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화양연화 -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송정림 지음, 권아라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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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화양연화]삶의 고개를 넘을 때마다 마음을 담아 쓴 에세이~

 

 

매 순간을 전쟁처럼 치열하게 살았다면 이젠 하프타임을 가지고 자신을 추스르고 행복을 음미해보는 시간은 어떨까.

책, 영화, 음악, 그림 속에서 주인공들이 주는 명품 메시지들을 모아 본다면,

빛나는 삶의 지혜를 깨달으며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면,

하루하루 행복하지 않을까.

 

 

이 책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 모든 이들과 함께 쉬어가는 페이지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노래하는 책, 음악, 영화, 풍경 속에서 인생의 길을 묻는 시간이다.

나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나 잘 살고 있는 거죠?

나 이 길로 가도 되는 거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처음 듣던 날, 그 절묘한 표현들이 어찌나 가슴에 와 닿던지…….

하지만 너무 허무하게만 그린 노래라서 공감을 못하던 부분도 있던 노래였는데…….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해피엔딩이 좋지, 비극적 결말은 별로인지라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다는 표현에 따져 보고 싶던 노래였는데.....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 이젠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영원할 것 같은 지금 이순간도 내일이면 과거가 되고 추억이 되어 멀어져 간다.

스물이든, 서른이든, 마흔이든, 어느 날 문득 멀어져 가는 청춘을 느낀다면 억울할까. 시원섭섭할까. 그냥 담담 할까.

억울하기 보단 아쉬움이 많을 듯한데......

노랫말처럼 일부러 내가 떠나 온 것이 분명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는 마음과 더 잘 보내면 되지 하는 마음이 드는 게 보통일 텐데......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삼십 세>

언젠가 친구가 적극 권하던 책이다.

그땐 이런 책이 와 닿지 않아서 읽어보지 못했다.

살기도 바쁜데 느긋하게 삶을 관조할 여유가 없었다고 할까.

서른에 할 일은 너무 많아서 이런 돌아봄은 사치고 호사였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야, 어쩜 청춘이, 젊음이 영원한 줄만 알아서 인지도 모른다.

 

젊다고 내세우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나이, 서른 직전의 어느 날 그는 잠에서 깹니다. 그리고 지나간 세월을, 경솔하고 심각했던 시절을, 그 세월 동안 자신이 차지했던 모든 공간을 기억으로 호출해 냅니다. (책에서)

 

서른 즈음이라는 경계가 생에 의혹을 내뿜으며 불안으로 흔들어대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제와 오늘의 경계일 뿐인데. 그저 자신의 몫에 충실하면 되는 것 아닐까.

불안해한다고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는 것도 아닐 테고, 삶은 어제와 오늘의 연속선상에 있을 뿐인데 말이다. 평소에 그런 나이에 대한 경계를 의식하지 못하는 편인데....

 

순천 조계산 풍경.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길 중 하나로 꼽히는 조계산은 어느 계절에 가도 아름답다.

순천에서 선암사로 가는 길을 더 좋아해서 몇 번을 다녀온 길인데…….

호젓하고 평탄해서 부드러운 산길, 고운 오솔길 같던 산길……. 산사의 경내에 들어서면 풍경소리와 은은하고 맑은 공기, 솔 내음에 마음이 정화되던 곳이었는데…….

깊은 호흡 몇 번에 마음의 짐을 풀어 놓은 듯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비워지고 게워지는 산길이었는데…….

이 가을에 다시 가고 싶은 길이다.

 

르누아르의 그림 <독서하는 여인>

책을 좋아하기에 독서하는 모습, 책이 쌓여있는 모습을 보면 두 눈이 자동으로 꽂힌다.

르누아르는 소녀 그림을 많이 그렸고 부드럽고 환상적인 붓의 터치로 빛의 일렁임, 빛과 그림자의 흐름까지도 화폭에 담아낸 인상주의 화가다.

그의 그림에는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라고 하는 듯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화려한 옷의 여인들, 행복하고 여유로운 사랑스런 소녀들의 모습이 많다.

 

<독서하는 여인>은 빛을 머금은 살결 이라는 표현처럼 빛을 받은 피부가 마냥 투명한 피부처럼 느껴지는 그림이다. 요즘 말로 물광 피부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함께 행복의 나라로, 독서의 나라로 갈 것 같은 그림이다. 화사한 빛의 축복까지 받으며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하는 그림이다.

책장에서 책을 꺼내 들고 밝은 햇살 속으로 가고 싶은 충동을 갖게 하는 그림이다.

 

인생을 시기별로 나누어 한 번쯤 정리하고 싶다는 열망이 많아서인지, 서른 즈음에, 마흔 즈음에, 쉰 즈음에, 예순 즈음에 하는 제목이 붙은 책들을 종종 발견한다.

20대를 마감하든, 30대를 마감하든, 40대를 마감하든 어느 순간 변화가 필요하다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선물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나 잘 살고 있나요?

 

하지만 인생에 정답은 없는 법.

지금 행복하면 내일도 행복할 수 있으리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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