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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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지 말아요] 사랑은 매콤, 달콤, 상큼, 쌉싸름한 맛이야.

 

 

누구에게나 사랑은 영원한 테마다.

가을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걸어가는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지나간 가을 사랑, 봄바람 맞으며 흩날리는 꽃잎 속을 가로 지를 때 슬쩍 떠오르는 것도 봄에 했던 지나간 사랑이다.

책을 읽을 때마다, 장면 마다 또렷한 기억을 깨우는 것도 철지난 사랑의 추억들이다.

예고도 없이 불쑥 끼어드는 추억들이 언제나 설렘으로 다가오는데…….

 

 

<잘 있지 말아요>

이성복 시인의 <편지>에서 따온 제목이 조금은 어색하다.

헤어져도 서로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애증의 시간.

방금 헤어져 다시 만나고픈 마음, 애증을 담은 말인 걸까.

사랑, 그까이꺼. 라며 쿨 하게 돌아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난 아무래도 현실파인 듯하다.

얼마 전,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읽으면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운명적인 사랑에 가슴 아파하기 보다는 가슴이 답답했었는데…….

 

여고 시절에도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지만 그 때의 느낌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느낌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이 있을까. 사랑을 한다면서 왜 두 사람은 서로를 괴롭히고, 스스로를 자학할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시대적 배경, 문화적인 배경 등이 달라서겠지만 이들의 사랑이 아름답고 숭고하다는 느낌은 없다.

단지 상대를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 두 사람이 서로 상대에게 끌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하지만.

성격이나 취향, 관심이나 어릴 적 경험이 비슷하면 이야기가 통하면서 저절로 끌리는 법이니까. 상대방에게 자신의 자화상을 보듯 끌린다면 누구나 이런 사랑을 하게 될까. 제어할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을 말이다.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 기쁨으로써가 아니야. 나 자신이 반드시 나의 기쁨이 아닌 것처럼.―폭풍의 언덕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자기 자신보다 더 자신다운 존재처럼 느낀다. 나보다 나를 더 닮은, 나보다 더 나다운 존재를 향한 불가피한 열정, 그들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불렀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 사랑은 처절한 나르시시즘이고, 자기애의 극단화된 형태가 아닐까 싶다.

캐슬린에게 히스클리프는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이었다. 도저히 '나 아닌 것'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그의 존재가 곧 나 자신의 일부인 것이다. (책에서)

 

서로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서로를 증오하고, 서로가 가까이 있고 싶어 하면서 동시에 멀어지려하는 이율배반의 애증을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잘 보여준다.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미워하기를 반복하다가 정신적, 체력적 소모로 지쳐가는 두 사람. 그러다 삶 자체를 태워버리는데…….

 

사랑은 기쁨이어야한다. 슬픔이거나 고통인 사랑은 내겐 의미가 없는데…….

캐서린과 히스클리프 같은 치명적인 사랑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한데…….

그러게 난, 아무래도 현실파인가 봐.

여성이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기 힘든 시절, 신분의 속박으로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없었던 시절의 사랑이기에 가능한 일일까.

 

사랑의 대상, 사랑의 형태는 여러 가지인 듯하다.

불가능한 사랑, 위험한 사랑, 불행을 가져오는 사랑임을 알면서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하는 사랑도 있고, <소나기>에서의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도 있고…….

<레 미제라블>에서의 장 발장은 코제트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세상과 싸우고, <제인 에어>에서의 제인은 로체스트와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오만과 편견>에서의 다이시의 오만과 엘리자베스의 편견은 제 잘난 맛에 사는 남녀들의 돌고 돌아오는 사랑이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편견으로 가득한 두 집안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다.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평온한 귀부인의 삶에 뛰어든 불나방 같은 위험한 유혹이었고,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은 유치하지만 순수하거나 위험한 이뤄질 수 없는 첫사랑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다양한 사랑의 이야기가 달콤하기도 하고 쌉사름하기도 하다.

싱겁기도 하고 맵기도 하고 떨떠름하기도 하다.

쓰디 쓴 맛이기도 하고 상큼한 맛이기도 하다.

 

 

다양한 맛을 지닌 사랑을 주제로 읽은 책, 본 영화 들을 가지고 이렇게 펼쳐 놓을 수 있는 저자가 대단해 보인다.

 

저자는 문학평론가인 정여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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