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폴리스맨 - 자살자들의 도시
벤 H. 윈터스 지음, 곽성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13년 에드거 상 수상작! [라스트 폴리스맨]

 

 

천문학적 명칭이 2011GV1이라는 소행성 마이아가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수십 년간 발견된 우주 물체 중 가장 큰 규모의 천체다.

2011GV1은 매우 특이한 고타원 궤도라서 75년 만에 한 번씩만 지구에서 보일 만큼 가까워지는데, 75년 전에는 소행성을 발견하고 추적하는 프로그램이 없던 시절이라서 몰랐던 존재였다. 이 거대한 천체의 지름이 4.5~7km 로 추정되면서부터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더니 이제는 충돌 가능성 100%. 10월 3일. 아마도 이날이 지구의 종말일 거라고 예고되자 도시는 온통 아수라장이 된다.

 

무중력 상태 같은 혼돈의 뉴햄프셔 콩코드.

소행성처럼 꾸미고 출근하는 자, 버킷 리스트를 들고 마지막 소원을 이루려고 떠나는 자, 불안함에 목매어 자살하는 자, 가족들과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하려고 사표 내는 자들로 가정도 직장도 엉망이다. 석유가 끊기자 도로엔 버려진 차들로 가득하고, 휴대폰도, 전기도 먹통일 때가 많아진다. 종말을 코앞에 둔 사람들은 혼란과 충격에 빠져들고 무기력해진다.

 

 

주인공 헨리 팔라스는 얼마 전에 승진한 형사다.

그는 콩코드 경찰서 범죄수사과 성인 범죄 팀 소속으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어릴 적부터 꿈꿔온 일이었기에.

 

어느 날 메리맥 생명보험회사에 다니는 36살 백인 피터 젤이라는 남자가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된다. 모두가 자살이라고 단정 짓지만 팔라스는 자살로 보기에 석연찮은 점들이 많다고 여긴다.

허접하고 허름한 복장의 사내 목에 걸린 벨트는 ‘B&R' 라고 새겨진 근사한 이탈리아제 검정 가죽 벨트였으니까. 가난한 남자가 자살할 목적으로 고급 벨트를 마련하다니……. 어울리지 않게…….

 

조사를 해보니 피터는 타고난 보험 계리사였지만 친구들도 없고 다른 궁리도 할 줄 모르던 사람이었다.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친구도 없는 그의 죽음에는 자살할 이유는 많지만 살해당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자살이 흔한 도시에서 새로운 자살자가 나왔다는 것은 전혀 새롭지가 않다는 듯 모두들 외면하지만 팔라스는 책임감을 갖고 직무에 성실히 임한다.

 

자살일까. 의문사일까.

해결되는 살인 사건은 대개 사건 발생 이후 48시간 이내에 해결된다는 원칙이 이번에도 해당될까.

단서는 오른쪽 뺨 위쪽에 나있는 노란 멍 자국, 지갑과 열쇠는 있는데 휴대전화는 없다는 점, 유서도 없다는 점인데…….

사람들은 종말로 인해 혼란스러워 하며 울부짖지만 팔라스의 관심은 살인사건에 대한 것뿐이다.

그에게는 자신 앞에 주어진 일에 충실 하는 게 지구의 종말보다 더 소중한 거라고 믿는다.

수사를 계속할수록 타살의 증거보다는 자살의 정황만 늘어나고 사건에 회의를 가지려는 순간 죽은 피터의 주변 인물들과 얽혀들게 된다.

자살로 교묘하게 위장된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지구 종말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이기에 불안과 비탄과 광기와 무기력이 난무하다. 그 혼란의 와중에 호기심과 정의감으로 꽉 찬 명석하고 예리한 형사의 활약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지구의 종말을 앞둔 사람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총 3편의 시리즈물이기에 다음 편이 기대가 된다.

2013년 에드거 상 수상작이다.

 

지구에 종말이 온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스피노자처럼 사과나무를 심지는 않을 것 같고, 지구 종말에 대한 생방송 뉴스를 보고 있을까. 아니면.....

생각하기 싫은 미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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