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추리 - 강철인간 나나세
시로다이라 쿄 지음, 박춘상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도시괴담을 허구추리로 해결하는 신선함이!! - 허구 추리 강철인간 나나세

 

 

 

만화 같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요괴, 귀신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무섭기 보다는 귀엽고 깜찍하고 발칙하다. 으스스한 분위기 보다는 기발하고 톡톡 튀는 분위기다. 일본에서 제 12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이라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시로다이라 쿄. 그가 '절원의 템페스트', '스파이럴 얼라이브' 등의 애니메이션의 원작자라고 하는데 만화는 잘 보지 않기에 처음 듣는 이름이다. 만화가의 특징을 살려 목차를 만화로 그렸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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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도, 병원에도, 강에도 산에도 요괴, 유령, 마물이 숨어있고 그들을 부르는 이름이 있고, 나무에도 풀에도 숨어 있지만 대부분은 해를 끼치지 않고 존재한다는 설정이다.

 

일안일족一眼一足

비를 맞으며 잠드는 것을 좋아하는 이와나가. 150센티미터도 채 못 되는 키에 40킬로그램도 나가지 않는 자그마한 체구. 크림색 베레모를 쓰고 언제나 우아하게 빨간 지팡이를 짚으며 세상 고민 따윈 모른다는 듯 재잘거리는 특징이 있다.

그녀는 열한 살 때 2주 동안 유괴를 당한다. 요괴들에게 유괴되고, 지능이 떨어진 그들을 대변해 주는 지혜의 신이 되는 조건으로 그녀는 풀려난다. 단 일안일족이 되어. 한쪽 눈과 다리가 없는 일안일족은 지혜의 신이 되기 위한 조건이었던 것이다. 의안과 의족으로 완벽히 변신했지만 그래도 모자와 지팡이가 필요했던 이와나가. 베레모와 빨간 지팡이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다.

그녀는 병원에서 만난 쿠로를 2년간 짝사랑해오다 최근 애인과 이별한 쿠로에게 구애를 한다. 그녀는 기회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성미가 아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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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와나가가 좋아하는 남자인 쿠로.

요괴마저 그를 두려워한다고 한다. 왜 일까.

옛날부터 인어고기를 먹으면 불로불사한다는 전설이 있다.

스물한 살 때 할머니의 속임으로 자기도 모르게 요괴 둘, 즉 쿠단과 인어고기를 소고기나 생선회 쯤으로 알고 맛있게 먹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요괴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존재,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가 된다.

그가 요괴마저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고 사키는 이별을 통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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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의 전 애인 사키. 현재 경찰관이다. 도시전설이 실체로 다가 오고 있음을 알고 의무감을 갖고 요괴를 잡고자 한다.

강철인간 나나세.

나나세 카린은 연예계 아이돌이었지만 악의적 루머로 인해 피해 다니다가 결국엔 철골에 맞아 처참하게 죽게 된다. 타살인지 자살인지도 모른 채. 그리고 그녀는 귀신이 되어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도시전설이 된다. 얼굴을 알 수 없는 상태로 아이돌 시절의 의상인 검은 미니드레스를 입고 왕 가슴을 드러낸 채 기다란 철골을 휘두르며 그녀가 사람들을 습격한다는 소문이 난 것이다. 그리고 강철인간 나나세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단지 꾸며낸 이야기였죠. 하지만 이름과 형태를 얻은 허구는 수천, 수만, 수십만이나 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뿌리를 박고 여러 사람들을 오가면서 점점 피와 살을 붙여나가, 결국 실체를 얻게 되죠. 바로 사람의 상상력이 괴물을 낳은 겁니다. (본문 중에서)

 

하나의 사실에 아주 사소한 계기로 정체모를 무엇인가가 끼어들게 되고 어떤 힘도 실체도 없으면서 발 없는 소문이 천 리 만 리를 가게 되면 결국 힘을 얻고 실체도 얻는다는 도시괴담. 거기에 이름까지 붙기 시작하면 더욱 강력해 지는 힘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 그 소화하기 어려운 이야기에 더 강력한 허구를 만들어 전파하자는 이와자가 일당들...

인터넷을 통한 허구에 대항하여 또 다른 강력한 허구를 만들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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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허구에 허구추리로 맞선다는 설정이 정말 이색적이고 기발하다. 사람의 상상력이 만든 존재는 상상력이 충분히 존재하지 않으면 쉽게 무너진다는 데 단서를 두고 더욱 압도적인 허구를 소문내어 요괴를 물리친다는 설정이 논리적이기까지 하다.

 

인터넷괴담, 연예인들의 인터넷 소문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확대되고 실체처럼 키워지는지를 잘 보여준 소설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쉽게 비틀어지고, 망가지고, 혼란스러울 수 있는지를 잘 반영한 소설이다. 인터넷이 생기면서 소문의 망령이 키워진다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제 전설은 산에서, 바다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세상이다. 조심스럽다.

 

불안정하고 혼란스런 세상이기에 도시전설은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에게 있는 도시괴담은 무엇일까.

괴기소설, 호러소설인데도 추리소설, 연애소설 같은 느낌이 많아서 궁금해 하며, 신기해 하며,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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