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자들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유시 아들레르 올센 지음, 김성훈 옮김 / 살림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도살자들] 잔혹하거나 비정하거나, 인간 사냥꾼들!

 

 

 

제목에서부터 음흉하고 비릿한 냄새가 풍겨져 나와서 섬뜩하다.

동물을 도살하는 것도 피하고 싶은데 인간을 도살하는 거라면 그 냄새를, 그 광경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특별 수사반 Q의 칼과 아사드에게 20년 전에 벌어진 사건 파일이 보내진다.

그들에게 주어진 파일내용은 그 지역 형사의 아들과 딸이었던 당시 17, 18의 두 오누이의 죽음에 대한 것이었다.

 

오누이가 여름 별장에서 처참하게 맞아 죽게 되자 형사였던 아버지마저 자살해 버린 사건이다.

당시 용의자들은 근처 여름별장에 머물고 있던 젊은 기숙학교 학생들이었고, 그 용의자들의 아버지는 돈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태어날 때 은수저를 물고 나와서 지금 금수저를 물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돈으로 안되는 것이 있다면 믿을까.

 

수사선상에 오른 용의자들은 지금 덴마크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최상류층 사람들이다.

이들은 수많은 상류층 전용 개인병원을 세운 디틀레우 프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디자이너 토르스텐 플로린, 주식시장 분석가인 울릭 뒤벨 옌센, 지금은 세상을 떠난 선박계의 거물 크리스티안 울프, 호화계층 출신은 아니지만 늘 그들과 함께했으며 지금은 종적이 묘연한 키미, 두 오누이의 살해를 자백하고 투옥 중인 비아르게 퇴르게센이다.

모두 6명이다.

 

 

유일하게 여자였던 키미는 이들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비아르네가 사건이 지나고 9년 후에야 자수한 이유는 뭘까.

호화출신도 아니고 장학금을 받고 다녀야했던 비아르네가 감옥에 있는 동안에 주식이 불어 엄청 부자가 되어 있는데…….

 

이들 6명은 학교 다닐 때 교사들의 권위를 비웃으며 기숙학교 바로 옆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던 아이들이었다. 그러다가 어린 후배에게 들킨다. 하지만 그 꼬마의 아버지가 학교에 정기적인 기부금을 내는 사람이어서 처음에는 망설이기도 했지만 이들은 꼬마에게 돈을 주고 주먹으로 때리며 입막음을 한다.

 

그 잘못된 시작에서 돈과 폭력이 주는 희열감을 느낀 이후로 이들의 생각은 더욱 삐뚤어지게 된다.

개를 때려죽이기도 하고 길가는 사람을 때려죽이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꿩과 자고새, 타조를 사냥터에 풀어놓고 동물을 죽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쾌감을 얻는 삐딱한 인간들이다. 모든 게 돈으로 해결되었고, 돈으로 힘을 살수도 있었다.

 

키미......

한 때는 이들 상류층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닌 여자다. 겉으로는 고상한 척하지만 속은 빈 깡통 같은 존재다. 예쁜 몸매와 일찍부터 남자를 다룰 줄 알았던 솜씨 덕에 이들의 여자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는 여자 노숙인 신세다.

 

키미는 이들이 언젠가 죗값을 치르게 되리라, 그들을 자기 손으로 손보겠다고 다짐하며 점점 그들의 영역 안으로 가까이 접근하고 있고, 이들은 키미가 자신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인물이라서 제거하려고 사람들을 돈으로 사서 붙인다.

하지만 키미는 좀체 잡혀들지 않는다.

키미가 말을 거는 여자는 동생뻘인 렛-티네 뿐이다.

하지만 렛-티네도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서로가 쫓고 쫓는 과정들이 숨 막히게 진행되고 있을 동안, 칼과 아사드도 사건의 실체를 알아가게 된다.

용의자 6명의 잔혹한 범죄 행위 뒤에는 많은 이들이 돈으로 매수되고 돈으로 유혹 받았음을 알게 된다.

여덟 달 전에 일어난 의문의 동료 피살 사건도 경찰관 누군가와 연관되어 있다.

 

도대체 이들은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지른 걸까.

키미가 이들을 죽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아르네가 사건이 9년이나 흐른 뒤 굳이 자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감옥에서도 재산이 엄청나게 불은 이유는 무엇일까.

 

 

잘 생기고 돈 많은 인간이 성질까지 좋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하지만 돈으로 다 살 수는 없는 건데.....

 

이야기 속에 나오는 자비를 모르고 이기적이고 편협되고 고지식한 부자들의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 않다. 우리의 뉴스에도 나오는 거니까.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인 줄 아는 자들, 인간성과 윤리는 가볍게 엿 바꿔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황금만능의 풍조, 물질만능의 가치관이 우리 속에 더 이상 물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많음을 생각한다.

돈 없이도 얻을 수 있는 우정이 존재함을 기억한다.

돈 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다간 결국 큰 코 다칠 수도 있음을 생각한다.

어른들이 돈돈돈 하지 않아야 아이들도 바른 가치관을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세상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거의 600쪽 남짓한 범죄소설인데도 쏙 빨려 들 듯 읽게 된다.

영화로 나온다면 어떨까. 너무 잔인하려나.

범죄소설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잘 짜인 구성과 빠른 템포의 속도감에 궁금해 하면서 읽은 소설이다.

 

저자는 덴마크 출신의 유시 아들레르 올센이다.

정신과 의사인 부모 아래서 평범하지 않은 유년기를 보냈고, 대학에서는 의학, 사회학, 정치학을 전공했다.

부모의 영향 및 다양한 전공으로 인해, 인간의 광기와 국제정치적 음모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범죄 소설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혀준 소설인 <디파트먼트 Q시리즈>는 첫 번째 이야기<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이고, <도살자들>은 두 번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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