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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 - 몽골에서 보낸 어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평점 :
[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 칭기스칸의 흔적을 찾아서~
사는 길을 인생길이라고 한다.
길 위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깨달아 가고 그러다 늙어가는 인생길.
얼마 전에 읽은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에서는 죽어가는 오랜 친구를 위문하는 편지를 부치러가는 길이 그대로 친구가 있는 요양원으로 가는 순례길이 되었고, 그 걸음이 해럴드 자신에게도 치유의 걷기가 되어 가정이 회복하게 되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많은 순례자들도 그런 이유에서 길을 떠났을 것이고, 우리 주변에도 그런 의미에서 올레길, 둘레길, 산책길이 유행하고 있을 것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나를 돌아보는 것 이외에도 새로운 것을 봄으로써 편견과 굴레에 갇혀있던 자신의 모습에서 탈피하고 싶은 이유도 있으리라.
더구나 역사적 인물을 찾아 떠나는 답사의 의미가 담겨 있다면 그 길은 더 많은 배움과 깨달음을 가져다 주겠지.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1006/pimg_726971195903215.jpg)
<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
이 책은 저자가 몽골에서 보낸 10년의 이야기다.
칭기스칸의 일생을 다룬 소설 <조드>를 집필하기 위해 울란바토르 대학의 답사팀을 따라 다니며 겪은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몽골의 초원이 워낙 광활하고 변덕스럽고 예측 불허이고 거대해서, 오히려 문명이 초라해 보이는 곳임을 깨닫게 된다.
얼마 전에 읽은 <아시아 대평원>에서 몽골 초원을 바람과 생명의 땅이라고 할 정도로 거대해서 문명이나 인간의 존재가 바람에 묻힐 정도로 미미하다고 말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아시아 대평원>과 많은 부분이 오버랩 된다.
저자의 팍스 몽골리카나의 상징인 칭기스칸의 생애를 따라가는 여정에는 늑대토템을 가진 몽골 유목민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거친 유목민들의 삶이 아직도 순박하고 너그럽고 때 묻지 않음을 보며 아직도 순수지대라는 생각이 든다.
유목민의 사회에는 거지가 없었다. 모든 나그네는 귀빈 대우를 받았다. 누가 한 번 다녀가고 나면 언제 또 사람을 만날지 기약이 없기 때문에 어느 곳의 풀이 좋고 물이 많으며 다른 소식은 더 없는지 묻고는 정성껏 숙식을 제공한다. 그 가난 속에서 아직도 칭기스칸 시대의 주식이었다는 야생 타르박 (토끼보다 조금 큰 설치류)을 사냥해 13세기식 삶을 연명하면서도 자기 구역에 들어온 사람의 안녕은 반드시 지켜낸다. (본문에서)
지금은 젊은이들이 수도 울란바토르로, 다른 나라로 떠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유목민의 전통을 지키는 순수한 사람들임을 느낀다.
이 책에는 초원의 상징인 늑대, 칭기스칸이 어려운 시절에 지냈던 푸른호수, 몽골의 나담축제, 독서 이야기, 시, 학술 조사단과 함께한 이야기, 결혼식 ,철사처럼 가느다란 실뱀, 인공 불빛이 없는 초원에서의 별들의 잔치, 보배산에서 거란 소문자 찾기, 암각화 이야기 등이 작가의 감수성을 담아 풀어 놓는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1006/pimg_726971195903216.jpg)
소설가의 글이기에 서정성이 짙은 다큐 같기도 하고, 답사의 성격을 띈 여행이기에 더욱 치밀하고 풍부한 역사 에세이 같다.
저자의 소설인 <조드>를 읽어 보진 못했지만 칭기스칸의 이야기를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고 몽골인들의 초원 통일과 세계정복의 이야기를 알고 있기에 더욱 관심이 간다. <조드>를 읽고 싶다.
사진으로만 보던 몽골초원을 직접 본다면 느낌이 어떨까.
칭기스칸의 팍스 몽골리카나의 꿈을 생각하니 못 가본 몽골초원에 대한 그리움만 떠오른다.
언젠가 넓은 초원을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바람도 가져본다.
나도 야생의 땅, 바람의 땅, 생명의 땅으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