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백성실록 - 우리 역사의 맨얼굴을 만나다
정명섭 지음 / 북로드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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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조선 땅에 이런 일이!! [조선백성실록]

 

 

 

 

세종 5년, 1423년 3월 13일의 기사에는 함길도 화주의 백성들이 굶주림을 못 이겨 흙으로 떡과 죽을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메밀 맛이 난다고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여 있다. (들어가며에서)

 

 

생활이 열악했던 조선시대에는 60세를 넘기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어디나 예외는 있는 법. 조선시대 최고의 노인은 기록상으로는 무려 108세다. 세종 때 충청도 남포현에 사는 숙인 김씨에게 매달 술과 고기를 내려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본문에서)

 

 

 

 

 

 

실록의 이야기 중에서 왕조의 이야기가 아닌 일반 백성들의 이야기도 의외로 많음을, 그 내용도 다양하고 진기한 것들이 이리도 많음을 처음 알았다. 역사시간에 배운 것은 역사적인 큰 흐름 속에 조선왕조의 업적에 대한 것과 양반들의 치적들 이었다. 그래서 민초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는 없었다. 이 책을 통해 양반들만의 세상이 아닌 일반 민초들도 살아 숨 쉬던 조선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세상사는 일이 별다를 게 있겠냐마는 조선 백성들의 삶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삶과 맞닿아 있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된 책이다.

 

 

<조선백성실록>

 

가난하고 굶주리던 시절이야기에서는 아이티의 진흙과자 생각이 났다. 장수하는 노인들에게 나라에서 먹을 것을 챙겨 주었다는 이야기에서는 노인공경의 유교국가임을 새삼 깨닫는다.

과거의 질펀한 세월을 견디어 오늘의 우리가 존재하기에 지나간 일들이, 지나간 선조들의 삶이 소중하게 가슴에 새겨진다. 조선 백성들에게 일어난 일들이 때론 아프게, 때로는 눈물겹게, 때로는 멋지고 용기 있게 다가온다.

 

 

음력 5월 5일 단오에 행하던 돌 던지기 놀이에서는 잔인함도 느껴지지만 스포츠가 없던 시절이었으니 갑갑한 현실을 풀어주는 행사였다는 생각에 마음이 저려온다.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여러 가지 놀이를 전수해 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는 부분이다.

 

 

국가에 미역이나 어류 말려서 진상하던 포작간, 소금을 만드는 염간이 바다에서 왜구를 만나 활약한 이야기엔 그들의 힘과 용기와 애국심이 느껴진다. 역사에 기록되지도 않을 밑바닥 인생들이지만 자신들의 삶을 숙명으로 알고 충실히 살다간 또 다른 우리의 역사임을 생각한다.

 

양반들이나 재산가들이 직접군역을 치를 사람을 사서 대체복무를 시키는 이야기, 그래서 군역의 붕괴를 가져오고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곤경을 겪은 이야기를 읽을 땐 지금의 우리는 부끄러움이 없는지 반성하게 된다. 현역을 피하고자 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기에.

매를 대신 맞아 주는 매품팔이의 이야기에서는 가슴이 아려온다. 관리가 죄를 지으면 하인이 대신 벌을 받는 관행이 매품팔이로 이어진 것이라니.

불법과 편법이 판치는 조선 양반 사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찌도 지금과 닮았는지...

 

 

 

그 밖에도 조선의 고아원, 조선의 찜질방, 사고사 1위인 벼락, 원각사, 인육 괴담, 조선 운하의 꿈, 온천 마니아인 세종의 온양군 이야기, 조선의 119 멸화군, 울릉도, 삼봉도, 무릉도, 대마도에 대한 이야기, 만산군이 고려의 유민들이었다는 사실, 경복궁에서 <코란>을 낭독한 계기, 조선판 백분토론, 중국어만 사용하던 사역원, 명나라에 바치던 공녀들의 순장이야기 등이 있다.

 

 

 

유교라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그곳에도 지금과 비슷한 삶이 , 때로는 다른 삶이, 아프고 고달픈 삶이 있었구나 싶다. 사람이 사는 것은 매한가지임을 느끼기도 한다.

 

 

 

 

조선왕조실록이 아닌 조선백성실록.

역사적 기록들이 꼭 왕이나 지배층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백성들의 이야기도 들어 있음을 알게 해 준 책이다. 커다란 역사적인 물결에 휩쓸려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실록에 있음을 알게 해 준 책이다.

 

교과서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이야기다. 그렇다고 시시콜콜한 잡담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름 없는 백성들의 삶의 무게를 확인한 책이다.

역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하잘 것 없는 일반 백성들의 손들이 모여 거대한 수레바퀴를 끌어가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 손들의 위대함을 지도자들이 명심했으면  좋겠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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