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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한국사회 -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
박인석 지음 / 현암사 / 2013년 7월
평점 :
대한민국은 아파트 민주 공화국이다! [아파트 한국사회]
대한민국이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한다.
최고의 아파트를 지어서 붙여진 별명일까. 아파트가 너무 많아서 붙여진 별명일까.
전국의 모든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이르고 매년 새로 짓는 주택 가운데 70% 이상이 아파트다. (머리말에서)
예전에는 아파트가 일률적인 회색빛 성냥갑 모양이었다면 지금은 각 아파트의 개성을 살려 짓기에 도시미관을 그리 해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파트가 도시의 외관을 딱딱하게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재테크 수단이 되어 버린 지금은 누구도 아파트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나만 그런가.
땅은 좁고 인구는 많은 대한민국에서 고밀도 주거형식의 아파트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이렇게 해서라고 아파트가 공급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까. 물론 지금도 주택부족의 문제는 남아 있지만.
어떤 이는 아파트 시대가 끝나고 주택시대가 올 거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당분간 아파트 불패는 계속될 것 같은데...
저자는 아파트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아파트, 단지공화국으로 전락한 것이 문제라고 한다.
단지화가 된다는 것은 단지 내의 기반시설에 따라 편리성과 주택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있겠지만 외부와의 단절, 소통부재를 더욱 심화시키며 끼리끼리 문화로 왜곡되기까지 한다고 한다. 개인적 공간들이 단절되면서 이웃에 누가 있는지 모르고 지내거나,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일도 적어지면서 개인화 된다는 우려다. 치안과 위생, 공공서비스를 직접 처리하지 않아도 되고 주차장의 편리성으로 이웃과 마주칠 일은 더욱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아파트에서 이웃과의 교류가 힘들고 계층화 된다는 점이 걱정스럽기는 하다. 아파트는 사는 평수, 사는 지역에 따라 점점 사회계층 구분에 한 몫하고 있는 듯도 하다.
그러나 공공시설이 부족한 이 땅에 녹지대. 놀이터 서너 개, 수영장, 헬스센터, 독서실, 탁구장 등을 제공하는 아파트의 역할도 크다고 본다.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는 아파트 마당이 공원처럼 개방되어 있다. 1층에는 상가들이 즐비하고 주변에는 공공도서관과 교회, 학교가 맞닿아 있고. 가까이에 복합 영화관과 대형쇼핑센터, 백화점까지 있다면 그 편리함을 누가 포기할까.
골목길을 또각또각 걷는 운치는 없지만 개방된 아파트 마당은 공원을 산책하는 기분을 낼 수 있다. 요즘 지상에는 차가 다니지 못하게 지하로만 주차장 시설을 해 둔 곳에서는 지상이 그대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이 책에는 단지아파트화의 문제점, 넓은 발코니가 주는 환하고 밝은 분위기의 장점과 수납공간의 절대부족문제, 마루개념과 마당개념을 합한 거실의 탄생 이야기, 가족을 등진 부엌에서 중앙 부엌화로 부엌을 소통의 공간으로 변신하자는 이야기, 폐쇄적이고 내향적인 단지 단위의 공간 구조의 문제를 단지 분절화와 단지 내 공공 공간의 침투로 주변과의 소통을 회복하자는 이야기 등이 있다.
주택에서 태어나 주택에서도 살아봤고 아파트에서도 살아봤다.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주택이 편하냐, 아파트가 편하냐고 묻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아파트가 훨씬 편하다. 생활의 편리함과 치안의 편리함에 익숙해져서 주택으로 옮길 생각은 아직 없다. 물론 텃밭을 가꾸며 맑은 공기를 쉴 수 있는 전원주택도 그려보지만 집을 옮긴다는 것도 그리 간단치 않은 일이고. 도시의 문화적 혜택이 주는 달콤함에 쉬이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아파트 생활이니까.
아파트 단지화가 꼭 시민들의 삶과 도시환경에 부정적일까.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수정한다면 삶의 터전으로서의 아파트도 괜찮을 것 같은데..
저자는 박인석 명지대 교수다. 주택문제에 대한 인식을 대학교 때부터 해 온 주거건축 전공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