람은 배낭을 메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넘어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50년 장인이 만든 수제 자전거를 받아 다시 유라시아 횡단을 하려는 계획까지 야심차게 세운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테러로 인해 유럽의 가장 높은 산 엘부르즈 등반이 금지라는 통보를 받으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미 지불된 기차표는 러시아에 직접 가야만 환불이 된다니!

인생이 늘 계획대로 되진 않은가 보다.

어쩔 수 없이 날짜에 맞춰 동해항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 내려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갈아타게 된다.

 

저렴한 6인실에서 칸막이도 없이, 사생활 보호도 없이 며칠을 보내며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식사는 열차 안에 준비된 뜨거운 물을 부어주기만 해도 뚝딱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한국의 도시락 라면.

 

4일이나 걸려 도착한 곳은 바이칼 호숫가의 도시인 이르쿠츠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깊은 호수인 바이칼은 자연을 뜻하는 몽골어 바이갈에서 이름이 연유했다고 하는데…….

 

그리고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카우치서핑을 하게 된다.

카우치서핑이 뭔 줄도 모르고 시작해서 카우치서핑의 맛을 제대로 보고 즐기게 된 두 사람.

 

카우치서핑은 남녀노소, 국적, 나이를 떠나 호스트를 자칭한 사람들이 여행자들을 위해 자신의 집을 오픈한다고 카우치서핑 사이트에 올리면 여행자와 집주인을 연결해주는 여행 도구다.

무료로 집을 오픈하지만 적절한 선물이나 요리 대접을 하기도 하고 친구로서의 기본 예의를 갖추는 것은 기본이라고 한다.

 

에스토니아에서 카우치서핑을 하게 된 집은 한국을 두 번이나 방문한 적이 있다는 벤처기업가 란도씨의 집이다.

그 이후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와 이탈리아 등에서도 카우치 서핑을 하게 된다.

따뜻한 인심,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과의 만남이 더욱 여행의 재미를 주게 되는데.....

 

라오스에서 자전거 여행 중에 만났던 부부를 다시 이탈리아에서 만나게 되고 이들의 집에 머물면서 즐거운 여행을 함께 하게 된다.

하지만 밀라노에서 받기로 한 자전거는 아직도 미완성 상태고 이탈리아는 휴가철이어서 언제 받을지 기약도 없다고 한다.

 

모든 계획을 바꾸어야 할까.

안 좋은 상황이 계속되자 부부사이에도 불화가 생기기 시작하고…….

장기여행은 금슬 좋은 부부, 오랜 친구에게 나쁜 걸까.

어렵게 화해하고, 어렵게 자전거를 받게 되면서 다시 신나는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백발의 노신사가 만들어준 수제 프레임으로 된 자전거, 50년 장인의 손길은 바티칸 교황의 자전거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알프스를 거쳐 슬로베니아의 고성들, 크로아티아의 아드리아 해안길, 몬테니그로에서의 인생 최고의 캠핑, 알바니아, 터키에 이르게 된다.

터키에서 '목화의 성'으로 불리는 멋진 파묵칼레를 지나 안탈랴를 거쳐 카파도키아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텐트를 치기도 한다. 잊을 수 없는 캠핑 장소들....

조지아에서의 교통사고, 아르메니아의 오르막길,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의 숨은 명소들,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파미르 고원지대를 지나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 이르게 된다. 아버지의 위독으로 급하게 한국으로 오기까지의 여정들…….

 

 

 

 

음식 값, 숙박지, 환율 정보, 여행거리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깨달음이 더 소중하기에 여정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저자들.

큰 길과 평지 길을 좋아하는 아내와 거친 길과 오르막을 좋아하는 남편의 취향만큼이나 서로 다른 점들이 여행 중에 얼마나 많은 대립을 세웠을까.

하지만 느리고 긴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만큼이나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게 되었다는 두 사람이다.

 

13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일어난 에피소드들을 한 권으로 담기에는 부족하지 않았을까.

시베리아 횡단 철도, 영하 20도의 터키의 겨울 추위, 평균 해발고도 4000m 인 히말라야 기슭, 파미르 고원까지, 예견하지 못한 다양한 상황들에 그대로 마주하며 맛을 봤다고 할까,

쓴 맛, 매운 맛, 달콤한 맛, 짠맛까지 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날 것 그대로 세상의 맛을 본 거침없는 방황의 기록들이다.

 

설렘과 두려움을 갖고 출발선을 떠나 성취감과 안도감으로 도착점으로 돌아 다는 건 여행의 묘미다.

만남, 헤어짐, 다침, 치료, 다툼, 화해가 여행 중에서도 일상처럼 일어난다.

세상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여행이 주는 선물 맞다.

 

지금 가지 않으면 내 길이 아닐 것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닐 것이다.

지금 잡지 않으면 내 행복이 아닐 것이다.

 

자전거 여행은 어떨까.

아침에 쏟아지는 햇살을 온 몸으로 맞는 기분, 얼굴을 스치는 산뜻한 가을 바람, 길가며 스치듯 하는 사람들과 자연, 페달을 시루며 앞으로 굴러가는 인생길이 그대로 행복을 느끼게 해 줄까.

차를 타고 가는 빠른 여행에서 놓칠 수 있는 장면들을 보다 자세히 보고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자전거 여행.

타지 않고 세워둔 자전거가 오늘따라 짐이 아니라 새롭게 보인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도 다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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