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게르트루트 - 문예 세계문학선 067 문예 세계문학선 67
헤르만 헤세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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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음악가의 열정, 사랑, 고독의 노래 - 게르트루트

 

 

헤르만 헤세의 글들을 좋아해서 학창시절부터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게르트루트>는 처음 읽는다. 처음 접하는 제목이 사람이름인 듯해서 자전적 성장소설일까 싶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아니다.

<데미안>, <수레바퀴아래서>, <크눌프 삶> 등은 자전소설의 경향이 짙은데 반해 <게르트루트>는 소설다운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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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글을 읽다 보면 문장들이 별처럼 빛나게 쏟아지고 꽃향기처럼 흩날리며 공간을 가득 매운 듯해서 좀체 눈을 뗄 수가 없는데, 이 소설은 그 정도가 더하다고 할까. 헤세의 표현력에 감탄하며 음미하며 읽다보니 정독을 하게 된다. 속독을 하기엔 너무 아까운 문장들이다. 밑줄 쫙~ 치느라 읽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지나치게 행불행을 따지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일이다. 내 생애에서 가장 불행한 시절이라 해도 그것을 내버리기란 갖가지 즐거웠던 시절을 내버리기보다 더 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감수하고 좋은 일도 궂은일도 충분히 맛보고 나서, 외적인 운명과 함께 우연이 아닌 내적인 본래의 운명을 획득하는 것이 인간생활의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면 내 생애는 가난하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외적인 운명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피할 수 없이 신의 뜻대로 내려져 지나버렸다 하더라도, 내적인 운명은 나 자신이 만들었으므로 달든 쓰든 당연히 내 것이며 거기에 대해서는 나 혼자서 책임을 지려고 한다. (본문 중에서)

 

 

주인공 쿤은 소년시절에 여자 친구가 무모한 썰매를 타자고 하는 바람에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오다 한 쪽 다리를 다치게 되면서 인생이 달라진다. 그 짧고 경솔한 썰매타기로 청춘의 쾌락과 어리석음에 대한 보상을 치르게 되고, 절름거리는 다리로 보통 사람처럼 걸을 수도, 뛸 수도, 춤 출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활발한 성격이 점차 소심해져 간다. 그러다 고독과 씨름하면서 음악에서 구원을 찾게 된다.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작곡을 하면서 깊은 위안을 받게 된다. 가곡을 만들고 아리아를 만들고 오페라를 만들면서 생활에 활력이 생기게 되고 차츰 명성을 얻어 간다.

 

 

음악은 거침없이 흐르고, 이제는 보이지도 않고 보려고도 안 한 게르트루트를 향해 황금의 길로 나를 데리고 갔다. 마치 아침 나그네가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주저 없이 이른 아침의 연한 하늘색과 더 맑은 초원의 반짝임에 몸을 맡기듯이, 나는 음악과 호흡과 사상과 심장의 고동을 그녀에게 바쳤다. 아울러 기쁜 마음이 들고 음이 넘쳐흐르면서 놀라운 행복감이 나를 드높였다. 별안간 사랑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다. (본문 중에서)

 

 

드디어 사랑을 찾은 쿤은 용기를 내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게루트루트에게 고백하려는 찰나에 가장 친한 친구인 무오트가 둘 사이에 끼어들게 된다. 결국 무오트는 게르트루트와 결혼하게 된다. 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며 희생을 모르는 무오트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게르트루트와 결혼을 하다니... 바람기 많고 폭력적인 그를 게르트루트가 사랑을 하다니.....

상심한 마음에 자살을 결심하지만 '부친위독 속래요망 모' 라는 전보를 받게 된다. 부친의 사망과 모친의 뒷일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마음의 상처를 극복해 간다.

그리고 쿤은 어릴 적 꿈처럼 오페라작곡자로 점점 이름을 날리게 되고 무오트는 여전히 가수로서의 명성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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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친한 친구와 한 여인을 둘러싼 삼각관계라는 흔하디흔한 이야기다. 하지만 헤세 특유의 문장력에 끌려 감동하며 읽게 된다.

음악적인 표현들, 심리묘사가 너무나 아름답다.

온 우주에 하모니로 가득 채워져 있는 듯, 박자와 리듬이 숨결 속에 흘러 다니는 듯, 선율들이 춤을 추며 마음에서 솟아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읽으면서 독일인이 된 듯, 독일마을에 사는 듯 한 느낌으로 읽었다.

필사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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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클림트의 그림에도 게르트루트에 대한 그림이 있다.

클림트가 <게르트루트>를 읽고 아름다운 <게르트루트 뢰브의 초상>을 그렸다고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쾌락과 고통은 한 순간에 바뀔 수 있는 동전의 양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둘 다 고통스럽기도 하고 감미롭기도 하고 ...그 속에서 창조력은 활활 불타오르게 되는 것 처럼. 그리고 모든 고통은 자신의 의지로 극복한 자에게만 회복이라는 선물을 준다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

 

**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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