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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길이 있단다 - 민족과 교육을 사랑한 으뜸 기업가 대산 신용호 ㅣ 샘터 솔방울 인물 13
김해등 지음, 김진화 그림 / 샘터사 / 2013년 8월
평점 :
[책에는 길이 있단다] 대산 신용호의 교보 이야기.
내가 처음 서울을 간 것은 대학을 들어가면서부터다. 낯선 서울거리를 다니다가 대형서적이 있기에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서서 책을 보고 있었다. 종로거리에 있는 몇 군데 대형서적을 둘러봐도 책을 뽑아들고 읽는 사람들이 전혀 점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다니……. 그 풍경이 굉장히 낯설고 신선했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곳이 종로서적과 교보문고였다.
지금 교보문고를 세운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그때의 기억이 새롭다.
교보생명과 교보문고를 세운 대산 신용호.
그는 1917년 전라남도 영암 솔안마을에서 태어나 폐병으로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자 독학으로 천 일 독서를 시작한다.
책이 없어서 하숙생들에게 빌리기도 하고 일본인들이 지은 목포부립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보기도 한다. 그에게는 책이 친구였고 스승이었고 학교였다.
스무 살에 사업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경성을 거쳐 중국 다롄에서 큰돈을 번 다음, 스물 두 살에는 직접 곡물사업을 시작한다.
사업능력이 탁월했던 그는 큰돈을 벌게 되고......
해방을 맞자 동포들을 이끌고 조국에 정착해 '민주출판사'를 세워 출판업을 하다가 직물사업, 제철사업 등을 한다.
그리고 1958년 대한교육보험 주식회사를 만든다. 그리고 지하 아케이드에 교보문고를 열게 된다.
월사금이 없어서 쫓겨난 아이들을 위해 교육보험을 세계 최초로 만들고 민족의 미래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교보생명의 지하에 상가대신 서점을 내게 된 것이다.
서점에서 책을 훔치는 아이가 야단맞는 광경을 보게 되면서 그는 직원들에게 준수사항을 내렸다고 한다.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고, 초등학생에게도 반드시 존댓말을 쓸 것.
책을 한 곳에 오래 서서 읽는 것을 절대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책을 이것저것 빼 보기만 하고 사지 않ㄷ라도 눈총을 주지 말 것.
책을 노트에 베끼더라도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책을 훔쳐 가더라도 도둑취급을 하여 절대 망신을 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서 좋은 말로 타이를 것. (본문에서)
아파서, 가난해서 학교에 갈 수 없었던 소년은 천 일 독서를 하며 위인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처럼 큰 꿈을 꾸게 되었다.
독학을 해야 했기에 책이 스승이었고 학교였고 꿈이었다.
사흘만 눈이 주어졌다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자며 열심히 책을 보고 사업을 하던 소년은 어느덧 사업가가 되어 고국에서 자신의 꿈을 펼 친 것이다.
패망에서 그렇게 빨리 일어난 일본을 보며 독서하는 국민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대산의 정신, 쌀 한줌, 담배 한 개 피 가격을 모아 아이들의 교육을 감당하도록 한 그의 교육열을 보니 정말 자랑스럽다.
교육의 힘, 독서의 힘을 믿기에 그의 가치관과 선견지명이 존경스럽다.
이 책을 읽으며 대산 신용호의 가치관과 방침에 따라 교육보험과 교보문고가 태어난 사실을 처음 알았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그분의 말이 가슴에 콕~ 와 닿는다.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