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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기다리는 아이들 ㅣ 개암 청소년 문학 19
홀리 골드버그 슬론 지음, 박우정 옮김 / 개암나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샘과 리들의 태양![태양을 기다리는 아이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이 때로는 엽기적이거나 호러적인 면이 있어서 권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다. 가슴이 먹먹하고 안타깝고 따뜻해지고 경이로운 소설이기에. 한 번 읽기 시작하면 푹~빠져 들지 않을까.
원래 제목은 <I'll Be There>다.
소설의 처음과 끝부분에 마이클 잭슨 형제들인 잭슨 파이브가 부른 ' I'll Be There' 가 울려 퍼진다.
잘 생긴 외모에 음악을 좋아하는 샘은 폭력과 범죄를 일삼는 때로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버지와 자폐아 증상이 있는 동생 리들과 살고 있다. 어릴 적부터 아빠에게 휘둘려 살아왔기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잘 하는 지도 모른다. 병약한 동생을 지키며 보호하는 것이 그의 일과일 뿐인 아이다.
사는 곳은 버려진 집이거나 낡은 트레일러 안이 고작이고, 아빠가 경찰에 좇기는 신세가 되면 무작정 떠나는 일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다. 학교는 2학년까지 다닌 게 전부여서 샘은 혼자서 기타도 배우고 바다수영도 배우고 쓰레기장을 뒤지며 먹을 것을 얻는 방법과 생존법을 터득한다.
샘은 자신이 푸른 눈, 조각 같은 이목구비에 강건해 보이는 체격을 지닌 멋진 외모라는 사실도 모르거니와 음악을 잘 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살아간다. 단지 음악을 좋아해서 일요일이면 교회에 가지만 아이들과 어울릴 수 없어서 늘 외톨이다. 가난뱅이인 샘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은 교회 뿐 이니까.
어느 일요일에 들어간 커다란 교회에서 성가대 반주에 맞춰 부르는 에밀리의 'I'll Be There'(잭슨 파이브의 노래)에 빨려들게 된다. 자신을 위로하는 노래이기에.
나 그대에게 손을 내밀게요.
그대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믿을 거예요.
그냥 내 이름을 부르기만 하면 돼요.
그러면 내가 그대 곁에 있을게요.
그대 곁에서 그대를 위로할게요.
.....
나 그대의 힘이 될게요.
변함없이 그대를 지킬게요.
당신의 마음을 기쁨과 웃음으로 채워 줄게요.
내가 원하는 건 당신과 함께하는 것뿐이에요.
내가 필요할 때면 언제나 그대 곁에 있을게요. (본문에서)
샘은 자기를 바라보며 위로의 노래를 부르는 소녀에 감동하고 에밀리는 진심으로 노래를 들어주는 소년에 빠져든다. 그러나 두 사람이 사는 세계가 달랐기에 아무리 찾아 다녀도 샘의 흔적을 찾을 수 없던 에밀리는 절망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길거리를 지나가는 샘을 다시 만나면서 에밀리는 그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게 된다.
에밀리의 집에 온 샘은 에밀리의 아빠의 지하실을 구경하게 되고 거기서 기타를 연주하게 된다. 음악대학 교수인 에밀리의 아빠는 샘의 실력이 남다름을 알고 샘에게 빨려든다. 자기만의 음악을 할 줄 아는 천재를 처음으로 만난 것이다. 한편, 병원 응급실의 간호사인 에밀리 엄마는 자폐아 증상을 보이는 리들에게 관심을 보인다. 리들이 전화번호부에 그려놓은 그림 솜씨가 놀랍고 요리에도 관심을 보인다는 것과 주변 사물에 대한 기억이 천재적 수준임을 알고 놀라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샘의 아빠를 만나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에 아이들이 사라져 버린다. 에밀리와 그녀의 가족들은 절망 속에서 아이들을 찾아보지만 흔적을 알 수 없어서 애태운다.
범죄자인 아버지 밑에서 사회의 주변부를 맴도는 삶을 살아가는 아이인 샘과 리들.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외톨이로, 은둔자로 살아가는 것만 배워온 아이들이었는데…….
아버지의 폭력과 무지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무력하게 살아왔던 아이들은 이제 에밀리 가족을 그리워하게 된다. 한 순간이나마 맛본 가정의 따뜻한 온기를 잊지 못하게 된다.
멀고 먼 길을 돌아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샘과 리들은 에밀리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된다.
결말은 해피엔딩이지만 아이들이 겪은 험난한 과정들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언제쯤 이들에게 희망이 올까, 언제쯤 에밀리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될까를 가슴 졸이며 읽다보니 어느새 이야기의 끝자락이다.
세상의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무책임한 아빠, 어른들의 사랑에 굶주린 재능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