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치열한 무력을 -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철학자의 수다?![이 치열한 무력을]

 

 

저자는 사사키 아타루이다.

그의 정통 인문서적인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젊은 작가의 끌어당기는 압도적인 문체라고 들은 적 있다. '일본의 니체' 같다는 평가도 들었다.

그의 글 솜씨가, 성찰의 깊이가 어떠하기에…….

 

20130922_123909_resized[1].jpg

 

 

그는 읽고 쓰는 것이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의 근원이고, 혁명은 오로지 문학으로부터 일어난다고 말한다고 한다. 그러니 책을 읽는 것은 혁명이라고 한다.

책이 문명을 일으키고 세계를 바꾸는 변혁의 중심에 있다는 건데…….

 

이 책은 그가 한 강연, 좌담, 대담을 모아 엮은 것이라고 한다.

좌절과 무력을 넘어서는 책을 통한 혁명, 혁신에 대한 이야기다.

철학이 어렵기는 하지만 읽는 맛은 있다.

이 책도 가볍게 들었지만 읽는데 힘이 든다.

하지만 묵직한 무게감에 압도되어 끌려서 읽게 된다.

 

20130922_121221_resized[2].jpg

 

20130922_121250_resized[2].jpg

 

처음에 나오는 '말이 태어나는 곳'이라는 좌담이 흥미롭다.

'언어를 언어이게 하고, 언어가 생성되는 곳은 언어 바깥이다. 언어 바깥은 아마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형태가 아니라 어쩌면 언어의 '내부라고 해온 쪽'에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본문에서)

 

언어가 예술로, 역사로, 종교로 남게 된다는 건 의미로 남는다는 거겠지.

의미로서의 언어, 이미지로서의 언어의 삶과 죽음을 논하면서 베르그송, 헤겔, 일본 민속학, 철학과 종교의 교차점, 역설, 소설을 쓴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은 말을 해버림으로써 의미가 주어지고 행동으로써 가능성을 가지게 되겠지.

 

갑자기 김춘수의 <꽃>의 일부가 떠오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에서

 

말의 본질도 사물의 본질과 비슷하지 않을까.

이 시에서처럼 주체와 대상의 주종관계, 상호주체적인 만남의 관계, 정서적인 공감 정도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되는 게 말이니까.

20130922_123955_resized[1].jpg

 

 

저자는 말, 문자, 언어, 책이 가진 변혁의 힘에 대한 신뢰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말, 문자, 언어가 할 수 있는 혁신의 힘에 공감이다.

매일 밥 먹듯이, 숨 쉬듯이 읽고 있는 책 속에서 말의 힘, 글의 힘을 느끼고 있으니까.

 

이 책에는 불안, 저 출산, 재난, 자원봉사, 책을 내는 것, 소설 쓰는 것, 말의 탄생, 변혁, 연애, 책읽기. 일의 의미, 죽음 등 잡다한 이야기를 수다처럼 다루고 있다. 철학자이자 소설가의 깊이 있는 수다인 셈이다.

 

철학이라면 보통 머리 희끗한 연배는 되어야 대담의 깊이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건 나의 선입견이었다.

살아온 날만큼 삶에 대한 노하우를 터득하기도 하지만 통찰의 시간만큼 깊이가 주어짐을 새삼 깨닫는다.

 본디 산다는 게 철학인 게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