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직 상점 - 상 - 한국 자본주의의 첫발을 떼다
박상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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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최초의 기업인을 만나다^^ - 박승직 상점(상)

 

 

 

 

 

 

 

 

젊은 날, 나는 상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 길을 가르쳐 주는 이는 없었다. 나는 오직 스스로 그 길을 찾아 나서야만 했다. (본문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 두산이라고 한다. 올해가 창립 117주년이 되는 해이다.

박승직.

그는 두산 그룹의 창업자이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상인의 본성을 타고난 걸까.

어릴 적 부터 아버지 심부름으로 송파 장터에 갈 때면 장사꾼들의 호객 행위, 장터 풍경에 신명이 나곤 했다. 그러다 세상물정을 알면 농사일이 힘들어진다는 아버지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소작농으로 살기 싫다며 집을 나와 버린다.

 

 

 

 

나는 아버지처럼 살아가지 않으리라. 주어진 운명에 결코 그대로만 순응하진 않으리라. 은쟁반 위에 물그릇을 떠받들듯이 항상 기를 펴지 못한 채 파르르 떨리는 가슴으로 살아가야 하는, 나는 그런 아버지처럼은 살아가지 않으리라. 아버지로부터 대물림 받은 이 지긋지긋한 궁핍과 굴욕스러움을 내 자식에게 만은 결코 물려주지 않으리라. (본문 중에서)

 

 

 

 

그는 송파 장터에서 우연히 알게 된 또래 김만봉으로 인해 종로에 있는 석유전에 취업을 해 보부상이 된다. 이전과는 전혀 딴 세상에 온 듯, 그전과는 보이는 것도 달라 보이는 신비함에 며칠을 보내다 결국 아버지에게 끌려 다시 고향으로 간다.

 

 

 

아버지의 부탁으로 해남관아의 책실로 3년을 지내게 되면서 도움을 주게 된 쌀녀와 그녀의 오빠 맹추와 사랑과 우정을 쌓아간다. 3년이 지나 고향으로 올라오면서 쌀녀에게 받은 말늧 세 가지. 말의 씨라는 의미의 말늧은 하늘 만이 안다고 하는데.....

 

하늘만이 안다는 말늧 세 가지는 무엇일까.

 

 

 

 

다시 종로를 찾아 간 박승직은 석유전에서 행수로 일했던 김정우 진사를 찾아가 상인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 개성상인의 유래와 그들의 상도, 노자의 현실을 보는 안목, 행수가 직접 터득한 지식 등을 익히게 된다.

 

 

 

행수는 개성상인들의 스무 가지 상술을 다시금 다섯 가지 상략으로 묶어 설명했다. 다름 아닌 도전 정신과 근검절약, 정직과 믿음, 협력과 동료 우선, 기회의 포착과 발굴, 권력과의 거리 유지가 그것이었다. (본문 중에서)

 

 

 

상인의 스승이야말로 다름 아닌 노자라고 말했다.

.....

장자가 현실을 초월하여 해탈할 것을 가르친다면, 노자는 냉엄한 현실을 꿋꿋이 헤쳐 나가는 지혜를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

손자는 물의 형상을 보고서 이상적인 병법을 찾은 데 반해, 노자는 물의 형상을 보고서 이상적인 형상을 찾은 것이라네.

......

세상에 물만큼 약한 것이 없으면서도 또한 물만큼 강한 것을 이길 수 있는 것도 없다는 게 곧 노자의 발상이며,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갖는 지혜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가진다는 生知는 가장 확실한 자신의 자산이며 역량이라던 행수의 말에 그는 완전히 탈바꿈한다. 제대로 된 멘토를 만난 것이다. 그의 타고난 생지는 무엇이었을까.

 

 

 

 

 

 

유학을 중시하던 조선은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천하게 여기던 나라였다.

일찌기 실용성에 눈을 뜬 실학자들이 상업의 중요성을 외쳤지만 그들은 정치 실세가 아니었기에 정책으로 펼칠 수는 없었다. 환영받지 못하는 직업인 상인에 그가 그토록 끌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말, 개항이후 서양문물과 일본문물이 급속도로 들어오면서 세상은 점점 변해져 간다. 열강들이 들어올수록 조선 상인들의 입지는 더욱 어려워져 가고...

 

 

 

 

 

처음에 보부상으로 일하며 전국을 떠돌던 박승직은 그 경험을 밑천으로 종로4가에 박승직상점을 열게 된다. 처음에는 포목 전문이었다가 박가분을 팔기도 했던 그.

그는 힘들 때마다 먹적골 행수가 일러 준 스무 가지 상술, 다섯 가지 상략, 사람의 됨됨이를 판별하는 여덟 가지 방법 등을 되새기며 힘을 얻었다.

 

 

포목 상인의 대표들과 모여 일본 상인들에 맞서 종로 상계를 지키기 위한 최초의 주식회사인 '광장주식회사'를 설립하기도 한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애초에 다짐했던 부지런함과 근검절약, 약속을 지켜 신뢰를 쌓아가자는 신념을 한시도 잊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이 책은 박승직의 삶을 소설 형식으로 슨 기업소설이자 위인전이다.

책 속에는 근대 종로의 모습, 자본주의자 태동하던 시절의 이야기,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 노력을 했던 선조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박승직의 차분한 성격, 비상한 머리, 끈질긴 집념, 불굴의 용기, 상도를 지키고자 했던 원칙 준수 등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성공은 그저 얻는 것이 아님을 준비하고 실천하는 대범함이 있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장수 기업이 되려면 창업주의 정신도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책 속에 덤으로 나온 개성 상인 ,즉 송상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노자, 장자, 공자, 맹자의 현실을 대하는 비교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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