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커트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을까 - 만화로 읽는 20세기 패션의 역사
김경선 글, 이경희 그림 / 부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미니스커트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을까?] 패션으로 본 세계사

 

 

만화를 잘 보지도 않고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만화책을 들었다 하면 정독하는 습관이 있다. 마치 무슨 소설을 읽는 것처럼.

 

 

이 책도 그렇게 정독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화에 대한 평소의 선입관도 가지고 말이다.

만화로 그려낸 패션의 역사가 얼마나 깊이 있을까 하고.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고 오산이었다. 큰 코 다칠 소리였다.

요즘 만화가 다양하게 재미있게 유익하게 나온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 책도 아주 잘 빠진 맵시 나는 책이다.

오히려 만화니까, 재미있고 유쾌한 패션의 역사 이야기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느낌 아니까, 분위기 살리는 말풍선도 넣을 수 있고, 스타일도 살려서 그려낼 수 있고......

 

 

일상의 평상복에도 스타일이 있고 패션이 있다지만 보통 패션, 디자인, 스타일, 유행이라면 한가한 멋쟁이들의 고상한 취향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패션은 우리의 가치와 지향을 담은 시대정신이라고 한다.

삶에 대한 관심과 고민 속에 패션이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때론 자유를 담기도 하고, 때론 저항을 담기도 하고, 우연한 패션이 영원한 패션이 되기도 하는 걸 보면 패션이 지닌 힘은 무엇일까.

옷의 역사만큼이나 패션의 역사도 깊을 텐데 생존을 위해 입던 옷이 언제부터 시대정신으로 힘으로 인식되었을까.

 

패션으로 높은 신분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겠지.

계급이 존재하던 시절에는 으레 옷으로 신분을 구분했으니까.

 

농경시대에 여성들의 옷은 화려했다.

그 시절, 여성의 화려한 패션은 곧 남자의 능력이었으니까.

남성이 우위인 시절의 여성복은 우아한 인형처럼 화려했지만 여성의 권리를 찾으면서는 불편하고 화려한 옷보다 편하고 실용적인 옷이 패션을 이끌었다,

 

19세기 말 페미니스트의 활약은 여성들의 인식을 확~ 바꿔 놓으면서 여성도 바지를 입게 되었다.

전쟁은 우리의 생활 전반을 바꾸나 보다.

세계 1차 대전이 일어나면서 패션은 큰 변화를 몰고 온다.

치렁치렁한 긴 치마가 실속 있게 좁아지고 짧아지고,

헐렁한 루즈 웨이스트 실루엣의 옷이 만들어지고 ......

그러다 여자들도 남성들과 같이 테일러드 슈트와 바지를 입기 시작한다.

 

1920년대에는 플래퍼룩(가르송 스타일)이 등장하고..

1920년대의 경제공황은 여성을 다시 인형패션으로 몰고 가고..

1950년대의 세계 2차 대전으로 물자가 부족하자 패션도 절약형으로 간다.

모든 치마 길이가 짧아지고 폭도 좁아진 것이다.

 

하지만 변화가 없으면 지루한 법인지 다시 여성스러운 옷이 등장한다.

허리선이 강조되고 치마가 둥글고 풍성한 뉴룩이 나오고, 다양한 실루엣도 나오게 된다.

1960년대의 미니스커트, 팬티 스타킹의 등장,

스테이스 룩, 히피룩,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앤드로지너스룩

.....

 

 

이 책에는 이외에도 패션의 고전 품목인 티셔츠, 트렌치코트, 청바지, 신사복, 더플코트, 카디건의 유래도 담았다.

 

패션이 산업화 되는 과정, 디자이너들의 경쟁, 오트쿠튀르 패션쇼, 프레타포르테 패션쇼, 패션그룹, 스포츠 브랜드, 인터넷 쇼핑에 대한 이야기까지 있다.

 

문득 내 옷장도 뒤져보니 패션의 역사가 뒤죽박죽 섞여 있다.

1910년대 테일러드 슈트, 1920년대 밀리터리 스타일인 워커, 1960년대 미니 스커트, 1990년대 란제리 룩, 청바지, 트렌치코트, 레깅스.....

 

경기상황 따라 선호하는 색, 좋아하는 스타일이 바뀐다는데 요즘은 경제상황 따라 패션이 흐를까.

 

패션이 스타일을 넘어 사상이 되고 힘이 되고 즐거움이 되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패션이 새롭게 보인다.

 

그동안 귀담아 듣지 않던 이야기를 전기수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꾼의 목소리로 듣는 기분이랄까.

200쪽 분량의 책에 21세기를 만든 패션의 모든 것이 깨알같이 들어 있다.

이 책은,

만화로 보는 재미있는 패션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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