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 시와 그림이 있는 이야기
나태주 지음 / 토담미디어(빵봉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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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의 사랑 이야기~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시가 있는 에세이를 좋아한다.

시를 음미하다가 에세이를 읽다 보면

쫄깃한 바게트에 야채와 과일을 저며 넣은 샌드위치 같이 풍성한 맛이 난다.

시가 빵이라면 시가 있는 에세이는 샌드위치인 셈이다.

빵만 씹어도 맛있지만 새콤달콤한 과일맛과 향이 소스와 버무려진 샌드위치는 한 입 가득 행복을 느끼게 한다. 충만감이랄까.

 

이 책은 사랑스런 시에 사랑스런 에세이가 한 편의 소설처럼 흘러간다.

낯 선 작가인 줄 알고 읽다보니 풀꽃으로 유명한 시인이다

 

 

풀꽃.

드라마 학교 2013에 나왔다고 했던가.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코팅해서 다니던 시였지.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본문 중에서)

 

 

책에는 교직에서 정년 은퇴한 작가가 금강연구원 원장으로 들어갔을 때 만난 25세 슬이라는 직원에 대한 감정을 시와 에세이로 풀어 낸 것이다.

그저 평범한 직원이 시인의 감성을 건드리며 조금씩 소중한 사람으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갑자기 아버지를 잃고 비틀거리는 슬이를 보고 일단은 안쓰러운 마음이었을 것이다. 일종의 측은지심의 발로다. 그래서 왈칵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었을 것이다. 무언가 잘해주고 싶고 챙겨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노력의 나날이 반복되다보니 슬이가 나에게 가여운 사람, 특별한 사람, 사무치도록 빛나고 새로운 사람으로 자리 잡게 되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40년의 나이 차를 극복하며 대화가 통했기 때문일까. 어쨌든 노시인의 눈에 비치는 슬이의 모습이 때론 연인처럼, 때로는 딸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다가온다. 슬이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다. 물론 나중에는 눈치 채며 피하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서툴지 않은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어제 보고 오늘 보아도

서툴고 새로운 너의 얼굴

 

낯설지 않은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금방 듣고 또 들어도

낯설고 새로운 너의 목소리

.......(생략)

서툰 것만이 사랑이다

낯선 것만이 사랑이다

......(생략)

 

 

 

 

넘어설 수 없는 선이 있기에 조심스럽게 훔쳐보고 눈치 보며 감정적으로 끌려가는 애잔함을 예쁜 시어로 담백한 우리말로 담아냈다. <은교>의 노시인을 보는 듯 한 느낌이다. 소중한 것을 깨뜨리지 않으려 소중히 다루는 모습이 비슷하다.

시인은 가까이 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자꾸만 끌려가는 마음을 시로, 에세이로 달랬나 보다.

 

 

글이란 대단한 힘을 가졌다. 읽을 때도 사람을 지배하지만 쓸 때도 글은 사람을 지배하고 영향을 준다. 지대한 영향이다. 희미한 생각이 분명해지고 어지러운 생각이 투명해지고 무엇보다도 아프고 서럽고 괴로운 마음이 위로 받는다.

…….

나이가 먹은 사람이 될 슬이를 위해 이 책을 기념품으로 남기고 싶다. (에필로그 중에서)

 

 

 

나이가 들어도 사랑의 감정에는 별 다름이 없나보다. 시인은 그저 온 마음으로 진정한 마음으로 슬이를 사랑했던 감정에 시적 상상이나 느낌을 많이 첨가 했다고 한다. 시적 감성의 대상, 영감의 제공자......

 

그래도 슬이는 불편하지 않았을까.

읽고 있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약간은 불편한데...

 

 

 

시인의 말처럼 정서와 상상의 질서를 따라 애틋한 사랑, 이루지 못할 사랑을 노래한 시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이 책은 시인의 고백적인 자전 에세이 랄까.

 

시인의 글에는 소년 같은 감성이 많이 묻어난다. 아름다운 순 우리말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아리잠직하다는 조그마하면서도 아리땁다는 뜻이라고 한다. 예쁜 우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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