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마사코입니다
강용자 지음, 김정희 엮음 / 지식공작소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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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 마사코입니다]

 

 

 

낙선재에 살았던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여사.

그녀가 일본의 황족이었고 일본의 정치적인 속셈으로 강제로 조선의 이은 황태자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지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리 유쾌한 이야기가 아니기에.

조선 왕족들의 불운한 이야기를 뉴스로 접할 때마다 그래도 그녀에 대한 대우는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 역시 기구한 운명의 여인임을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지 못한 여자, 역사의 소용들이에 휘말려 어쩌지 못한 삶을 산 비운의 여인, 이 마사코.

일본 황족과의 결혼을 꿈꾸던 마사코는 16세가 되던 해에 신문을 보면서 자신과 조선의 왕세자와의 약혼소식을 접하며 놀란다. 자신의 약혼을 신문을 통해 알게 되다니…….

 

다이쇼 시대가 개막되는 그 무렵의 일본에서는 집안을 위해, 부모들끼리 혼사를 정하기도 하던 시절이었고 황족에게는 더욱 자유가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본인의 의사가 존중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고 한다.

 

당시 일본은 조선과 일본의 융화정책으로, 두 나라 황실 간의 결혼을 적극 추진한다는 정책을 세웠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의 왕실을 말살하고 왕족의 대를 끊기 위한 정책이었다고 한다.

 

마사 코가 아이를 못 낳을 체질이라서 조선과 일본의 융합정책에 적격자로 뽑힌 거였다. 조선의 황태자 이은의 배필로 결정되면서, 일본은 두 사람의 결혼을 실현하기 위해 황실전범을 개정하기도 한다.

'왕족과의 혼의에 관한 조항'이 황실전범에 증보되고, 조선 왕족은 일본의 황족이나 귀족하고만 결혼하도록 못 박아 버린다.

 

조선 왕실의 정통성을 말살하려고 한 것이다.

두 나라간 왕실의 결합을 굳건히 한다는 명목이었지만 결국 일본을 위한 정략결혼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복잡한 정치를 떠나 그냥 한 여자로서, 인생의 동반 친구로서 이은의 따뜻한 위로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정략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만났지만 결혼 생활만은 진실한 애정으로 행복하길 원했던 것이다.

 

당시 이은 황태자에게는 이미 결혼하고자 간택된 민갑완 규수라고 있었지만 일본은 파혼해서라도 강행하려고 한다. 결국 파혼한 민갑완은 독신으로 상해로 망명하게 되고...

 

일본에서 강제로 결혼식을 올린 이은과 마사코는 조선 황실에 인사를 드리러 올 수 가 없었다.

유학을 빙자한 불모의 신세였던 황태자가 조선에 오려고 하면 일본이 거부를 했기 때문이다.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인 일본생활…….

자신의 어머니인 엄귀비의 장례식도 못보고 아버지인 고종황제의 장례도 겨우 볼 수 있었으니…… 얼마나 속상했을까.

 

마사코는 그런 황태자 곁에서 일본의 야만성을 목격하기도 한다.

야만적인 민비 살해, 엄귀비의 죽음, 고종의 독살. 그 이후로 일어난 전국적인 만세운동. 관돈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

 

황태자가 어릴 적 놀던 낙선재는 늘 황태자의 그리운 고향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황태자는 낙선재의 흙을 밟아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남편을 대신하여 마지막 날까지 낙선재에 살았던 이방자.

그녀는 참담한 조선의 상황을 보며 무엇을 느꼈을까.

 

일본 황족으로 편하게 살 수도 있는 입장이었기에 운명의 장난처럼 시작한 정략결혼 생활....

두 개의 조국을 가졌으나 그 두 개의 조국이 서로 원수 같은 감정을 지니고 있었으니......

어느 편도 들 수 없었던 그녀의 입장......

 

결혼에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던 시절, 더구나 일본의 전략으로 행해진 강제결혼에 대해 개인이 저항할 수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 책 속에는 개인사를 넘어 왕실의 이야기, 조선의 이야기, 대한제국, 대한민국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12살에 일본에 볼모로 끌려간 덕혜옹주의 이야기도 있고. 유럽 여행길에 잠시 상하이에 들렀을 때 임정의 황태자 구출작전의 실패, 헤이그 밀사 이야기, 해방이후 평민이 된 황태자, 해방 후 양국으로부터 소외된 이야기, 아들 구의 미국 유학, 구를 따라 미국에서의 생활, 이승만의 냉대, 박정희의 환대. 다시 한국에서의 정착 등의 이야기가 그대로 한국의 역동의 세월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조선책략에 대한 분노가 일기도 한다.

백성들을 이끄는 자리의 중대함을 생각할 때 한 나라 지도자의 선견지명을 생각하게 된다. 한 여인의 기구한 삶, 이 왕가의 처참한 몰락이 모두 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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