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날것 그대로 - 사람 관계에 대한 예능 잡설
윤성희 지음 / 네시간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날것 그대로] 날것 그대로의 예능과 인간관계~
날것이란 본디 가공하지 않은 것이다. 익히거나 조리되지 않은 그대로의 것이기에 때로는 비릿하기도 하고 때로는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원래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가공된 것 보다는 더 신뢰가 가는 것이다.

책의 부제가 '사람 관계에 대한 예능 잡설' 이라는데 TV예능에서 날것 그대로 나올리는 없을 것이고 무엇이 날것 그대로란 말일까. 잘나가는 예능일수록 각본이 철저하다는 얘길 들었는데…….
저자는 예능 작가 15년 차인 윤성희 방송 작가다.
유재석의 <진실게임>, <일요일 일요일 밤에>,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등 예능의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면서 많은 예능인들과 함께 했다고 한다.
방송작가의 세계란 어떨까.
방송작가의 일이 그리 녹록치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글만 쓰는 작가가 아니라 방송을 위한 작가이기에 방송 시청률에 민감해야하는 작가다. 그러니 새로운 출연자를 발굴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인터뷰하고, 늘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 그러면서도 재미있고 끌리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은 일상이다.
핫한 이야기를 찾아 직접 전화를 하거나 직접 발로 뛰는 일도 일상이다. 스타가 될 재목을 알아보는 것도 그의 몫이고, 스타를 섭외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러니 방송작가는 글을 쓴다기보다는 프로그램을 위해 사람과 전화하고,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뉴 페이스가 등장하면 스캔해서 분석을 끝내는 시간이 누구보다 빨라야 하는 직업이다.
호기심 본능, 수다 본능, 스캔 본능, 엿듣기 본능, 끼어들기 본능 등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어떻게 보면 품위 없는 일이 태반이다. 코드가 맞지 않으면 절대 불가한 일이다.
방송으로 내보내기 전까지의 작업은 가공되기 전의 날것 이고, 그런 날것을 좋아하는 현 추세에 맞춰 막장 스토리보다 더 독한 인간사, 더 험한 말들로 도배된 세상을 화두로 내보내는 것도 작가의 몫이다.
예능에서 날것이란.....
예능의 날것이라면 리얼 버라이어티다.
예능과 다큐의 접목된 프로그램이 증가하면서 예능의 변신은 인간에 초점을 맞추고 관계를 조명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이를테면 <아빠! 어디가?>, <나 혼자 산다. <정글의 법칙> 같은 관찰 프로그램을 말한다.



인맥에서의 날것이란……
.
인맥은 곧 총알이다.
장르를 막론하고, 예능의 최고 자산은 사람이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인맥은 곧 총알이다.(…….) 특히나 예능 출연을 고사하는 톱스타들 중에서 몇 명은 친분이 있는 피디나 작가의 프로그램만 출연한다. (…….) 고로 예능은 끊임없는 사람 관리의 장르이다. 어떤 장치 없이 사람의 이야기에 의지하는 만큼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본문에서)
오지랖이 마당발을 만들어 주면서 인생의 길을 찾아 주기도 한다.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사람, 반가운 사람이 된다. 그리고 인맥이 된다.
소소한 공통점을 찾는 것, 궁금증을 발사하면서 어색한 관계를 극복하는 노하우도 인맥으로 이어진다.
방송의 힘은 인맥이기에.
재능3에 사람관계가 7인 방송 일에는 늘 있는 그대로의 진실로 인맥을 관리해야 한다.
백 마디 말보다 더 따뜻한 위로는 스킨십이며, 서로의 입장을 인정하면 서로가 쿨~ 해진다.
때로는 굴욕도 감수하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며 관계에 있어서 답이 아닌 것만 지워나가도 된다.
인간관계야말로 진정한 리얼 버라이어티다.
방송에선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이 보물이다.
오디션이나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의생명은 사람이다. 사람이 곧 재산이고 무기고, 보물이다. 누가 더 먼저 보석이 될 원석을 캐느냐가 관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벽 2시든, 4시든, 제작진의 미팅은 계속된다고 한다. (본문에서)



방송은 늘 인간이 화두다.
방송은 가공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 방송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시청자들은 날 것의 순수함에 목매기도 한다. 희소성의 법칙처럼.
진실로 날것은 편안하고 순수하며 신선하다.
그냥 각본 없이, 설정 없이, 카메라 의식하지 않고 평소대로 하는 것이기에 가장 신뢰가 갈 것이다. 자연스러움을 그리워하는 심리, 돌발 상황을 즐기는 사람들의 심리가 예능에서의 날것에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사는 것 자체가 다큐고 예능이다.
자신의 무대에 선 배우처럼 사는 것이 인생이니까.
방송도 인간이 인간에 대한 스토리를 내보내는 일임을 새삼 느낀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