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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의 증언
이용석 지음 / 인사이트앤뷰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잊힌 영웅들이여! 늦어서 죄송합니다. [죽은 자들의 증언]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이 끝난 지도 6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그 시절을 겪은 어른들이 많지 않기에 6.25가 남긴 흔적들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쟁의 흔적은 휴전선, 이산가족 이외에도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의 유해들이라고 하는데…….
전 국토가 황폐화되고 무수한 인명이 살상된 민족의 비극인 6.25전쟁.
18만 명의 국군과 UN군이 목숨을 잃었고, 13만 4천 명에 이르는 전우의 유해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조국의 부름을 받아 전선에 투입된 어린 용사들이 아직도 귀대하지 못하고 전쟁터 곳곳에 남아 있다니.
비록 전후 세대이긴 해도 그들의 피땀 위에 오늘의 자유와 행복이 보장됨을 잘 알고 있기에 마음이 저려온다.
방치된 격전지, 내버려진 전사들을 찾아 나선 유해발굴작업.
2000년부터 정부는 국가보훈처와 육군을 중심으로 전담부서를 만들어 전 전투 지역을 답사하고 전사 기록을 뒤져 유해발굴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엄청난 예산을 들여 북한 지역까지 뒤져서 미군 유해를 찾는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 이제라도 이런 노력들이 있음에 호국영령들에게 덜 미안해진다.
저자는 처음에 육군본부에서 유해발굴의 명령이 떨어졌을 때는 유해라는 글자 뜻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자신이 해야 할 사명임을 깨닫고 운명처럼 받아들였다고 한다.
남한의 주요 24개 전투 지역을 우선 발굴하면서 쏟아지던 유해를 바라보던 심정이 어땠을까.
개토식의 정의에서부터 유해를 수습하기 위한 사전 발굴 준비사항, 발굴된 유해를 개체 분류나 인종 구별, 남녀노소 구분, 전사 이유 추정 등의 지식들을 배워가면서 6.25전쟁의 역사를 배워갔다고 한다. 그러다 DNA감식제도가 정착이 되고…….
유해발굴을 이젠 중단하라는 명령에 윗사람들을 설득해서 국군 전사자들의 유해발굴작업의 영구적인 발판을 마련하게 되고…….
발굴현장일부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참고했다고 한다.
유해발굴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기 위해 미국 버클리대학교에서 형질인류학을 가르치는 한국인 교수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목격자 진술, 참전자 증언듣기 등으로 휴일도 없이 전국을 다니며 유해 발굴을 했다고 한다.
미국의 전사 실종자 사령부를 모델로 해서 시작된 국군 유해발굴단은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유해발굴단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이렇게 버려두고 젊은이들에게 국토방위라는 이유로 총칼을 들라고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시점을 바꾸어 생각하면 내가 전사한 것이요, 전우가 전사한 것이요, 내 형제가 전사한 것인데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산짐승들이 할퀴어 놓은 유해들, 포탄에 여러 토막으로 갈라져 바윗돌 틈 속에 흩어져 있는 유해들, 다 자란 억새 속에 허옇게 풀에 안겨 있는 유해들이 아직 그대로 남아 처참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책에는 50년간 나무와 하나 된 용사의 유해, 군복을 입은 채로 발견된 유해, 철모를 쓴 채로 그대로 유골이 된 전사자, 머리나 정강이뼈에서 나무가 자란 유해들, 신발 신은 채로 남아있는 유해, 미군의 유해를 찾아 미국으로 보낸 일 등이 기록되어 있다.



임진강 노루고지, 베티고지 현장, 다부동, 안강, 기계, 영천, 백석산, 피의 능선....
아직도 못 찾은 전사들의 유해를 찾아 오늘도 그날의 격전지를 누비고 있다고 한다.
옛날의 격전지를 알고 있는 분들의 증언이 소중하다는 발굴단, 그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많은 유해를 찾고 싶다는 유해발굴단을 위해 파이팅을 외쳐본다.
그대! 잊힌 무명의 용사들이여,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대들의 값진 희생을 무엇으로 값을 수 있을지.....
열심히 싸워 지켜낸 이 땅을
잘 지키고 보존하겠다는 말로 감사를 대신합니다.

이 책은 그런 유해발굴작업 중에 밝혀진 영웅들의 이야기다.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무명의 전사자들의 이야기다.
60여 년 전에 이 땅에 살았던 꿈 많던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지금도 나무가 되고 뿌리가 된 국군 전사자들의 이야기다.
읽다가 눈물범벅이 될 수 있으니 꼭 손수건을 준비하고 읽으시길...
저자는 국군 유해 발군 감식단 과장인 이용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