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는 문화로 초대합니다
히로세 코지로 지음, 정숙경 옮김 / BF북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손 문화, 촉 문화의 세계 [만지는 문화로 초대합니다]

 

 

시각장애인도 사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처음 알았다.

시각장애인은 전맹과 저시력으로 나뉘는데 전맹의 경우는 볼 수 없지만 저시력의 경우는 약간은 보인다고 한다.

 

저시력의 경우는 중심만 볼 수 있거나 흐리게 보이거나 얼룩져 보여서 책을 읽거나 운전하기는 힘들어도 간단한 운동을 즐길 수는 있다고 한다. 물론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정도다.

 

주변에 시각 장애인이 없어서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일부 전맹의 경우도 운동을 하고 컴퓨터를 하며 일상을 보낸다고 하니 놀랍다.

때로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점자책, 시각장애인용 스마트폰, 컴퓨터의 음성지원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시각장애인들이 활동하는 데는 일반인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과학의 발전이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다.

 

 

이 책의 저자는 전맹이다. 그러니 전혀 앞을 볼 수 없다. 중학교 1학년을 마칠 무렵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고 한다. 이후 일반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도 하고 박사학위도 취득하고 취직도 하고... 지금은 일본 국립 민속학박물관 민족문화 연구부 준교수다.

그는 한국에서 배워간 블라인드 축구도 즐기고, 책도 보고 운동도 하고 자전거도 탄다. 일반인들과 별 다를 것 없는 생활이다.

 

이 책에는 그가 느낀 점자문화,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 손 문화, 촉 문화에 대한 견해들이 실려 있다.

보지 못하면 불편할 것 같고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것 같고 그래서 더 의기소침해질 수가 있을 것 같은데 저자는 자신이 전맹이란 사실을 일찌감치 받아들이고 시각장애인의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하나의 기관이 제 기능을 못하면 다른 기관이 활성화되는 걸까.

그는 눈으로 보지는 못해도 청각과 촉각으로 예민하게 듣고 느낀다. 그에게는 보는 문화보다 만지는 문화, 듣는 문화가 더 익숙하게 된 것이다.

 

<만지는 문화, 만지는 세계전>을 박물관에서 개최하면서 시각중심의 박물관을 촉각이 주는 즐거움을 체험하는 곳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가 시각장애인이었기에 가능한 발상이 아니었을까.

 

 

우리나라에서 시각장애인이라면 강영우 박사가 떠오른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뽑아든 그분의 책을 읽고 감동 받았던 기억이 난다.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아이들을 잘 키워낸 이야기였는데..... 그때는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라서 그 책을 추천하고 다녔던 기억도 있다.

 

한글 타자기와 점자 한글 타자기를 개발한 공병우 박사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누구보다도 한글을 사랑한 안과의사 였기에 시각장애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더해져 점자 타자기를 개발한 것이리라.

 

 

이런 책을 읽더라도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기가 쉽지 않다. 왜일까.

어릴 때부터 서로 다른 학교를 다녀서 접촉이 없기에 어른이 되기까지 맹인친구하나 없다. 이런 현실이 이들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하는 게 아닐까.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맹인 교실을 따로 운영하면 어려울까.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문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관점을 바꿔본다. 어두워지면 눈뜬 사람이 불편한 세상이다. 시각문화에 익숙해 있기에 촉 문화에는 무심했는데...... 오감을 활용해서 보고 듣고 느끼고 냄새 맡고 맛보는 문화가 모두 소중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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