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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번지 파란 무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8월
평점 :
도깨비 전설 [404번지 파란 무덤]
제목이 으스스하다. 파란 무덤....
파란 옷을 입고 있는 도깨비 공윤후.
어디에도 없는 공, 있지만 없는 날인 윤, 얼마나 이어질 지 알 수 없는 시간인 후라는 이름 뜻을 가진 그는 아픈 이들에게 위로가 될 행운의 마술을 보여주는 도깨비다.
처음에 만난 여자는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는 여자다. 가난한 여자는 생애 처음 자신을 위해 파란 장미를 사서 예전에 일했던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간다. 얼굴에 종양이 퍼지면서 녹아내리듯 처진 살들이 입과 눈을 짓눌러서 스카프로도, 마스크로도 가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을 졸업한 여동생과 둘이 살면서 동생에게 대학등록금을 보태주고 용돈도 보내주지만 동생은 언니에게 계속해서 뭔가를 요구한다. 사람들이 보내는 동정과 호기심과 혐오스런 눈빛과 멸시를 깨달으면서 세상에 발붙일 수가 없음을 깨닫는다. 여자가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는 찰나 허리를 잡는 남자의 손길을 느낀다. 갸름하고 잘 빠진 검은 눈동자의 푸른 빛 코트의 남자와 대화를 하면서 얼굴에 있던 종양의 아픔과 슬픔이 사라짐을 느끼게 된다. 입술이 마음대로 움직이고 눈썹을 치켜 뜰 수 있는 체험을 하며 처음으로 미소를 짓는다.
-나랑 같이 갈래? (본문에서)
마술 같은 남자의 파란 무늬 가득한 두 손이 무슨 마술을 부린 걸까.
미용실을 하는 서른아홉 먹은 노총각 병구는 같은 건물에서 미술학원을 하는 민혜를 짝사랑한다. 엄마의 마지막 유언은 결혼하라는 것이었다. 엄마가 건네 준 금반지를 무덤에 함께 묻었던 병구. 키도 작고 심심한 얼굴이라는 자격지심에 병구는 데이트 신청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러다 알게 된 마술사 공윤후의 이야기에 그의 주소를 알게 되고. 주소지인 공동묘지를 찾아가서 그를 만나게 된다. 드디어 공윤후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고 민혜는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병구와 가까워지는데...
공윤후의 마술이 어떻게 작용한 것일까.....
너 좋을 대로 해. 인간은 선택을 할 수 있어서 인간인 거야. 혼자가 무서우면 둘을, 둘이 무서우면 혼자를 택하는 거야. 하나는 불행, 둘은 다행이라지만, 어느 쪽이든 거기엔 반드시 대가가 따르지. (본문에서)
혹부리 영감의 혹을 떼어 간 도깨비처럼 아픈 이들의 고통을 떼 가는 공윤후의 모습이 조금은 오싹하면서도 따스함이 느껴진다. 색다른 도깨비 판타지다. 정체불명의 로맨티스트, 100년을 살아온 도깨비 이야기다.
전설 같은 도깨비 이야기에 홀리던 어린 시절처럼 이런 도깨비라면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색다른 도깨비 공윤후. 오래된 회화나무 아래에 가면 만날 수 있으려나. 파란 코트 입은 날렵하게 생긴 남자를 유심히 봐야 겠다.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삼국유사, 대한제국의 문헌들도 나오는 조금은 특이한 이야기구조다. 어색하지만 빨려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자음과 모음 공식 리뷰단 2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