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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여행 : 비우고. 채우고. 머무는
이민학.송세진 지음 / 비타북스 / 2013년 8월
평점 :
쉬면서 비워내는 싶다.[쉼표여행]
걷는 것만으로도 작은 휴식이 된다. 하물며 먼 거리를 돌아다니며 평소에 보지 못하는 장면을 눈에 담는 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쉼터인거지.
저자는 여행의 참 의미를 비우고 채우고 머물고 떠나는 것이라는데, 난 여행의 참 의미를 모르고 있나 보다. 여태 여행을 하면서 비운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으니 말이다. 여행을 떠나면 늘 채우느라 바빴던 것 같다. 금쪽같은 시간을 내고 가는 거니까 사진 찍고 눈에 담고 음식 향에 취해 배를 채우곤 했는데.
휴식 같은 편안한 여행이라지만 늘 계획하고 물건 챙기고 이정표를 점검하고 누군가와 함께 가는 그런 여행뿐이었다. 홀연히 혼자 나서 본다는 건 상상조차 못했는데, 이 책을 보고 있노라니 혼자 하는 여행은 어떨까, 나도 한번 해 볼까 싶기도 하다.
내가 하는 여행도 좋지만 남이 한 여행 이야기를 읽는 것도 즐겁다. 읽고 있으면 지나온 길은 추억에 잠기는 길이 되고, 못가본 길은 그리움을 솟아나게 하기에 말이다.
여러 곳을 많이 다닌 여행자는 아니지만 이 책을 보고 있으니 그래도 참 많은 여행을 다녔다는 생각이 든다. 갔던 곳을 여러 번 가는 편식 여행이지만 한번쯤은 다른 길을 가기도 했으니 말이다.
서산에도 부석사가 있음을 처음 알았다. 영주 부석사의 가을 은행나무길, 절 초입의 사과 밭길이 인상적이었는데…….
서산부석사도 영주부석사처럼 의상대사가 세웠다고 하고 선묘낭자의 전설도 비슷하다고 한다. 바닷가 산 중턱에서 바다 밑으로 해 저무는 모습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기는 템플스테이도 있다고 한다.
봉화 청량산은 여러 번 간 곳이지만 늘 예쁘장한 산세, 앙증맞은 절, 가파른 입구가 인상적이었는데.....
산꾼의 집에서 약초차 건네받고 산꾼이 직접 새긴 목걸이 하나 목에 걸고 나면 제법 등산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는데... 최치원이 마셨다던 약수터를 돌아 청량사로 들어가는 길이 좁지만 예쁜 길이었는데. 산 정상에 오르는 길도 어렵지 않고 산도 크지 않았지만 공기가 무척 좋았던 기억이 난다. 절까지 올라가는 길이 유난히 가파른 산이 특징인 청량산. 지금은 계단식으로 정리를 했지만 예전에는 미끄러지면서 내려왔던 길이었지. 주변에 자연휴양림이 많아서 신선한 공기가 남달랐었지.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남해의 편백자연휴양림....
사는 곳 주변에도 마음만 먹으면 숲과 자연휴양림을 갈 수 있기에 남해를 가도 굳이 욕심을 내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책을 보니까 혹하는 마음에 끌리게 된다. 지금은 도로 사정이 좋아져서 남해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아졌으니 주말에 한 번 휙~다녀올까나.
노도에 들러 김만중문학관도 구경하고... 보리암도 다시 둘러보고 ... 상주해수욕장도 거닐어 보고.. 남해 바닷가는 언제나 운치 있던데...
슬로시티 하동 여행.
섬진강을 끼고 걷는 여행, 봄에 찾는 매화마을, 박경리 문학관, 최 참판집 구경, 들판을 돌아서 강변에서 먹는 재첩국의 개운한 맛, 다시 토지를 떠올리며 걷는 들길, 모두가 추억이다. 다시 가고 싶다.
청송 주산지,
청라언덕길,
익산 미륵사지,
보성 벌교 태백산맥문학관,
서울 부암동,
태백 검룡소 눈 여행......
걷기를 좋아하지만 그동안은 자동차 여행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그 지역의 시내버스를 타는 여행을 하고 싶다.
얼마 전에 읽은 <헤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여행>에서는 집을 나서서 편지를 부치러 가는 길 이 그대로 여행이 되었다고 했는데.. 길을 걷다 보면 아무래도 이 생각 저 생각이 피어오르나 보다.
책을 보니 가을에는 주말마다 한군데씩 다녀오고 싶다. 다음 주에는 청라언덕을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가까이 살면서도 참 오래간만에 가게 된다. 시원한 바람까지 부는 가을에 걷기여행으로 비우는 게 뭔지 체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