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노예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9
미셸 오스트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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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노예]영웅이자 존재의 의미였던 아버지를 찾아서!

 

 

1986년에 프랑스 최대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최대 문학상에 걸맞은 표현과 묘사가 소설 내내 소용들이 치듯 역동적으로 굽이쳐 흐른다.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현실과 대상을 감각적으로 꼼꼼히 묘사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자의식과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데…….

읽을수록 놀랍다. 그리고 편안하고 아름답게 읽힌다.

 

 

노트르담 사원은 향수를, 생-샤벨 성당은 마음의 상처를, 루브르 박물관은 헛되이 끝난 사랑을 생각나게 하는 것이었다.

…….

느릿느릿 흐르는 강, 물기 어린 피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햇살, 강을 가르며 지나가는 물새들, 덧없음에 놀라는 인간 존재와 인간 행동의 발자취, 이것들만 보면 내 가슴속에서는 기계적 시간이 내면의 시간으로 바뀌고 만다. (책에서)

 

외부 세계와 자아의식의 충돌을 시적 문체로 소화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는데 프랑스어로 읽을 수 있다면 더욱 감동적이지 않을까.

 

지극히 평범한 소년 필립 아르쉐는 엄마를 제외하면 자신의 영역에 들어 있는 사람이 없다.

아버지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져버렸고 폴라 로첸을 2년 째 만나는 정도다.

 

필립은 가끔씩 신경질적이고 충동적이며 난폭해지는 증세가 있다. 분노조절이 안 되는 것이다.

영웅의 탈을 쓰고 있는 아버지가 마치 똥을 싸버리듯 떠나자 모자의 삶은 엉망이 되어 버린다. 미군이 파리에 입성하기 전, 편지 한 장과 넥타이공장을 엄마에게 넘기며 떠나버린 아빠. 그가 숨어 버린 곳은 어디일까.

 

수줍고 얌전하던 성격에서 점차 심약하고 무능해지는 필립.

엄마도 다정다감하지도 않고 씩씩하고 거침없는 성격이 아니다. 그녀는 아들인 필립보다 더 심약하고 무능하거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예민한 성격이다.

어둡고 우울하고 칙칙한 분위기 속에서 자란 필립에게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은 애시당초 무리였다. 비정은 아니지만 늘 무정한 엄마였으니까.

 

필립이 갖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은 신중함과 멋을 동시에 지닌 어둠의 투사였고 자기 목숨까지 걸고 싸우는 진정한 영웅이었다.

모두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우수한 정보원이자 영웅적인 레지스탕스였다. 도대체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 걸까.

 

우연히 들른 폴라 로첸의 집에서 그녀의 부모님을 만나게 되고, 로첸의 부모에게서 아버지의 주소를 받게 된다.

아버지의 옛 친구 딸이 폴라 로첸이라니!

 

필립은 폴라 로첸과 함께 아버지를 찾아 나서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찾게 된 아버지는 변태적이고 음탕한 노인으로 변해 있었다.

무엇이 그를 빛나는 레지스탕스 영웅에서 초라하고 비열한 노인으로 바꿔 버린 걸까.

필립은 아버지의 비밀스런 추태를 보며 뿌리가 뽑히는 나무처럼 절규하며 쓰러진다.

 

처참하고 지긋한 전쟁과 유형 같은 떠돌이 신세가 그를 두려움과 증오와 타락의 세계로 인도해서 일까.

필립은 상상불가의 모습으로 추락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삶의 허무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로첸과도 헤어지게 된다.

 

 

뿌리 깊던 나무가 광풍에 쓰러지는 것처럼 희망이었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기 존재 조차 허무해짐을 느끼게 된다.

남자에게 아버지는 자신의 근원일 터.

누구에게나 아버지의 존재는 든든한 버팀목일 텐데, 존재의 근원에 찾아 헤매는 필립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거친 강물 같고 허무한 물줄기였다.

 

모두가 전쟁 탓 인걸까.

하긴, 전쟁은 육체적으로도 폐허를 만들지만 정신적으로도 피폐하게 흔적을 남기니까.

전쟁은 가족이란 울타리를 철저히 파괴하며 우리의 운명을 좌우함을 생각하게 한다.

전쟁 없는 세상이 되길 빌며.....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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